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청문회를 비공개로 하자고?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6-23 12: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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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최근 고위공직자 인사청문회 가운데 도덕성 검증 부분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마치 한편의 개그콘서트를 보는 것 같은 기분이어서 언짢다.


박근혜 정부 당시의 태도와는 너무나 달라진 탓이다.


지난 2014년, 박근혜 정부당시에도 그런 시도가 있었다.


당시 문극현 등 총리 후보자 두 명이 잇따라 낙마하며 두 달 가까운 국정공백 사태가 빚어지자 집권당이었던 새누리당(미래통합당의 전신)은 미국의 청문제도와 같이 개인의 신상기록에 대해선 비공개 원칙을 세워 과도한 정치공세를 차단하는 방안 등의 제도개선책을 검토한다고 밝혔다.


그러자 난리가 났다.


당시 야당이었던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의원들이 길길이 뛰며 반대 목소리를 냈던 것이다.


실제로 당시 민주당 원내대표였던 박기춘 전 의원은 "밀봉인사에 이어 밀봉 청문회, 깜깜이 청문회로 공개검증을 피해보겠다는 발상"이라며 반대했고, 원대대변인이었던 윤관석 민주당 정책위 수석부의장은 "'신상털기'식 청문회를 막기 위한 첫번째 전제조건은 지명 전 철저한 사전검증"이라고 주장했다. 


심지어 당시 대변인이었던 박용진 의원은 "술 마시고 벌어진 취중난동 사건에 대해 사람이 아닌 음주문화를 처벌하자고 나설 태세"라며 "부적격 인사를 추천한 이명박 박근혜 두 인사권자의 책임이지 청문회는 아무런 죄가 없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그런데 지금 같은 당 홍영표 의원이 도덕성 검증 부분을 비공개로 하는 내용의 인사청문회법 개정안을 발의했는데도 이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전혀 나오지 않고 있다.


그러니 한편의 개그콘서트라는 것이다.


오죽하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가 "썩지 않은 사람 찾기 어려운 모양"이라고 비아냥거렸겠는가.


진 전 교수는 2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국민이 다 지켜봐도 막무가내로 임명하는 판에 굳이 숨기거나 감출 필요가 있느냐"라며 "조국, 윤미향 그냥 얼굴에 철판 깔고 임명하지 않았느냐"고 일침을 가했다.


실제로 조국 법무장관후보자 인사청문회에서 공직윤리와 도덕성 결격 요소가 뚜렷하게 나타났는데도 문재인 대통령은 인사청문 경과보고서 채택조차 없이 장관 임명을 강행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대선 당시병역 기피, 세금 탈루, 부동산·주식 투기, 위장 전입, 논문 표절 등 '5대 비리' 관련자를 고위 공직에서 배제하겠다고 공약했다.


하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특히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은 야당 반대로 현 정부 출범 이후 최초로 청문보고서를 채택하지 못했지만 문 대통령은 "청문회 때 많이 시달린 분들이 오히려 더 일을 잘한다는 얘기가 있다"는 황당한 말을 하며 그의 임명을 강행하고 말았다.


이후에는 조국 등 무수히 많은 장관 후보들이 인사청문보고서 채택 없이 장관에 임명됐다. 그 비율이 박근혜 정부 때보다도 많았다. 당연히 인사에 있어선 ‘낙제점’을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장관 후보들에 대해 비공개 검증을 한다니 대체 얼마나 도덕성에 자신이 없으면 그런 소리가 나올까 싶다.


과거 민주당 의원들의 얘기는 지금도 타당한 이야기이고 지켜야할 이야기들이다. 자신들이 정권을 잡았다고 해서 인사 기준과 말이 달라져선 국민의 신뢰를 받기 어렵다.


이쯤에서 민주당은 진중권 전 교수의 지적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역사는 반복된다. 민주당에서 이를 도입하려 하는 것을 보니, 썩지 않은 사람 찾기가 여의치 않은 모양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도입하면 나중에 (보수정당) 자기들이 더 힘들 것'이라고 했는데, 요즘은 부패 척도가 뒤집혀 민주당 쪽에서 더 힘들어하는 것 같다. 어차피 국민이 원하든 원하지 않든지 임명할 것이라면, 국민의 입장에서 최소한 그 자가 얼마나 썩었는지 정도는 알아야 하지 않겠느냐. 청문회는 죄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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