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급한 유승민의 무리수

고하승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5 12:0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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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자유한국당 투톱인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 간에 ‘보수대통합’ 문제를 놓고 '미묘한 신경전'을 펼치는 모양새다.


먼저 핵폭탄 급 통합론을 꺼내든 것은 나경원 원내대표다. 


실제 그는 최근 사실상 ‘천기누설’에 해당하는 유승민 바른미래당 의원과의 통합론을 띄웠다. 


앞서 나 원내대표는 지난 7일자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유 의원과 통합하지 않으면 한국당은 미래가 없다"며 “유 의원과의 통합에 역할을 하겠다”고 밝혔다. 자신이 유승민 의원과의 통합에 마중물이 되겠다는 것이다.


그의 발언이 여기에서 그쳤다면 그냥 ‘원론적인 통합론’ 수준으로 크게 언론의 주목을 받지는 못했을 것이다. 그런데 그의 통합론은 상당히 구체적이었다.


먼저 통합 시점에 대해선 ‘손학규 대표가 정리 된 뒤, 유승민 의원이 당을 이끄는 시점‘이라고 못을 박았고, 특히 통합 후에는 유승민 의원에게 서울 특정지역구를 지목하며 전략공천해 주겠다는 의사까지 아주 구체적으로 적시했다.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의원의 핵심 측근인 이혜훈 의원이 젊은 혁신위원을 국회 정보위원장실로 불러 한국당과 협상과정에서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받을 수 있도록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는 ‘퇴진안’을 마련해달라는 취지의 압력을 행사했다는 폭로가 나온 점을 감안할 때, 아마도 양측은 상당한 교감이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런 일은 설사 양측이 그런 물밑거래가 있었더라도 ‘쉬쉬’하면서 은밀하게 진행하는 게 통상적이다.


이런 계획이 사전에 알려지면 유승민 의원 측은 비난여론을 의식해 “전혀 모르는 일”이라고 ‘딱’ 잡아 뗄 것이고, 행동에도 상당한 제약이 따를 게 불 보듯 빤하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유승민 의원은 “나경원 원내대표와 만난 적도 없고, 통화한 적도 없다”고 일축했다. 또한 '플랫폼 자유와 공화' 모임 주도로 보수야권 통합을 모색하는 토론회가 열리지만 유승민 의원은 참석할 수가 없다. 한국당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가 참석하는 그 자리에 유 의원이 참석하면 ‘물밑거래’설이 더욱 증폭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유 의원은 오는 20일과 27일에 열리는 두 차례 토론회 모두 불참할 것으로 알려졌다. 

 

결과적으로 나 경원 원내대표가 띄운 ‘유승민과의 통합론’이 오히려 통합에 발목을 잡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도 나 원내대표가 이 같은 ‘천기누설’을 한 까닭은 무엇일까?


당내에서 제기되고 있는 ‘원내대표 교체설’과 무관치 않을 것이다.


그동안은 지난해 12월 선출된 나 원내대표에 대한 당내 의원들의 평가는 대체로 호의적이었다. 따라서 나 원내대표의 임기 1년이 만료된 이후, 내년 4월 총선까지 약 5개월 임기 연장을 위한 의총 추인도 무난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당헌‧당규상 원내대표의 임기는 1년이지만, 만료 후 의원총회에서 추인을 받으면 내년 4월 총선까지 임기 연장이 가능하다. 


그런데 요즘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최근 들어 나 원내대표의 임기 연장 문제를 놓고 당헌‧당규상 원칙대로 진행하자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잠재적 원내대표 후보군들의 물밑 움직임도 덩달아 빨라지는 분위기다. 


이런 분위기를 전환시키기 위해 나 원내대표는 '유승민' 카드를 꺼내들고 나선 것이다. 그의 의도는 적중했다. 나 원내대표의 통합론은 언론의 집중 조명을 받았고, 마치 그가 보수통합의 주도권을 쥔 것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런데 황교안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로텐더홀에서 발표한 대국민담화에 원고에 없던 '보수대통합'을 막판 추가했다.


실제 황 대표는 기자들에게 미리 배포한 원고에는 없던 보수통합론을 담화문 발표 직전에 추가해 "자유 우파의 통합은 반드시 필요하고, 꼭 해낼 것"이라며 "새로운 정치를 위해 정치에 들어온 저로서는 이 문제에 앞장서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나 원내대표가 '유승민 러브콜'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상황에서 보수통합의 주도권을 자신이 쥐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황 대표가 ‘보수통합’ 주도권을 쥐게 되면, 그것은 차기 원내대표가 친박으로 교체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으로 설사 유승민 의원이 손학규 대표를 몰아내는 데 성공하더라도 한국당에 들어가거나 연대하는 일은 꿈도 꿀 수 없다.


한마디로 바른미래당 내 유승민 의원 등 옛 새누리당 출신들이 친정인 한국당에 들어가려면 나경원 원내대표의 임기가 끝나기 이전에라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유승민 의원 입장에서는 아주 다급한 상황에 놓인 셈이다. 그러다보니 무리수를 두게 되는 것 같다.


이른바 ‘검은 세력’의 조종을 받고 있다는 의혹이 제기된 젊은 혁신위원들을 앞세워 전날 ‘손학규 퇴진안’을 발표하게 만든 것도 그런 무리수 가운데 하나 일 것이다. 그런 무리수가 결국 자신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킨다는 걸 그는 여전히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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