한국형 탐정업의 현주소와 과제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11-04 09:22:43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탐정업의 특성상 공인제 한다하여 비공인탐정 사라질리 만무하다’는 교훈 새겨야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세계적으로 ‘탐정(업)’이란 특정 문제의 해결에 유용한 정보나 단서·증거 등 자료를 수집.제공하는 서비스업을 말한다. ‘사실관계파악’에 관한한 ‘민완형사’의 역량에 뒤지지 않으나 권력없는 임의적 직업이라는 점에서 비교되며, ‘취재기자’의 활동과 매우 흡사하나 언론은 국민의 알권리를 충족시키는 일에 목적을 두는데 반해 탐정(업)은 의뢰자의 권익을 우선시 한다는 점에서 비교된다.

이러한 탐정(업)의 역할은 공권력의 도움이나 개입을 기대하기 난망한 사적 의문(私的疑問) 해소에 그 기여도가 높이 평가되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5개 회원국 중 한국을 제외한 34개국에서는 인구 100만명당 평균 320명의 탐정이 전업으로 활동 중이다. 서울만한 지역에 3.200명의 탐정이 존재한다는 얘기다. 특히 탐정업을 신고제로 운용하고 있는 일본의 경우 인구대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은 6만여명의 사설탐정(민간조사원)이 등록되어 있는데, 이들이 수임하는 건수는 연간 250만건(5.000억엔)에 이른다. 이는 탐정 1인이 연간 42건(월 3.5건)을 처리하는 꼴이다.

지금 우리의 탐정업은 어떠한가? 그간 탐정업 규제의 근거법인 신용정보법 제40조(금지조항) 제4,5호의 ‘특정인의 소재 및 연락처를 알아내거나 사생활 등을 조사하는 일을 금한다’는 법문과 ‘탐정 등의 호칭 사용을 금한다’는 조항을 해석함에 있어 이 두 규정이 ‘일체의 탐정업무를 금지하고 있는 것’으로 여겨왔으나, 지난해 헌법재판소는 ‘금지의 대상은 (모든 탐정업무가 아닌) 사생활조사행위와 탐정 등의 호칭을 업으로 사용하는 일’이라고 판시(헌재2016헌마473,2018.6.28.선고)한 바, 이는 비사생활영역의 탐정업에 물꼬를 튼 획기적 선언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신용정보법 소관청인 금융위원회와 경찰청도 최근 행정해석을 통해 ‘신용정보법의 제정 목적(신용질서 확립)과 무관한 탐정업무는 신용정보법이 금지할 영역이 아니며 탐정업의 업무영역에 속하지만 금지되지 않는 업무를 수행하는 것은 불가능하지 않다’고 밝혔다. 이로 한국에서도 사생활조사와 무관한 분야(비사생활영역)의 탐정업무는 새로운 법률(일명 탐정법) 제정이나 현행법 개정 없이도(당장이라도) 직업화가 가능해졌음이 확연해진 것. 이는 소수 인원 선발 방식이 아닌 ‘보편적 관리’를 받는 자유업으로서의 탐정업 시대가 열린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17대 국회부터 발의와 폐기 등 논란이 거듭되어 왔던 탐정업 공인제(가칭 ‘공인탐정법’) 추진은 그 필요성이나 합목적성이 저만치 사라진 셈이다.

이러한 법제 환경의 변화에 따라 경찰청은 지난 6월 가벌성(可罰性) 없는 합당한 탐정업무(타인의 권익을 침해하지 않는 탐정업무)까지 무조건 금기시 해온 관행은 법리와 시대상으로 보아 온당치 않다고 판단하고 ‘탐정학술지도사’, ‘실종자소재분석사’ 등 그간 처리를 유보해 왔던 사생활조사와 무관한 탐정업 관련 8건의 민간자격 등록신청(탐정업을 민간차원에서 직업화 하겠다는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을 경유한 민원)을 전격 수리한 바 있으며 이에 고무된 탐정업 희망자들의 창업과 겸업이 이어지고 있다(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는 현재 6,000여 탐정업소에 8,000여명이 탐정업무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

작금 지구상 어디에도 사생활조사를 탐정업(민간조사업)의 업무로 정하거나 용인하고 있는 나라가 없음을 감안 할 때 ‘사생활조사와 무관한 영역의 탐정업은 불가능하지 않음’이 명료해진 우리나라도 이제 사실상 탐정산업의 토대를 갖춘 나라의 반열에 들어 섰음이 틀림없다. 그간 ‘모든 탐정업을 금기로 해왔던 해묵은 비정상’이 문재인 정부에 들어와 판례와 관련 부처의 행정해석 등으로 정상화된 셈이며 이로서 문재인 대통령의 선거 공약인 ‘공인탐정제(공인탐정법에 의한 공인탐정) 도입’의 취지와 목적도 사실상 대체 달성된 것으로 보아 무리가 아닐 듯 싶다. 그간 ‘공인제 탐정업’과 ‘보편적 관리형 탐정업’의 장단점을 놓고 찬반 의견이 분분하였으나 ‘탐정업의 특성상 공인제 한다하여 비공인탐정 사라질리 만무하다’며 ‘보편적 관리제’를 택한 일본 등 탐정업 선진국의 경험론과 ‘일자리 만들기의 시급성’ 등을 고려해 볼 때 우리의 현실엔 ‘공인제’보다 ‘보편적 관리제’가 백번 낫다는 점을 확신하며 그러한 모습이 현실화된 것을 다행으로 평가한다.

한편 최근 ‘사생활조사와 무관한 탐정업은 불가능하지 않다’는 결론과 관련하여 일부의 사람들은 ‘탐정업에서 사생활을 조사하는 일을 빼고나면 특히 할 일이 얼마나 되겠는가’라는 의문과 함께 탐정업의 역할을 평가절하 하기도 하나 관련 업계와 학계 등에서는 사생활조사와 무관하게 성과를 거둘 수 있는 일거리를 8할 정도로 보고 있다. 불법촬영 및 도·감청 포착, 사적피해의 원인 파악, 실종자 생사 확인, 가짜나 모조품 추적, 교통사고야기도주 목격자 탐문, 도난품이나 분실물 찾기, 개인 또는 가정이나 사업장 등에 대한 인적·물적 위해요소파악, 가족 및 기업체 임직원 등의 사회적 일탈 등 평판 파악, 쟁송 등 분쟁 해결에 유용한 자료 수집, 학·경력 세탁 포착, 생활상 다양한 의문과 불안 해소에 필요한 사실관계파악, 기타 공익침해신고 등이 그 예이며 수요는 적지 않다.

또한 탐정업을 적극적으로 지도·감독할 기본법(가칭 탐정업관리법=탐정법)이 존재하지 않는 상태에서 탐정업이 선행(先行)함에 따른 무질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음도 사실이다. 하지만 관리법이 없더라도(관리법 제정이 후행하거나 늦어지더라도) 탐정업의 일탈을 제어할 법률이 한두가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그리 걱정할 일은 아니라 본다. 즉 개인정보보호법, 위치정보법, 통신비밀보호법, 정보통신망법, 형법(비밀침해죄. 업무상비밀누설죄 등), 민법(불법행위에 대한 손해배상), 경범죄처벌법, 주민등룍법, 변호사법(기타 일반의 법률사건 취급) 등 20여개의 개별법이 탐정업의 불법‧부당을 실효적(實效的)으로 차단하거나 용납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경우 1880년대 후반부터 탐정업(민간조사업)이 성행하기 시작하였으나 탐정(업)을 관리하는 법률은 그로부터 120여년 후인 2006년에 제정되었으나 오늘날 세계 최대 규모(6만여명)의 탐정산업을 이룬 최상의 탐정 모범국에 등극해 있다.

이제 우리도 ‘탐정업 관련 기본법 제정보다 앞서 출발한 현업(탐정업)을 보다 질서정연하게 발전할 수 있도록 관리’할 후속조치 즉, 탐정업을 적정하게 가꾸어 나갈 ‘(가칭) 탐정업관리법’만 잘 갖추면 글로벌 수준의 탐정제도가 완성되는 셈이다. 지금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탐정(업)에 대한 철지난 ‘공인제 찬반 타령’이 아니라 현실적으로 탐정업에 종사함이 부적격한 사람을 최소한으로 걸러내는 등의 ‘보편적 탐정업의 안정화 작업’이며 그러한 근거를 정할 법이 바로 ‘(가칭) 탐정업 관리법’임을 거듭 강조해 둔다.


*필자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탐정학술위원장,한국탐정학술지도사협회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20년(1999,경감,행정사),경찰학강의10년/저서: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민간조사제도의 실제,경찰학개론,정보론,경호학 외/탐정제도·치안·국민안전 등 관련 400여편의 칼럼이 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