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민-오신환의 ‘역할극’ 역겹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1-14 12:3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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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바른미래당 비당권파 의원 모임 '변화의 혁신을 위한 비상행동(변혁)'을 이끌던 유승민 의원이 14일 변혁 대표에서 전격 사퇴했다. 오신환 원내대표가 변혁의 신임 대표를 맡기로 한 것이다.


하지만 변혁의 최대주주가 유승민 의원이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일부 국민의당 출신 의원들이 가담하기는 했으나 안철수 전 대표가 유 의원이 내민 손을 뿌리친 상황이기 때문에 사실상 ‘단독 대주주’나 마찬가지다.


따라서 유 의원이 통합에 필요한 물밑대화에 보다 전념하기 위해 대표직을 사퇴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한마디로 대표는 공개적인 메시지를 내야하는 자리인 탓에 뒷거래를 할 수밖에 없는 보수통합을 위해 변혁 대표직을 전략적으로 양도했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오신환 원내대표는 외형적으로 ‘신당 창당’ 목소리를 내고, 유 의원은 물밑에서 은밀하게 ‘보수통합’을 추진하는 ‘역할분담’을 한 셈이다.


이날 <연합뉴스>는 “변혁은 앞으로 오신환 대표 및 신당추진기획단을 중심으로 신당 창당을 추진하는 동시에 유 의원을 중심으로 비공식적인 보수통합·보수재건 논의를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아니나 다를까. 예상했던 대로 오신환 신임 대표는 이날 취임 사실이 발표된 직후, 기자들과의 문답에서 "신당 추진 시점에서 통합을 같이 섞어서 말하는 것은 맞지 않는다"며 "우리는 우리의 길을 꾸준히 가겠다"고, 독자 신당 추진에 방점을 찍었다.


하지만 정치부 기자들은 그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미 물밑에서 자유한국당과 상당기간 보수통합 논의를 추진해 왔다는 사실이 백일하에 드러난 탓이다.


한국당 보수통합추진단장으로 내정된 원유철 의원은 전날 자신이 유승민 의원 측과 물밑에서 두 달 동안이나 보수통합을 위한 메신저 역할을 했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이런 장황에 비추어볼 때에 변혁이 창당하게 될 ‘유승민 신당’은 사실상 한국당과의 통합을 위한 협상창구에 불과한 것이다. 따라서 기자들이 그의 부인에도 ‘보수통합’문제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한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거듭된 기자들의 질문에 오 원내대표는 "통합에 대해 너무 물어 본다"면서 "변혁은 (보수)통합을 전제로 모인 게 아니다"고 거듭 일축했다. 연극배우 출신답게 그에게 맡겨진 ‘외형적인 역할’, 즉 페인트 모션 (feint motion)을 잘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역설적으로 보수통합 논의가 유승민 의원의 의도대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사실 보수통합의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공천보장’ 여부다.


그가 보수통합의 명분으로 내세운 ‘탄핵의 강을 건너자’거나 ‘보수를 재건하자’는 등의 요건은 단지 수사적인 표현일 뿐이다. 핵심은 바른정당계 출신에게 공천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 하는 거다. 그런데 한국당의 입장에서는 그게 쉽지 않다.


한국당 김진태 의원은 “당을 나간 유승민은 불러서 공천을 주고. 당을 지켜온 사람은 공천에서 떨어뜨리면 시끄러워서 수습이 안 될 것”이라며 "목마르다고 양잿물을 먹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이런 당내 반발로 인해 전략공천을 약속 받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공천장을 받으려면 당내 경선에서 승리해야 하는데, 300만명에 달하는 한국당 당원들은 변혁 내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모두 ‘기회주의자’이자 ‘배신자’로 낙인을 찍어둔 상태여서 경선 문턱을 넘는 게 쉽지 않다.


결국 변혁은 쪼개질 수밖에 없다.


지역 경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판단한 일부 의원들은 개별적으로라도 복당의 문을 두드리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8명의 바른정당계 의원 가운데 ‘무조건 복당’을 요구하는 의원들이 서너 명은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물론 국민의당 출신은 7명 가운데 6명이 비례대표여서 신당이든 보수통합이든 아무런 변수가 되지 못한다. 특히 안철수 없는 국민의당 계는 ‘앙꼬 없는 찐빵’에 불과한 탓에 한국당에서도 아무런 매력을 느끼지 못하는 존재들이다.


이것이 유승민의 변혁 대표직 사퇴 이유다. 결과적으로 그는 ‘꼼수정치’를 하는 셈이다.


지난 4월에 이미 탈당을 결심하고도 탈당을 결행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것은 그 스스로 판단이 안 서기 때문일 것이다. 공천보장 문제로 보수통합 논의는 지지부진하고, 그렇다고 신당을 차리려니 돈도 없고 조직도 없고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것이다.


이른바 ‘뒷거래정치’, ‘꼼수정치’를 즐기던 한 정치인의 비참한 말로를 보는 느낌이다. 죽을 때 죽더라도 탈당을 결심하고 신당 추진기회단까지 만들었으면, 바른미래당에서 나가는 게 정치도의상 맞다. 이런 기본적인 정치도의마저 지키지 않는 유승민 식 정치가 참으로 역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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