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찬 ‘호통’에 ‘발뺌’하는 이재명 실망이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7-23 11:2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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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내년 4월 보궐선거가 확정된 서울과 부산에 ‘무공천’해야 한다고 호기를 부렸던 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통’에 화들짝 놀라 ‘발뺌’하는 모양새가 우습기 짝이 없다.


오죽하면 원희룡 제주지사가 23일 "그럼 우린 환청을 들은 거냐"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앞서 이 지사는 지난 20일 CBS라디오 인터뷰에서 서울시장-부산시장 보궐선거와 관련 "(민주당은)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고 밝혔다. 당시 이 지사는 "당헌·당규에 '중대한 비리 혐의로 이렇게 될 경우 공천하지 않겠다'고 써놨다"며 "그러면 지켜야 한다. 이걸 중대 비리가 아니라고 할 수 없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그 과정에서 “장사꾼도 신뢰가 중요하다”며 "아프고 손실이 크더라도 약속을 지키고 공천하지 않는 게 맞다"는 말까지 했다.


그의 이 같은 발언은 당연히 민주당 소속인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잇따라 성추행 의혹에 연루된 데 대해 당이 책임을 지고 후보를 내서는 안 된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누가 봐도 그렇게 해석할 수밖에 없는 발언이었다.


그래서 필자는 <서울-부산 ’무공천‘ 이재명이 옳다>는 제하의 본란 칼럼을 통해 이 지사의 소신 발언을 응원하기도 했다.


그런데 어럽쇼?


이 지사는 서울-부산시장 무공천을 '주장'한 바가 없다고 한다.


불과 이틀 만에 딴사람처럼 말을 바꾼 것이다. 


실제로 이 지사는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서울시장의 무공천 논의는 당연히 서울시장의 ‘중대한 잘못’을 전제하는 것이고 잘못이 없다면 책임질 이유도 없다”며 “모든 논의는 ‘사실이라면’을 전제한다”고 적었다. 현재 ‘공소권 없음’으로 수사가 종결된 만큼, ‘사실’이 규명되지 않았기 때문에 책임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그는 또 “(당헌·당규) 원칙을 지키는 것이, 청산되어 마땅한 적폐세력의 어부지리를 허용함으로써 서울시정을 후퇴시키고 적폐귀환 허용의 결과를 초래한다면, 현실을 선택하는 것이 더 낫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무공천으로써 야당에 서울·부산시장 자리를 내주는 것보단 당헌·당규를 어기더라도 후보를 내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그럴 거라면 차라리 처음부터 ‘무공천’을 주장하지 말았어야지, 뒤늦게 ‘어버버~’하면서 발뺌하면 결국 피해자만 두 번 울리는 꼴 아닌가.


대체 이 지사는 왜 당당하게 펼쳤던 소신을 철회하고 이처럼 비굴한 모습을 보이는 걸까?


아무래도 이해찬 대표의 ‘호통’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이 지사의 발언에 대해 이 대표가 최근 열린 고위전략회의에서 '시기상 성급했다'는 취지로 불편한 심기를 전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이런 발언이 전해지자 이른바 민주당 극성 친문 당원들이 이 지사를 향해 뭇매를 가하기 시작했고, 결국 이 지사가 ‘발뺌’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의 이런 태도는 열성 당원들의 화를 가라앉히는 역할을 했을지는 몰라도 그의 ‘사이다 발언’에 대해 환호를 보냈던 국민에게는 실망으로 다가갈 것이고, 결국 그의 지지율을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원희룡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틀 만에 정치적 이익을 위해 눈 하나 까딱하지 않고 말을 바꿨다"며 “국민을 바보로 아느냐”고 지적했다.


필자 역시 같은 마음이다. 환청을 들은 것도 아닌데, 그의 발언에 지지 칼럼을 썼던 필자는 지금 바보가 되어버린 느낌이다. 이런 느낌을 국민도 받았을 것이고, 그게 과연 이 지사의 향후 대권행보에 도움이 될지 의문이다.


다시 말하지만 지금 이 지사의 이런 모습은 머지않아 대표직에서 물러나는 이해찬의 호통에 놀라 엉거주춤하는 모양새로 대선주자의 당당한 면모와는 거리가 멀다. 이재명은 이재명 다울 때 박수가 따른다. 당 대표가 되려는 것이 아니라 대통령이 되려고 생각한다면 ‘친문’ 극성 당원의 눈높이에 맞출 것이 아니라, 국민의 눈높이에 맞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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