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제2의 유승민’ 되나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9-24 12:38:54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주필 고하승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행보가 유승민 전 자유한국당 의원의 행보를 빼다 박은 듯 닮았다.


마치 ‘유승민의 데자뷔’를 보는 것 같다.


국민의힘과의 통합 문제를 두고 줄다리기하는 것부터가 그렇다.


안 대표는 24일 <시사저널>과 인터뷰에서 국민의힘과의 통합 가능성에 대해 “(국민의힘으로부터) 구체적으로 제안받은 것도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면서도 “문재인 정부 폭정에 맞서 야권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가능성을 열어놓았다.


전날까지만 해도 안 대표는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이 주도하는 미래혁신포럼에 강연자로 나서 "현재 야권에 귀를 닫은 사람들의 관심을 돌리기 위한 혁신 경쟁을 벌일 때"라며 "지금은 선거 준비라든지 통합·연대를 고민할 수준은 안 된 것 같다"고 양당 통합론에 선을 긋는 모양새를 취했었다.


하지만 전날 발언이나 이날 발언 모두 아직은 시기상조일 뿐, 결국은 통합한다는 데 방점이 찍혀 있다.


안 대표를 초청한 장제원 의원 역시 "(안 대표가)'아직은 통합의 때가 아니다'고 선을 그었지만, 강연을 들으며 '국민의힘'과 '국민의당'이 정국 상황에 대한 인식, 정권교체에 대한 절실함 그리고 혁신 과제에 대한 방향에 있어 연대와 통합이 결코, 불가능하지 않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평가했다.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도 이날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서 “정권을 교체하려면 힘을 합쳐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고 안 대표의 ‘통합론’에 힘을 보탰다.


다만 그는 “합쳐서 어떤 새로움을 보여줄지 명분도, 내용도 있어야 국민들이 공감할 것”이라며 “그 부분이 먼저”라고 조건을 제시했다.


한마디로 지금은 경쟁하면서 ‘명분’을 만든 후에 양당이 통합해야 한다는 뜻이다.


마치 자유한국당과의 통합을 위해 안간힘을 쓰던 유승민 전 의원의 발언을 녹음기로 듣는 것처럼 등골이 오싹하다. 


유승민도 여러 차례 “지금의 자유한국당과는 통합할 명분이 없다”며 시기상조론을 펼쳤으나 결국 ‘반(反) 조국(전 법무부 장관)’을 명분으로 ‘백기 투항’하고 말았다. 그래서 만들어진 당이 국민의힘 전신인 미래통합당이다.


마치 안 대표가 지금은 시기상조라면서도 ‘반 문재인’을 명분으로 야권이 합쳐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과 너무나 닮은꼴이다.


그러나 통합을 선택한 유승민의 길이 꽃길이 아니듯, 안철수의 길 역시 가시밭길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금 유승민 전 의원의 존재감은 그 어디에서도 찾아보기 어려운 상황이다. 마지못해 이뤄진 ‘불출마 선언’으로 그는 그 흔한 금배지조차 달지 못했다. 한때는 유력 대권 주자로 거론되기도 했지만, 지금 그의 지지율은 바닥이다. 어떻게든 금배지를 한 번 더 달아보려고 통합을 했지만, 금배지는커녕 존재감마저 찾아볼 수 없는 딱한 신세로 전락하고 만 것이다.


그러면 안철수는 다를까?


안 대표가 국민의힘과 통합을 놓고 줄다리기를 하는 건 아마도 내년 4월 예정된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안 대표는 이에 대해 “생각해본 적 없다”고 일축하고 있다. 하지만 안 대표의 복심으로 통하는 이태규 의원은 “안 대표가 서울시장 출마를 생각해본 적도 없고 내부 검토를 한적도 없다”면서도 “원천적으로 배제하진 않는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심지어 “정치가 생물이고 언제 어떻게 살아 뛸 수 있을지 모른다”는 말까지 보탰다.


누가 들어도 서울시장 출마에 방점이 찍혀 있는 발언이다. 하지만 안 대표가 국민의힘에 들어가도 서울시장 후보 자리가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당내에서는 이미 유력 인사들이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되고 있는 탓이다. 그들과 경쟁해야 하는데 쉽지 않다. 그냥 들어갔다가는 안 대표도 유승민 전 의원처럼 분위기에 눌려 “서울시장 불출마 선언‘하는 지경으로 내몰릴 수도 있다.


이것이 ’제3 정당‘ 창당의 주역이면서도 그 정당을 버리고 양당제로 회귀하려는 정치인들의 업보일지도 모른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뉴스댓글 >

주요기사

+

기획/시리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