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의 뜬금없는 한명숙 재심 촉구...왜?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5-21 12:02: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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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정치자금 수수사건에 대해 여당은 재조사를 요구하고, 법무부장관이라는 사람은 거기에 장단을 맞추는 모양새다.

 

특별한 증거도 없이 대법원 판결을 부정하는 여권의 이 같은 태도는 뜬금없다 못해 황당하기 이를 데 없다.
 

물론 새로운 명백한 증거가 나올 경우는 재심을 통해서 무죄를 받을 수가 있다. 과거 몇 십 년 전 사건도 억울하게 유죄판결을 받았다가 다시 재심을 통해서 무죄가 된 사례들도 있다.
 

하지만 단순히 범죄자가 면피용으로 작성한 것으로 의심되는 쓴 비망록, 그것도 이미 당시 재판에 정식 제출했지만 인정되지 않았던 내용을 근거로 공당이 재심을 운운하는 것은 이해하기 어렵다. 물론 재심이 실제로 이루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여권이 이 문제를 들고 나온 것은 다른 노림수가 있는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지우기 어렵다.
 

실제로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최근 공개된 고 한만호씨의 옥중 비망록 내용을 거론하면서 "이 모든 정황은 한 전 총리가 검찰의 강압수사, 사법농단의 피해자임을 가리킨다"며 "법무부와 검찰은 부처와 기관의 명예를, 법원은 사법부의 명예를 걸고 스스로 진실을 밝히는 일에 즉시 착수하길 바란다"고 촉구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준 사람도, 받은 사람도 없는 뇌물 혐의를 씌워 한 사람 인생을 무참하게 짓밟았다. 진실을 낱낱이 밝혀내야 하고, 그것이 검찰과 사법부의 정의를 바로세우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같은 날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도 "국민은 검찰의 과거 수사 관행에 상당히 문제가 있었다고 이해한다"면서 재조사 필요성에 대해 공감을 표했다. 추 장관은 그러면서 "검찰 개혁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장단을 맞추었다.
 

민주당 김종민 의원 역시 "수사 관행에 문제가 있었던 것인지 정치적 의도가 있었던 것인지 명백히 밝혀야 한다"고 가세했으며, 같은 당 박주민 의원도 "2018년 공개된 사법농단 관련 문건에 보면 과거 대법원이 한 전 총리 사건을 전부 무죄로 하면 정부를 상대로 상고법원을 설득하는 게 어려울 것이라고 하는 내용이 있다"며 정치적 판결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나섰다.
 

과연 이런 민주당의 주장은 사실에 부합하는 것일까?
 

앞서 지난 2010년, 검찰은 한신건영 대표였던 고 한만호 씨에게 총 9억 원의 정치자금을 수수한 혐의로 한명숙 전 국무총리를 기소했는데,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대법관 13명 전원이 9억 원 중 3억원은 유죄로 봤고, 나머지 6억 원에 대해서도 다수가 유죄로 판단해 징역 2년을 선고한 바 있다. 

 

대법관 중에는 야당 추천 몫도 있다. 그들까지 모두 유죄로 판단했는데 그걸 사법농단으로 몰고 가는 건 지나쳐도 보통 지나친 게 아니다. 이는 마치 미래통합당 일각에서 이미 사법적 판단이 내려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을 부정하는 것과 같은 행위로 비난 받아 마땅하다.
 

물론 실제 재심이 이루어질 가능성도 별로 없다. 그럼에도 총선에서 압승한 여권이 이 문제를 꺼낸 이유가 무엇일까?
 

혹시 사법개혁이라는 명분으로 검찰과 법원을 압박하기 위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는 보통 심각한 문제가 아니다.
 

지금 민주당 대권주자들 가운데 이재명 경기지사의 경우 2심에서 유죄판결이 났고, 대법원에서 확정되면 지사직이 박탈된다. 그로인해 대통령 선거에도 출마할 수 없게 된다.
 

또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고 보석 상태로 항소심 중인 김경수 경남지사도 유죄판결이 확정되면 대권에 도전하기 어렵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도 마찬가지다.
 

렇지 않을 것이라 믿지만 만에 하나라도 이들을 구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한명숙 재심이라는 황당한 카드를 꺼내든 것이라면 당장 중단하라.

 

정말 억울하다면, 유죄판결을 뒤집을 증거를 먼저 찾아내고, 그 증거를 바탕으로 재심을 청구하면 되는 일이다. 그런 새로운 증거도 없이 총선승리에 도취해 거대한 집권당의 힘만 믿고 재심을 청구하겠다면, 국민이 결코 용서치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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