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더스’의 돌풍과 ‘마크롱’의 실패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2-20 12: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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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미국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민주당에서는 고령의 ‘경륜 후보’들이 두각을 나타내고 있다.


미 공영방송인 NPR과 PBS, 여론조사기관 마리스트가 지난 13~16일 실시해 18일(현지시각) 발표한 전국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에 대한 미국 민주당 주류의 불신에도 불구하고 전국적으로 지지도가 급상승하면서 다른 민주당 대선 경쟁자들보다 상당한 우위를 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샌더스 의원은 1941년 9월생으로 만 78세다. 


그런 샌더스 의원이 이번 여론조사에서 31%의 지지율로 압도적인 1위 자리를 지킨 것이다.


그는 정치 변방 버몬트주에서 무소속으로 시장 4선, 연방 하원의원 8선, 상원의원 3선을 한 아웃사이더이지만 지난 대선에서 돌풍을 일으킨 바 있다. 당시 그는 “이게 나라냐”라는 구호를 들고 국가 시스템을 개혁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고, 그 구호가 미국민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것이다. 그러나 그가 이번에 다시 대선에 도전을 하더라도 대통령에 당선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순전히 나이 탓이다.


하지만 이 같은 예측은 빗나갔다. 그가 지난 해 2월 대선 재도전을 선언한 지 불과 단 하루만에 22만5000여명이 ‘99%를 위한 대통령’이 돼 달라며 600만 달러를 그에게 후원하는 등 폭발적인 반응을 보였고, 그 결과가 ‘압도적 선두’라는 여론조사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그런데 더욱 놀라운 사실은 샌더스의 뒤를 맹추격하는 후보가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으로 그 역시 만 78세(1942년 2월생)라는 사실이다. 실제로 불름버그는 19%로 2위를 차지했다.


3위 후보 또한 1942년 11월생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으로 그의 지지율은 15%다. 


즉 77세와 78세 고령의 정치인들이 젊은 정치인을 제치고 나란히 1,2,3위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미국 국민이 정치에서 ‘경륜’이 다른 그 어떤 요인보다도 중요하다는 걸 깊이 인식하고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에선 젊은 나이에 프랑스 대통령에 오른 엠마뉘엘 마크롱이 마치 세계적 추세인양 떠벌리는 사람들이 많다.


하지만 마크롱은 프랑스에서 철저히 실패했다. 당선 1년 만에 국민들은 노란 조끼를 입고 거리로 뛰어나왔다. 물론 유류세 인상이 시작이었지만 본질은 마크롱 대통령에 대한 반발인 것이다. ‘경륜’ 없이 ‘젊음’하나로 집권한 결과가 참혹한 결과를 초래하고 있는 셈이다.


그런데도 대한민국의 일부 젊은 정치세력들이 프랑스의 ‘마크롱’이라는 환상에 취해 정작 그보다 더 중요한 미국의 ‘샌더스’와 ‘불름버그’ 현상을 의도적으로 외면하는 것 같아 안타깝기 그지없다.


미국에 샌더스가 있다면 대한민국에는 손학규 있다. 샌더스가 “이게 나라냐”라며 국가시스템 개조를 주장했듯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 역시 “이게 나라냐”라며 국가개조론, 즉 ‘7공화국’ 개헌을 기치로 들고 나섰다. 


그동안은 바른미래당 내홍으로 인해 그의 가치가 잘 보이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당권을 장악해 제1야당에 진상하려는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키느라 무수히 상처를 입었고, 지금은 지역 정당을 만들려는 세력으로부터 당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가 추구했던 가치에 대해 미처 살펴볼 겨를이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당을 지키는 과정에서 그의 진가가 점차 빛을 발하는 모양새다.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tbs 의뢰로 지난 17~19일 전국 18세 이상 유권자 1503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0일 발표한 2월 3주차 주간집계 결과에 따르면, 민주당은 41.1%, 미래통합당은 32.7%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어 정의당은 4.2%, 바른미래당은 3.2%, 국민의당(가칭) 2.3%, 민주평화당 2.1%, 우리공화당 1.5%, 민중당 1.2%, 대안신당 1.0% 순이다. 무당층은 9.7%다.


이런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한 언론은 “정의당은 직전 조사 대비 0.6%p 하락했지만, 손학규 대표의 '나홀로 정당'이 될 가능성이 큰 바른미래당은 오히려 0.6%p 올라 대비를 보였다”고 전했다.(이 조사의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이다. 응답률은 5.6%.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비록 큰 폭의 변동은 아니지만 이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서 어쩌면 손학규 대표가 지키고 있는 정당의 지지율이 오르지 않는 것은 손 대표 탓이 아니라 그의 주변에 있는 다른 국회의원들 탓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다. 아무튼 ‘나홀로 정당’이 되면서 오히려 바른미래당 지지율이 올랐다는 것은 의미심장하다. 다당제를 지지하고, 개헌의 필요성에 공감하는 언론인의 한 사람으로서 그가 대한민국의 샌더스로 주목받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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