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 왜 ‘막가파’가 되었나?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2-01 11:2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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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자유한국당의 막가파 식 정치행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29일 전격적으로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 카드를 빼내든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이에 따라 당일 오후로 예정된 본회의는 열리지도 못했고, 처리가 예고됐던 '민식이법', '청년기본법', '유치원 3법', '소상공인기본법' 등 200여 건의 민생·안전·경제법안 처리는 기약 없이 미뤄지고 말았다.


이에 대해 한국당은 법이 보장한 소수당의 권리를 행사했을 뿐이라고 항변하고 있다. 하지만 이날 상정이 예고됐던 법안은 한국당이 수정안을 낸 유치원 3법 외에는 대부분 한국당도 합의했던 법안이다. 때문에 국회 안팎에선 민생법안을 볼모로 선거법 등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무산시키려는 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져 나온다. 


실제로 이인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민생도 염치도 무시한 정치적 폭거다. 한국당의 이런 시도는 정치 포기 선언으로 간주한다. 마땅히 혹독한 대가를 치를 것"이라고 경고했다.


김정화 바른미래당 대변인은 "당장, 국정과 민생을 대상으로 한 인질극을 중단하라"고 쏘아붙였다.


심상정 정의당 대표도 “본회의 직전에 필리버스터를 신청하면서 199개 무쟁점 민생법안이 또 볼모로 잡혔다”며 “민생보다 정쟁을, 국민의 이익보다 당익을 앞세우는 이런 정치야말로 내년 총선을 통해서 반드시 교체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주현 민주평화당 수석대변인도 "반드시 통과돼야 할 민생법안 처리가 무산됐다"며 "민생을 외면한 한국당의 만행을 규탄한다. 한국당의 필리버스터는 20대 국회 역사에 가장 큰 오명으로 남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어린이생명안전법안에 이름을 올린 아이들의 부모들은 그날 오후 국회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아이들의 생명을 지켜달라는 부모의 목소리가 왜 정치적으로 이용돼야 하는지 도저히 납득할 수 없다. 왜 떠나간 우리 아이들이 협상카드로 쓰여야 하느냐"며 통곡했다.


결국 한국당 해산을 촉구하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다시 등장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다.


실제로 지난달 29일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자유한국당 해체(해산)를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청원이 올라왔다.


이 글은 청원이 올라 온지 불과 이틀만인 1일 오전 11시 현재 4만 1000여명이 동의했다. 30일 안에 20만 명이 동의하면 청와대나 관계부처가 공개적인 답변을 내놓는데 이런 속도라면 그 요건은 충족시킬 것으로 보인다.


대체 왜 한국당은 이런 막가파식 정치행태를 보이는 것일까?


한국당은 패스트트랙에 올린 ‘선거법 개정안’을 저지하기 위함이라고 했다. 즉 사표를 방지하고 정당 득표율에 맞게 의석수를 배분하는 가장 합리적인 연동형비례대표제를 무산시키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당은 왜 이렇게 좋은 제도를 저지하려는 것일까?


그들이 내세운 명분은 '좌파 정당의 영구 집권'이 우려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그건 명백한 거짓이다. 한국당이 민생을 정쟁의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을 무릅쓰면서까지 이처럼 초강수를 둔 것은 연동형 비례대표제 시행이 불러올 의회 지형의 변화 때문이다.


지금까지 한국당은 ‘보수의 중심 정당’이었다. 유승민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바른미래당내 비당권파 의원 모임인 ‘변혁’이 한국당에 들어가려고 애쓰는 것도 한국당이 그런 위치에 있는 까닭이다. 하지만 연비제가 통과되면 한국당은 그런 지위를 상실하게 된다. 보수 정당으로는 한국당 이외에도 이미 우리공화당이 존재하고 있으며, 조만간 ‘변혁 신당’도 창당될 것이고, 이미 이언주 의원과 이정현 의원도 신당 창당을 선언한 마당이다. 그렇게 되면 보수 정당이 5개나 만들어지는 것이다. '좌파 정당의 영구 집권'은커녕 ‘우파 정당의 영구집권’ 가능성이 더욱 커지는 셈이다. 결국 한국당이 연비제를 저지하려는 것은 비록 우파 정당이 집권하지 못하더라도 자신들이 ‘제1야당’으로서 누려온 기득권을 계속해서 누리겠다는 얄팍한 속셈이 깔려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한국당을 제외한 모든 정당이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 지역구 축소로 이탈 표가 우려된다면, 지역구를 그대로 두고 비례대표만 늘리는 방안도 과감하게 검토해야 한다. 민생법안까지 필리버스터 하겠다는 한국당의 ‘막가파 정치’에 맞서 여야가 ‘공조 체제’를 유지하는 가장 바람직한 방안이라는 판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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