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문’ 이해찬, ‘호남’ 이낙연 견제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5-24 12:3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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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내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전 국무총리를 견제하는 모양새다.


그 견제가 아주 노골적이다. 당 안팎에선 ‘친문’ 이해찬 대표가 ‘호남’ 이낙연 전 총리 견제에 들어간 것이란 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당초 당내 일각에선 ‘이낙연 대망론’에 따른 6월 조기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목소리가 나왔으나 이해찬 대표는 이를 일축하고 8월 29일 전대개최를 확정했다. 


뿐만 아니라 이낙연 전 국무총리의 당 대표 추대론에 대해서도 이 대표는 선을 긋고 나섰다.


실제로 당내에선 코로나 정국이 언제 끝날지 모르는 현 시국에 당권 경선을 치르게 되면 국민들에게 자칫 권력 싸움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에 조용히 추대형식으로 당 지도부를 뽑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많았으나 이 대표는 ‘무조건 경선’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인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낙연 추대론'을 일축하면서 "공당에서 경쟁자가 있으면 경쟁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민주당 당헌 제25조에는 '당 대표 및 최고위원이 대통령 선거에 출마하고자 하는 때에는 선거일 전 1년까지 사퇴해야 한다'고 나와 있다. 지도부 임기는 2년이지만 '대선 1년 전' 당권·대권 분리 규정으로 차기 당 대표가 대선에 출마하려면 임기를 6개월만 채우고 중도 사퇴해야 하는 것이다.


이에 따라 당권·대권 분리 규정의 개정 가능성이 거론되지만 이해찬 대표는 이마저 거부했다.
이 대표의 핵심 측근은 "이해찬 대표가 당권·대권 분리 규정을 손볼 가능성은 없다"며 "시스템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라 안 된다. 특정 주자만을 위한 당헌·당규 손질은 있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한마디로 이낙연 전 총리를 위한 조기전당대회와 추대는 물론 당권.대권 분리 규정도 없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라면 이 전 총리는 전대출마여부를 심각하게 고민할 수밖에 없다.


'6개월 임기'를 감수하며 치열한 당권 경쟁에 뛰어드는 게 과연 대권에 도움이 되는지 따져봐야 하는 까닭이다.


사실 호남 출신의 이낙연 전 총리는 유력 대권주자임에도 친문이 장악하고 있는 당에선 비주류로 분류되고 있다. 당연히 당내 지지기반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전당대회 출마를 통해 지지세력을 확장·결집해야만 차기 대권도 바라볼 수 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전대 출마는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전 총리의 측근인 호남 출신 이개호 의원도 최근 M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당내 세력 분포랄까 그런 게 비교적 다른 분들에 비해서 취약하다는 등의 지적을 늘 받아왔다"며 "당권 도전을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밝혔다.


결국 당권 도전 여부를 두고 장고(長考)하던 그는 전대 출마 쪽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 


실제로 이 전 총리는 총선 후 지속적으로 당권 후보들과 직·간접적으로 접촉해 의견을 청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4·15 총선 낙선인들과 후원회장을 맡았던 당선인 그룹 등과의 잇따른 오찬·만찬 회동에서 의견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그가 전대에서 승리를 담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친문’ 핵심 인사로 당내 친문그룹의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홍영표 의원이 이 전 총리의 출마여부와 관계없이 당권도전에 나서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피력하고 있는 탓이다. 


이해찬 대표의 견제를 받는 이낙연 전 총리가 ‘친문’의 장벽을 넘어서기 위해 홍영표 의원과 당권경쟁에 뛰어들 경우, 설사 승리하더라도 ‘상처뿐인 영광’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이제는 민주당도 변해야 한다. ‘친문’ 정당의 한계를 뛰어 넘으려면 ‘호남’ 출신의 당 대표, 호남 출신의 대권주자에게도 기회를 주어야 한다. 그래야 국민의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이해찬 대표가 벌써부터 강하게 이낙연 견제에 들어간 것으로 보아 그럴 가능성은 별로 없다는 게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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