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권에 찍히면 야권 기대주?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25 11:3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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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명, 윤석열-금태섭-최재형 존재감 상승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인물난을 겪는 야권에서 윤석열 검찰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 최재형 감사원장 등 미운털 박힌 여권 인사들이 기대주로 떠오르고 있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25일 "한때 여권 인사였으나 여권의 눈 밖에 난 이후 존재감이 커진 분들에 대해 당내 관심이 커지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윤석열 총장과 금태섭 전 의원, 최재형 감사원장 등에 눈독을 들이는 분위기다.


윤 총장은 2015년 말 문재인 대통령의 최측근인 양정철 민주연구원장으로부터 20대 총선 출마를 제안받았지만, 거절했다. 박근혜 정부 시절, 윤 총장이 '국가정보원 댓글 의혹' 사건 수사에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후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였다. 


문재인 정부 출범 후 첫 서울중앙지검장, 작년 6월엔 검찰총장에 지명됐다. 


그러나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에 대한 고강도 수사로 여권으로부터 '검란(檢亂)'의 장본인으로 낙인찍히면서 되려 보수 야권의 '기대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21대 국회 첫 국정감사는 '사이다' 발언으로 국민의 마음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국감 스타' 대신 윤석열 검찰총장의 '잠룡' 가능성만 낳은 모습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민생 해법을 찾는 장면이나 날카로운 질의로 부처 장관을 떨게 하는 국감 스타도 나오지 않았다. 거의 유일하게 국민의 시선이 모인 장면은 윤석열 총장이 섰던 지난 22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검찰청 국정감사였다. 이른바 '윤석열 대전'으로 불리며 시청률이 10%에 육박했다. 윤 총장을 거세게 몰아붙인 여당 의원들이 의도한 것은 아니었겠지만, 거친 공세에도 굽히지 않고 강하게 의견을 피력하는 윤 총장의 모습은 그를 부각하는 결과를 낳았다. 


특히 '퇴임 후 국민을 위한 봉사'를 언급한 윤 총장의 발언이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의지로 읽히면서 여의도가 들썩이기도 했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 등 정부·여당과 대립하는 윤 총장에 대한 여권의 비판 수위가 높아질수록 윤 총장의 몸값은 오르는 모습이다. 


이에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대검찰청을 대상으로 한 법사위 국정감사는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평가했다. 장 의원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사위 국감은) 15시간의 화려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단독무대였다"며 "야권 정치 지형의 대변화는 시작됐다"고 분석했다.장 의원은 "확실한 여왕벌이 나타난 것"이라며 "이제 윤석열이란 인물은 국민의힘을 비롯한 범야권에서 가장 강력한 원심력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홍준표 무소속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그만 총장직에 미련 갖지 말고 사내답게 내 던지라"며 "그 정도 정치력이면 여의도 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이다. 잘 모실테니 정치판 오시라. 윤 총장이 당당하게 공직을 마무리 지을 수 있는 길"이라고 대권 도전을 촉구했다.

 

금태섭 전 의원도 더불어민주당 탈당 이후 되레 야권에서 몸값이 치솟는 모양새다.


금태섭 전 의원은 검사 시절인 2006년 한겨레신문에 '수사 제대로 받는 법'이란 칼럼을 쓰다 밉보여 검찰을 떠났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의 친분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이후 안 대표와의 결별 및 민주당 잔류, 20대 국회 입성까지 이뤘다.


그러나 민주당의 '검찰개혁'의 핵심 과제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법안에 대해 기권표를 던지면서 역풍을 맞았다. 21대 총선 지역구(서울 강서구갑) 경선에서 초선 현역 의원으로선 이례적으로 패했고, 올해 5월 당 윤리심판원으로부터 공수처법 기권은 '당론 위배'라며 경고 징계까지 받았다.


이후 당 주류 지지층인 친문으로부턴 '배신자'로 평가받았고, 결국 이달 21일 SNS에 "생각 다른 사람을 윽박지르고 오만한 태도가 가장 큰 문제"라고 비판하며 탈당을 선언했다. 그러자 곧바로 야권의 내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군에 이름을 올리는 현상이 나타났다.


'제2의 윤석열'로 평가받는 최재형 감사원장도 야권의 기대주로 떠올랐다.


앞서 청와대는 지난 2018년 1월 최재형 감사원장을 임명하면서 "법관으로서 소신에 따라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익 보호, 국민의 기본권 보장을 위해 노력해온 법조인"이라고 소개했을 뿐만 아니라 "미담이 많다"며 잔뜩 추켜세우기도 했다. 실제 최 원장은 사법연수원 시절 다리를 쓰지 못하는 동료를 2년간 업어서 출퇴근시킨 일화로 유명하다.


그런데 국회가 작년 9월 '월성 1호기' 원전에 대한 폐쇄 타당성 조사를 감사원에 청구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감사 마무리 기한(올해 2월)까지 결론을 내지 못한 배경으로 "월성 1호기가 경제성이 없어 폐쇄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리려는 감사위원들의 시도를 최 원장이 제지했다는 말들이 나왔다.


더욱이 최 원장이 "대선에서 41%의 지지밖에 받지 못한 정부의 국정과제가 국민의 합의를 얻었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여당의 비판이 더해졌다. 


그러자 야권 일각에선 최 감사원장을 대권주자 후보군으로 거론하는 현상이 나타났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권에서 미운털이 박힌 사람들이 야권의 기대주가 되어가는 것은 아이러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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