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날이 부끄러운 정치인의 언어 품격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09 11:5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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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한글날 573돌을 맞는 오늘, 정치인들의 수준 낮은 언어품격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는 “정치인의 발언은 품격이 있어야 한다”며 “최소한의 존중을 갖고 이야기를 해야 한다. 정치지도자의 발언은 적을 상대로 해서도 품격 있어야 하는 법”이라고 조언했다. 무심코 내뱉는 말 한마디가 그 사람의 됨됨이를 판단하는 단초가 되는 탓이다.


그런데도 많은 정치인들이 자기중심적인 언어, 나만 옳다는 독선에 사로잡힌 언어, 남을 배려할 줄 모르는 언어를 사용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상대를 향해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쏟아내는가 하면, 때로는 조롱하고, 심지어 욕설을 퍼붓기도 한다. 한글을 창제한 세종대왕이 눈살을 찌푸릴만한 발언이 어제도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다.


특히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러브콜을 일축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를 향한 유승민 계의 공격은 도가 지나쳤다.


물론 안 전 대표의 지원을 기대했는데, 유 의원의 손을 뿌리치기고 미국행을 선택한 그에 대해 인간적으로는 서운한 감정을 가질 수도 있다.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유승민과 함께 할 수 없다’는 판단을 내렸다면 거기에는 합당한 이유가 있을 것이고, 당연히 그 결정을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한 때 한솥밥을 먹던 정치적 동지였던 만큼, 적어도 언어만이라도 품격 있는 언어를 사용했어야 옳았다.


그런데 실망이다.


유승민계 이혜훈 의원은 안 전 대표를 향해 “꽃가마 태워주면 올 분”이라고 조롱했고, 심지어 하태경 최고위원은 “해외에서 객사” 운운하며 저주에 가까운 막말을 했다.


실제로 이혜훈 의원은 전날 YTN 라디오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 주변 측근들, 과거 멘토라는 분들은 '이렇게 국내 상황이 복잡하고 어느 한 쪽의 편을 들게 되면 다른 진영으로부터 비난받게 되는 상황에서는 절대 안 전 대표가 한국에 돌아오지 않을 거다. 안 전 대표 스타일이, 문제가 있을 때는 거기에 끼고 싶어 하지 않는다. 문제가 정리되고 나면 꽃가마를 보내드리면 올 분이다' 이렇게 많이들 이야기했는데 그 분들이 안 전 대표를 정확하게 알았던 것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다른 사람의 말을 전하는 형식으로 ‘안철수는 꽃가마만 타는 사람’이라고 비아냥거린 것이다.
하태경 최고위원은 한술 더 뜬다.


그는 같은 날 교통방송에서 "총선 건너뛰고 대선으로 바로 가는 것은 자기 기반이 다 사라지는 것인데 뭘 한다는 이야기냐"며 "후배로서 조언을 드린다면 이번 총선 건너뛰면 해외에서 객사 한다"고 저주하기도 했다.


이미 유승민계 이준석 최고위원은 안 전 대표를 향해 “그 병신”이라는 막말을 한 사실이 드러나 윤리위에서 징계논의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대체 왜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계는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이런 막말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는 것일까?


안 전 대표가 유승민 의원의 손을 뿌리침에 따라자유한국당에 몸값 올려 들어가려던 자신들의 계획이 틀어질까봐 두려운 탓일 게다.


유승민 의원은 지난 7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한국당을 향해 ‘통합 3대 원칙’을 제시하면서 “한국당이 이를 받아들이면 언제든 대화할 수 있다”고 밝혔다.


그가 제시한 3대원칙이란 첫째, 탄핵의 강을 건너자. 둘째, 개혁 보수로 나가자. 셋째, 낡은 집 허물고 새집을 짓자는 거다.


‘탄핵의 강을 건너자’는 것은 탄핵에 찬성했나 반대했나로 싸우면 도움이 안 되니 거론하지 말고 복당을 받아달라는 의미 일 것이고, ‘개혁보수’로 나가자는 것은 한마디로 자신들의 존재를 인정해 공천을 보장해 달라는 뜻일 게다, ‘새집을 짓자’는 것은 전당대회를 열어 새로운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미이거나 나중에 자신을 대권주자로 선출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실제로 유 의원은 이날 인터뷰에서 자신이 차기 보수진영의 대권주자가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자면 안철수 전 대표의 합류가 절실한데, 안 전 대표는 ‘한국당과 함께 하는 일은 없다’고 선언하며 유승민 의원의 제의를 거부했으니. 얼마나 속이 탈지 그 심정은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고 해서 안 전 대표를 향해 저주하고, 조롱하고, 욕설을 해서야 되겠는가.


자랑스럽고 소중한 우리의 한글을 아름답게 쓰고 지켜야할 정치인들이 한글을 자신들의 정치적 야욕을 채우기 위한 수단으로 이처럼 욕되게 사용하는 현실이 서글프고 부끄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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