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나아가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1-28 10:0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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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한민국 국민이 가장 싫어하는 정치인은 누구일까?


바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다. 국민 100명 가운데 무려 69명이나 싫어한다. 반면 좋아하는 사람은 고작 17명에 불과했다.


이런 정도의 수치라면 정치지도자로서 그는 사실상 사망선고를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12월 14일 공개된 여론조사를 보면, 차기 정치지도자 호감도 조사에서 안철수는 17%로 대상자들 가운데서 불명예스러운 꼴찌를 기록했다.


50%로 1위를 차지한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반토막에도 미치지 못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39%), 박원순 서울시장(32%), 이재명 경기지사(29%), 유승민 의원(23%),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18%)보다도 낮다.


반면 비호감도는 안철수가 69%로 치욕스런 1위를 기록했다. 비록 오차범위 내이긴 하지만, 황교안(67%)보다도 높고, 특히 보수성향의 유권자들로부터 ‘배신자’로 낙인찍힌 유승민(59%)보다도 무려 10% 포인트나 높다. 


(본문에 인용된 여론조사는 한국갤럽이 지난달 10일부터 사흘간 전국 성인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했으며, 응답률은 15%.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 ±3.1%포인트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고하면 된다.)


이쯤 되면 안철수의 정치생명은 사실상 끝난 것이나 다를 바 없다. 


좋아하지 않는 사람의 마음을 돌려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은 노력여하에 달려있지만, 혐오하는 사람의 마음을 돌려 좋아하도록 만드는 것은 인간의 심리상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탓이다.


한때 ‘안철수 현상’의 주역으로 정치권에 돌풍을 일으켰던 안철수가 어쩌다 이런 참담한 지경에 이른 것일까?


여러 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애매모호’한 그의 태도가 주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일 것이다.


전문가들은 안철수의 단점으로 말하고자 하는 요지가 추상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을 꼽는다. 국민의당 창당시절부터 ‘새정치’를 주장했지만 국민은 지금도 그가 말하던 새정치가 무엇인지 모른다. 단 한차례도 '새정치' 개념의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보여주지 못한 탓이다.


‘간철수’라거나 ‘눈치 보기의 달인’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이 따라다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예측 가능한 정치를 해야 하는 데, 그의 행보는 어디로 튀지 모르는 ‘럭비공’처럼 불안하다. 그러다보니 유권자들이 그를 혐오하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다.


정당을 사유화하려는 그의 태도 역시 국민의 눈살을 찌푸리게 만드는 요인일 것이다.

 

그는 주식회사 ‘안랩’의 창업자이자 대주주다. 사장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언제든지 바꿀 수 있다. 그러나 정당은 주식회사 아니다. 비록 그가 바른미래당 창당을 주도했고, 당내 의원들 대부분이 그의 계파라고 해도 그가 당의 주인은 아니다. 당의 주인은 엄연히 당원들인 것이다. 

따라서 설사 당 대표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더라도 정당한 절차와 합법적인 방법, 즉 전당대회에서 30여만명의 당원 투표에 의해 선출된 당 대표를 힘으로 쫒아내려는 시도를 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1월 27일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와 회동한 그 자리에서 손학규 퇴진을 요구했다. 당을 자신이 재건해야 한다는 게 이유다.


그런 그의 고압적인 태도는 마치 ‘땅콩회항’의 소동을 일으켰던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을 닮았다. 조 전 부사장은 총수 일가라는 사적 권위를 앞세워 항공기 안에서 사법경찰권을 가진 사무장을 운항중에 퇴거시켰을 뿐만 아니라, 항공기 항로를 변경하는 ‘갑질’을 했다가 국민의 공분을 산 바 있다. 아직 엄연히 임기가 남아 있는 손 대표의 일방퇴진을 요구하는 안철수의 태도는 조현아의 태도와 소름끼칠 정도로 닮았다.


아무리 다급해도 정치는 그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 그러니 ‘국민 밉상’ 정치인으로 낙인찍힌 것 아니겠는가.


이제 손학규는 홀가분하게 ‘마이웨이’를 선언해도 된다. 안철수 귀국일정 때문에 미뤄왔던 203040세대 공천혁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면 젊은 층의 지지를 이끌어 낼 수 있다. 그 지지를 바탕으로 호남통합을 완성하면 된다. 그러니 금배지 욕심에 눈이 먼 구태 정치인들의 행보에 일일이 신경 쓸 필요는 없다. 설사 탐욕스런 금배지들이 모두 손학규의 곁을 떠나더라도 ‘공천혁명’과 ‘정치혁명’은 누군가는 반드시 해야 할 일이기에 손학규는 그 자리를 지켜야 한다. 그게 정의이고 옳은 길이다. 불의에 굴복하지 마라. 이제는 무소의 뿔처럼 당당하게 나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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