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의 인물채집] 장경훈 편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3-30 10:5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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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민 명함에는 '주식회사 마중물대리'에 직함이 없다. 머슴이라고...

''직접 네이밍을 하셨나요?''라고 물었더니 ''의미가 있다'' 고 말했다.


''당연 의미가 있겠지요. 헌데 캐피탈 회사인줄 알겠어요. 네이밍을 보면''

''이름만 보고 작게 생각하면 그렇지요. 단순히 밑천 좀 대주는 그런 마중물 말고 인생을 새로 시작하는 사람들에게  진짜 마중물이 되겠다는 생각으로 회사를 만들었습니다.''

그는 대단한 캐피탈이나 펀드를 운영하는 사람이 아니다.


연간 12억원 정도 매출을 올리는 대리운전 회사의 대표다.

''세상에 대리운전을 취미삼아 하는 사람이 어디있겠습니까? 세상의 세파에 부딛혀 자빠져 보았거나 자빠질 정도로 심하게 기울어져 본 사람들이 거쳐가는 곳이지요. 대리운전을 하는 사람들은 세 종류의 사람들 입니다. 이미 자빠져서 정말 마중물 없이는 세상에 물 한방울도 퍼올릴 수 없이 지친사람 이거나 이미 원천수가 바닥이 나 버렸거나 펌프질을 할 만한 힘이 없거나 , 그중에 '마중물이 필요한 사람들은 함께 일으켜 세워보자!' 그런 생각으로 만든 회사 입니다.''

''어느 세월에ㅡ'' 라는 생각이 들면서 허황한 눈을 들어 그의 똥그란 눈동자를 한참 들여다 봤다.


대리운전 수수료 몇푼받아서 그야말로 '어느 세월에 -' 그들의 마중물을 댄단 말인가?


''십년 밖에 못했으니 아직 맨주먹에 바위치기지요. 여태 해온 일이 흔적처럼 희미한데 그래도 농사 짓듯이 계속 해야지요.''

십년!, 하잖은 일도 십년을 반복하면 역사가 될 수있다는데...


''십년 동안 얼마나?'' 역시 나는 자본주의자다.


단숨에 액수를 물으니 나름 수억이다. 


허긴 십년 치고는 약소한 편이다. 어쨌든 그 돈으로 '으악!' 놀랄만한 벤쳐회사에 투자해서 진짜로 폭포수 같은 대박을 만든걸까?


아니란다. 그냥 약소하게, 꾸준하게 어려운 분들에게 전달해 주었단다. 


그래서? 하루살이처럼 일하는 사람들 한테서 수수료 받아서 어려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었다고 말하는 주식회사 마중물대리 대표 장경훈의 똑바로 뜬 눈을 미심쩍게 바라봤다.

''십년동안 고객님들이 지불한 대리운전비 중 80%는 대리기사들의 몫이고 20%의 수수료 중 사무실운영비를 제외한 전액을 어려운 이웃에게 고객의 이름으로 공식 전달 해왔습니다. 돈벌이에 투자않고 왜 그러냐고요? 그러게요. 하루살이처럼 돈벌이를 하는 우리 기사님들이 꽤 멀리 보시더라고요. 십년, 이십년 후에 이 나라 잘살게 할 아이들한테 마중물 부어 주어야 한다네요. 저도 깜짝 놀맀습니다.''

그가 함께 일하는 대리기사들은 이렇게 말했단다.

''지금 우리가 오늘 하루를 견디기 위해 돈을 벌지만 내 생계보다는 내 아이들의 미래 때문 입니다. 오늘 굶더라도 아이들의 미래를 책임질 수 있다면 무슨 짓인들 못 하겠습니까? 그리고 우리는 오늘 내 아이를 위해 일 하지만 그 마저도 어려운 아이들에게 내가 도움이 된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참 거짓말 같은 일이지만 그들끼리 십년동안,  땀 한방울, 한방울을 모아  보이지않는 '마중물'을 만들어 왔던 거였다.


이 의심스런 스토리는 개척교회의 간증이 아니다.


십년 동안 투명하게 장학기금을 기부해왔던 그 기록들이 증거가 되어  마중물 대리는 '마중물 교단' 이라는 별명을 얻게됐다. 대개  교단이 화제가 되면 교주의 신상이 떠오르게 되어 있다. 


마중물 교주? 장경훈 대표의 개량한복 패션은 교주로서의 이미지에 적절히 부합된다.

''특별한 의미가 있어서는 아니고요. 양복 입으면 번거롭기도하고 편치 않아서... 정통한복이 아니라 츄리닝 보다 편하고 나름 폼도 납니다. 무엇보다 아내가 맘에 들어해서...''

일제 치하에서 해방되기전 1940년쯤, 만주에서 활동하던 독립군처럼 비장한 표정으로 세상을 지켜보는 그에게서 교주 이기 보다는 혁명가의 눈빛을 보았다.

그는 스스로를 '체 게바라' 처럼 생각하고 사는건 아닐까?

''저는 혁명가 입니다. 용맹하고 위대한 사람만이 혁명을 할 수 있다고 생각 했는데 온순하고 겁많고 소심한 사람도 혁명가처럼 살 수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안중근 의사가 총을 쏘던 그 날도 소심한 독립군들은 아마도 시장판에서 일수돈 걷듯이 독립군 군자금을 모았을 겁니다. 

 

제가 좋아하는 노무현님은 같이 총들고 나가셨겠지만... 나는 일수돈 수금 하듯이 독립운동을 했을 겁니다'' 바보처럼 또 웃는다.

10대 때 그의 아버지의 사업이 부도가났고 금수저의 습관을 가진 그가 흑수저로 사는 동안 남들보다 많은 수련을 해야 했다.


스물여덟 살에 시작한 결혼은 수련보다는 시련의 과정이었다.


그 와중에 학교 다니면서도 안했던 운동권활동을 하며 노무사시험준비도 하고 택시기사를 거쳐 대리기사까지 섭렵했다.

''세상의 빛과 그림자를 보면서 늘 생각 했습니다. 양지에 서 보면 보이지 않는 그 곳에서 한사람씩 손 붙잡고 나올 수 있는 방법이 있지 않을까? 그 결론이 '마중물' 이었지요. 그걸 실행 하려니까 기적처럼 사람들이 나타나더라구요. 지금 '마중물'대리 공동 대표인 아내가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도와줬고 '마중물'을 부어주신 파트너가 그야말로 성경 표현 그대로 '도적처럼'
그렇게 내게 와 주셨습니다.''

10년 전 '마중물' 사업구상을 하면서 대리운전을  하던중에 고객 이었던 한 사람에게 말을 건냈다.


''세상에서 '마중물'로 살아보려는데 동지규합이 쉽지않다고 '' 헌데 이말을 들은 고객이 차를 세우라고 하더니 마중물 사업계획을 논하다가 그야말로 거짓말처럼 마중물을 즉각 부어 주었던거다.

''정말 '아멘!' 이 튀어 나올뻔 했어요. 광야에서 메시아를 만난 것처럼 울컥 했습니다. 생면부지의 타인을 동지로 만나는 그 기쁨은 어디에도 비유할 수 없었습니다''

남들이 뻔한 일 이라고 말하는 대리운전, 그 알량한 수익으로 음지에 '마중물'을 붓겠다고 나대는 귀밑머리 희끗한 이 사내의 말을 같이 일하는 대리기사들도 믿지 않았다.


그러나 지난 10년 동안, 철저히 약속은 공개적으로 지켜졌다.


'마중물대리' 장학생도 이제는 23명이 되었고, 후원금 전달액수는 2억3000만원 정도 되었고  '마중물'의 주 실행주체가 되는 법인고객도 154개사로 늘어났다.

십년을 한결같이 투명하게 경영하고 '마중물'을 쉼없이 부어왔기 때문이다.

''십년전에 장학금을 받았던 그 아이들이 세상에 나가 각 분야의 '마중물'을 붓는 사람들이 된다고 생각하면 너무 신나지 않습니까?'' 

 

또 바보처럼 웃는다.

대리! 


'대리'라는 직급은 기업의 인사과에서 과장대리를 칭한다.


그러나 (주)마중물의 대표가 말하는 '대리'는 많이 다르다.


''운전만을 대신해 주는 대리기사도 있고 고객을 보호하는 대리도 있고 잠깐의 만남으로 세상의 가치를 공유하고 행복을 전도하는 대리도 있습니다. 우리 마중물 대리기사를 만나면 세상이 상쾌해 지실 겁니다. 세상에 마중물 붓는 사람으로서의 자존감과 그 일을 있게하는 고객에 대한 존경심을 가지고 있기 때문 입니다.''

물론 일반기업에서도 그냥 과장을 대리하는 대리, 부장을 대리하는 대리, 때때로 사장을 대리하는 위대한 대리를 발견하기도 한다. 마음먹기따라 스스로 위대해질 수 있는 대리들의 세계에서 '마중물 대리'는 어떤 위치일까?

''늘 '마중물대리'를 떠나는 꿈을 꾸지요. 여기 발딛고 있는 사람들의 한쪽 발은 이미 세상 한가운데를 딛고 있고, 어느 좋은날, 여길 떠나 스스로 '마중물'이 되는 그늘진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위대한 대리가 되길 바랍니다.''

자신에게 ''누구를 대리하는가?''라는 화두로 하루를 시작한다는 그에게 답을 물었다. 


농담처럼, 그러나 진지한 표정으로 짧게 답했다.


''좋은 사람!!'' 또 바보처럼 웃는다.

(주)마중물대리 대표 장경훈은 어쩌면 곧 '마중물 신교'를 창시해서, 코로나19에 지친 영혼들을 대거 구원하게 될 지도 모른다. 

도적처럼 나타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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