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 “유승민은 기회주의자”...왜?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21 11:5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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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21일 당내 비당권파 모임 '변화와 혁신을 위한 행동'(변혁)을 이끄는 유승민 의원을 향해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라고 맹비난했다.


점잖은 선비 같은 정치인이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유승민 의원은 패스트트랙에 태워진 선거법 개정을 끝까지 반대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손 대표는 “연비제(연동형 비례대표제)로 꽃놀이패를 하려는 것”이라며 "선거법 개정을 거부하면서 한국당에 '우리 받아주십시오'라는 손짓을 했다가 만약 법안이 통과되면 소수정당(대표로서)의 득을 보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니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라는 것이다.


실제로 유 의원은 이날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2월 초 정기국회 마지막 본회의까지 현재 여권이 추진하는 선거법 개정안과 공수처 법안을 막아내는 소명을 다한 뒤 탈당과 신당 창당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선거법 개정안은 손학규 대표가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통해 일궈낸 쾌거다. 그동안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은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체제에서 모든 기득권을 누려왔으나 연비제가 도입되면 그 기득권의 상당부분을 내려놓아야 한다. 패권양당시대가 막을 내리고 새로운 다당제 시대가 열리는 것이다. 따라서 유승민 의원이 선거법 개정안을 저지하겠다는 것은 다시 패권양당시대로 회귀하겠다는 선언이나 다를 바 없다. 결과적으로 신당은 한국당과 협상을 위한 수단일 뿐 창당 목적은 한국당 복당에 있음을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실제로 유 의원은 그동안 여러 차례 이런저런 형식적인 조건을 내걸면서 한국당에 수차에 걸쳐 러브콜을 보냈다. 


오늘도 유 의원은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는 역사의 판단에 맡겨 서로 책임을 묻는 일은 중단하고 나라의 미래상을 논해야 한다"며 "(황교안 대표가) 우리와 마음을 터놓는 대화를 한다면 통합할 수 있다"고 밝혔다. 탄핵 문제를 거론하지 말고 자신들을 받아달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유 의원은 그러면 한국당에 지분이나 공천을 요구하지 않겠다며 자세를 한껏 낮추기도 했다.


하지만 한국당의 반응은 냉담하다.


이른바 ‘조국사태’ 이후 한국당 지지율이 급상승하면서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은 실익이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실제로 이날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완전한 보수통합 없이도 내년 총선에서 한국당이 승리할 것”이라며 유 의원과의 통합은 필요 없다는 뜻을 피력했다.


김 의원은 유승민 의원이 12월 신당창당을 선언한 것에 대해 “현실적으로 당대당 통합은 어려울 것”이라며 ”헤쳐모여 형식으로 우리가 받아들이면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보수통합 형식은 필요 없으니 개별적으로 복당절차를 밟으라는 뜻이다. 앞서 황교안 대표도 ”당대당 통합은 어렵다“며 단계적 개별입당은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힌바 있다.


유승민의 적극적인 구애의 손짓에도 한국당은 여전히 개별적인 ‘백기투항’을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이 지난 4월 탈당을 결심하고 그때부터 바른미래당 쪼개기 작업에 들어갔음에도 곧바로 탈당을 결행하지 못하고 신당창당 시기를 12월초로 늦게 잡은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한국당이 끝내 자신들의 ‘백기투항’을 받아주지 않을 경우, 소수정당에 유리한 선거법개정안이 통과되는 걸 보고 그때 가서 신당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그러니 손 대표로부터 ‘전형적인 기회주의자’라고 비판을 들어도 유구무언일 것이다.


게다가 그는 ‘전형적인 위선자’이기도 하다.


유 의원은 지난 4월 패스트트랙 정국 당시부터 탈당을 결심했다고 했다. 그런데도 그는 국민의당 출신 김관영 원내대표를 몰아내고 새누리당 출신 오신환 의원을 원내대표로 만들기 위해 ‘3번 달고 출마하겠다’, ‘화합 하겠다’는 등의 거짓 약속을 했다. 김관영 의원은 순진하게 그 말을 믿고 스스로 원내대표 직을 내려놓았다.


분당을 결심했다는 것은 기호 2번이나, 4번 혹은 5번, 6번을 달고 나갈 생각을 했다는 의미다. 또한 화합이 아니라 당을 쪼개기로 이미 마음을 굳혔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래놓고 아닌 척 뻔뻔하게 거짓말을 한 것이다. 말과 행동이 다른 전형적인 위선자의 모습이다.


그로인해 유승민 의원은 지금 사면초가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유 의원의 신당 창당 제안을 일축하고 미국으로 떠나 버렸다. 손학규 대표는 탈당 으름장을 놓는 유 의원을 붙잡기는커녕 “나갈 테면 빨리 나가라”며 단호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는 유 의원의 잇단 러브콜에도 보수 통합을 위한 ‘헌법 가치’라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을 뿐 만남조차 꺼리는 분위기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게 유 의원이 처한 딱한 현실이다. 


그렇다고 바른미래당에서 12월까지 마냥 죽치고 앉아 있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4월에 탈당을 결심했다면서도 12월에 신당을 창당하겠다는 건 그때까지 바른미래당에 남아서 기생하겠다는 것이냐며 기생충도 아니고, 뭔 짓이냐고 나무라는 소리까지 나오고 있는 탓이다. 기회주의자이자 위선자 정치인의 비참한 말로를 보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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