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 ‘비상행동’은 박지원 ‘대안연대’의 시즌2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0-14 12:05:42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편집국장 고하승

 


유승민 의원을 앞세운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들이 '변화와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비상행동)이라는 거창한 이름의 모임을 만들고 신당창당 작업에 돌입했지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의 ‘보이콧’으로 탈당조차 결행하지 못하는 딱한 처지에 놓였다.


그 모습이 마치 민주평화당에서 떨어져 나온 '변화와 희망의 대안정치연대'(대안연대)를 빼다 박은 듯 닮았다. 당 안팎에서 유승민의 비상행동도 결국 박지원의 ‘대안연대 시즌2’가 되고 말 것이란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당초 대안연대는 창당 절차 중 하나인 발기인대회를 9월 29일에 열겠다고 호언장담했었다. 하지만 인재영입에 난항을 겪었고, 결국 예정된 발기인대회를 뒤로 미뤄야 했다. 


이에 따라 발기인대회와 시·도당 창당을 거쳐 4분기 정당 국고보조금 지급일일 11월 15일 전에 중앙당을 창당한다는 계획에 일부수정이 불가피하게 됐다. 대안연대의 앞길이 순탄치 않음을 보여주는 대목은 이것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바른미래당 호남계 의원들을 접촉하는가하면, 무소속 손금주·이용호 의원과도 끊임없이 접촉을 이어가고 있지만 돌아오는 반응은 그다지 신통치 않은 것 같다. 설사 신당을 창당하더라도 박지원, 유성엽 의원 등 10명으로 구성된 지금의 ‘의원모임’ 수준에 그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 이유다.


그러면 유승민 의원이 대표를 맞고 있는 비상행동은 어떤가.


박지원,유성엽 의원이 이끄는 대안연대와 비교할 때 ‘도토리 키 재기’다.


유승민 의원은 당내에서 손학규 대표 퇴진을 목표로 15명의 의원을 규합했다. 옛 새누리당 출신 의원 8명이 일으킨 쿠데타에 소위 안철수 계로 분류되는 국민의당 출신 의원 7명이 가세했다.


하지만 끝내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는 일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국 이들은 탈당 후 신당창당 작업을 선택해야하는 상황으로 내몰렸다. 그 때만 해도 각 언론은 ‘안철수-유승민 공동신당’ 창당 가능성에 관심을 보였다. 안철수 계로 분류되는 의원들 7명이 거기에 가담한 탓이다. 하지만 안철수 전 대표는 유승민의 손을 매몰차게 뿌리쳤다. 실제로 안 전 대표는 독일에서의 유학 후 정치 복귀설이 대두됐지만, 국내 복귀가 아닌 미국행을 택했다.


이에 불만을 품은 유승민계는 안철수 전 대표를 향해 ‘꽃가마 태워주면 올 분’이라고 조롱하는가하면 ‘해외에서 객사 한다’는 저주의 발언을 쏟아내기에 이르렀다. 안철수와 유승민은 이를 계기로 완전히 갈라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설사 안철수계가 안 전 대표를 배신하고 유승민 휘하에 들어가 ‘유승민 신당’에 합류하더라도 그건 이미 소멸된 ‘바른정당 부활’에 불과한 것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비상행동에 참여하고 있는 7명의 안철수계 의원들 가운데 6명이 비례대표 의원인 탓에 이들은 운신의 폭이 좁을 수밖에 없다. 이들은 탈당하면 곧바로 의원직을 상실하게 된다. 의원직을 유지하려면 당의 제명 조치를 받아야 하는데 손학규 대표가 이를 허락해줄 가능성은 전혀 없다. 따라서 비례대표 의원들이 당 잔류를 선언할 가능성마저 배제할 수 없게 됐다.


특히 유승민 의원이 특별한 경쟁력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 문제다. 


비상행동은 당 지지율이 낮은 점을 이유로 손학규 대표 퇴진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면 유승민 의원의 지역구에서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특별히 높은가. 


아니다. 전국 정당 지지율과 별반 차이가 없다. 


대구CBS와 영남일보가 에이스리서치에 의뢰해 지난 5~6일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가 14일 공개됐다. 유 의원의 대구 동구을 선거구에서의 바른미래당 지지율은 6.5%로 다른 여론조사 기관들이 발표하는 바른미래당 전국 지지율과 엇비슷했다.


더구나 2020년 총선 가상대결에서 비례대표인 김규환 자유한국당 의원이 유승민 의원을 더블스코어 이상으로 압도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로 유승민 의원은 22.4% 지지를 얻어 김규환 의원 51.5%에 29.1%p 차로 완패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승천 전 국회의장 정무수석이 얻은 17.7%와 비교할 때도 너무나 초라한 성적이 아닐 수 없다. (이 조사의 응답률은 4.0%. 오차 범위는 95% 신뢰수준에 ±4.4%p.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


이런 이유 등으로 인해 비상행동 15인은 지난 주말 모여 '중도 보수를 중심으로 한 제3지대'에 대해 논의했지만, 탈당 혹은 다음 행보에 대해서는 가시적인 결론을 내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한마디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런 상태라면 유승민의 ‘비상행동’은 결국 박지원의 ‘대안연대 시즌2’가 되어 여의도 정가에서 희화화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당권에 눈이 먼 정치인들의 업보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오늘의 이슈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