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황하는 ‘유승민 신당’...자리잡는 ‘손학규 체제’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1-05 12:2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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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내분에 시달렸던 바른미래당은 이제 손학규 제체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분위기다.


반면 지난 4월부터 탈당을 결심했다는 유승민 의원이 추진하고 있는 신당의 방향은 여전히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안철수 전 국민의 당대표의 ‘보이콧’으로 갈피를 잡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이번 주 내에 신당 창당 추진위원회를 출범시키겠다고 밝힌 유 의원은 5일 <한국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탄핵을 인정 못 한다는 세력과 함께할 수 없다”고 못 박았다. 이는 사실상 한국당 복당을 포기하겠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왜냐하면 한국당 주류 측이 이 같은 조건을 수용할리 만무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국당 의원들은 유 의원의 이런 발언에 매우 냉소적이다. 한마디로 가당치도 않다는 것이다.


그러면 유 의원의 발언은 과연 진심일까?


그런 것 같지는 않다. 


실제로 유 의원은 같은 인터뷰에서 “탄핵에 대해 서로 공격하는 상황에선 보수가 재건될 수 없다. 이 때문에 탄핵은 지나간 역사로 하고 보수가 이 문제로 더 이상 싸우지 말자는 것을 (통합의) 첫째 원칙으로 얘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문제에 대해 스스로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같은 인터뷰에서 “탄핵을 인정하지 않는 세력과 함께 할 수 없다”고 못 박아 놓고서는 곧바로 “탄핵을 지나간 역사로 묻어두자”고 하니, 이 얼마나 황당한 이야기인가.


그러면 유 의원이 ‘한국당과의 통합’에 대해 이처럼 우왕좌왕하는 모습을 보이는 이유가 무엇일까?


바른미래당 내에서 당권을 찬탈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킨 의원들의 모임인 ‘변혁’ 내부의 분위기 탓이다. 현재 변혁 내부 의원들의 의견은 각양각색이다. 


당초 당권을 찬탈한 후에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한국당과 통합을 모색하려 했으나, 손학규 대표가 “끝까지 당을 지키겠다”며 당 사수 의지를 밝힘에 따라 방향을 잃게 되었고, 결국 각자도생의 길을 모색하는 양상이다.


옛 새누리당 출신 의원 8명 가운데 ‘배신자’로 낙인찍혀 개별적으로는 도저히 한국당에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처지에 놓인 하태경 의원 등 일부는 신당창당을 강력 주장하지만, 대부분은 한국당 복당을 강력희망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당추진파와 복당희망파가 갈라서게 되면 유승민 신당은 급격하게 힘이 빠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유 의원은 관점에 따라 한국당 포기를 선언한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복당 가능성을 열어 놓은 것으로 보일 수도 있는 아리송한 발언을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물론 그런 유 의원에게 옛 국민의당 출신 의원이 변수가 되지 못함은 당연한 일일 것이다. 더구나 안철수 전 대표가 유승민 신당 합류를 사실상 거부한 상태이기 때문에 경쟁력 없는 비례대표 의원들이 눈에 들어올 리 만무하다. 따라서 당장 이번주 내에 신당창당을 결정하겠다고 했지만, 그럴 능력조차 있는지 의문이다. 나가려니 창당할 능력이 없고, 그냥 주저앉으려니 명분이 없어 오갈 데 없는 딱한 신세가 되어 버린 것이다. 그러나 당권에 눈먼 정치인이 자초한 일이니 누구를 원망하겠는가.


반면 손학규 체제는 문병호 전 최고위원의 빈자리를 김관영 전 원내대표가 채우는 등 단단하게 굳어지는 모양새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에 실망한 유권자들의 수가 증가하면서 ‘제3지대’ 가능성이 한층 커진 것도 손 대표에게는 큰 힘이 되고 있다.


현재 ‘제3지대’에는 손학규 대표가 이끄는 바른미래당 외에도 박지원 의원을 중심으로 하는 대안신당과 정동영 대표의 민주평화당이 있지만, 누가 뭐래도 제3지대 중심은 맏형 격인 바른미래당일 수밖에 없다. 손 대표가 이들 정당과 ‘당 대 당’ 통합가능성을 일축하면서 ‘개별입당’ 허용방침을 밝히는 건 이런 연유다. 사실 손 대표가 그리는 제3지대는 단순히 ‘도로 국민의당’이 되는 수준은 아니다. 그걸 뛰어 넘는 보다 큰 밑그림을 그리고 있다. 바로 ‘제3지대 빅텐트론’이다. 


당권에 눈먼 자들로부터 온갖 멸시와 조롱을 받아가면서도 당을 꿋꿋하게 지켜온 데에는 그런 원대한 꿈이 바탕에 깔려 있었던 것이다. 내년 총선에서 바른미래당은 분명히 괄목한 성적을 내게 될 것이고, 역사는 이렇게 기록할 것이다.


“다당제의 기초는 안철수가 다졌고, 손학규가 온갖 방해를 무릅쓰고 그걸 완성해 냈다.”


그러면 유승민 의원에 대해선 어떻게 기록될까?


그건 독자여러분의 상상에 맡기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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