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관위가 집권당 선거대책본부냐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4-04 12: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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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위선', '무능',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 등의 표현을 투표 독려 현수막에 사용할 수 없다고 했다.


그 이유가 가관이다.


해당 문구가 특정 정당을 쉽게 유추할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국민의힘은 최근 선관위에 특정 문구를 투표 독려 현수막 등에 사용할 수 있는지 문의했다. 그 결과 '투표가 위선을 이깁니다', '투표가 무능을 이깁니다', '투표가 내로남불을 이깁니다' 문안은 불가능하다는 답변을 받았다.


선관위는 그 이유로 "선거인이 특정 정당(후보자)을 쉽게 유추할 수 있거나, 반대하는 표현이라서 일반 투표 독려용으로는 사용할 수 없다"라고 설명했다고 한다. 이게 말인가 막걸리인가.
결과적으로 선관위는 '위선', '무능', '내로남불'이라는 단어가 더불어민주당을 지칭하는 단어라는 사실을 공식 인증한 셈이다.


문제는 그래서 선관위가 그런 표현을 사용하지 못하게 제재했다는 사실이다.


오죽하면 선관위가 여당의 선거대책본부냐는 비판의 소리가 나오겠는가.


실제 박용찬 국민의힘 서울시장보궐선거 선거대책위 대변인은 “선관위는 집권여당의 '선거대책본부'인가”라고 반문하며 "위선을 '위선'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라, 무능을 '무능'이라고 말하지 못하는 나라가 정상적인 나라인가"라고 논평했다.


이어 "결국 집권여당인 민주당이 위선적이고 무능하며 내로남불 정당이라는 사실을 선관위가 사실상 인정하고 있다"라며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했다.


'위선', '무능', '내로남불'이라는 표현이 막말도 아니고, 저속한 표현도 아니다. 국민의 입을 틀어막겠다는 의도가 아니라면 굳이 제재할 이유가 없다.


그런데도 선관위는 "순수한 투표 참여 권유가 아닌 선거에 영향을 미치는 내용이 포함된 현수막과 피켓은 선거법에 위반되는 것으로 본다"라며 막무가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선관위를 바라보는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다.


4·7 재·보궐선거를 앞두고 서울 도봉구에서 일부 선거 공보물이 지난해 총선 봉투에 담겨져 발송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지난달 28일 도봉구 아파트 단지 2곳 900여 세대에 발송된 선거 공보물이 ‘제21대 국회의원선거 투표안내문·선거공보’ 봉투에 담긴 채 발송된 것.


특히 해당 공보물 봉투 겉면에는 선거일이 4월 15일, 사전투표기간은 4월 10, 11일이라고 적혀 있다. 만일 그걸 보고 사전투표를 하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그건 중대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뒤늦게나마 주민들이 공보물이 발송된 날 도봉구 선관위에 민원을 제기했고, 선관위는 같은 날 해당 아파트 전 세대의 우편함에 정정 안내문을 투입하고 아파트 게시판과 승강기에 안내문을 붙이는 등의 조치로 그런 일은 발생하지 않은 것 같다.


아마도 행정상의 실수였던 것 같다. 물론 선관위의 역할 중 가장 중요한 역할이 선거관리라는 점에서 그런 실수를 용납하기 어렵지만, 그것도 사람이 하는 일이기에 실수가 발생할 수 있을 것이다.


문제는 국민이 이를 단순히 실수로 받아들이지 않고 ‘혹시’라면서 선관위를 의심하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그간 보여온 선관위의 편향적 태도가 국민의 신뢰를 잃게 만든 셈이다. 자업자득이다.


이런 가운데 국민의힘은 4일 사전투표 참관인들이 시민들의 기표 내용을 확인했다는 내용의 발언을 한 박시영 윈지코리아컨설팅 대표를 ‘투표의 비밀침해죄’와 ‘허위사실 공표죄’ 등으로 선관위에 고발했다.


앞서 박 대표는 지난 2일 ‘박영선 후보와 진보 유튜버 긴급 토론회’에서 “투표 참관인들이 (유권자들이) 봉투를 넣을 때 대충 본다. 도장이 밖으로 얼핏 (비쳐) 나온다. 강북 지역 민주당 의원들 몇 명과 통화해 보니 우리 쪽이 이긴 것 같다고 다수가 전달했다”고 밝힌 바 있다.


사전투표 참관인들이 시민들의 기표 내용을 눈으로 확인했고, 이 내용이 민주당 의원들과 박 대표에게 전달됐다는 것이다.


만약 이 같은 내용이 사실이라면 공직선거법 167조 ‘투표의 비밀은 보장되어야 한다’는 조항에 저촉되는 것으로 그 책임은 전적으로 선관위에 있다.


물론 박 대표의 발언은 허위사실이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선관위에 대해 의심의 시선으로 바라보는 국민이 증가하고 있다. 정치적 중립을 지키지 못한 선관위 탓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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