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서울시장 공천 ‘명분 찾기’ 꼴불견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29 12:4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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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이 쉽사리 ‘무공천’을 선언하지 못하고, 후보 공천을 위한 ‘명분 찾기’에 나선 모양이 참으로 꼴불견이다.


예비후보 등록 기간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이낙연 대표 등 당 지도부가 공천 여부를 확정하지 못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공천해선 안 된다는 것을 자신들이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실제 민주당 당헌(96조 2항)은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다. 내년 4월에 실시 되는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보궐선거는 고 박원순 서울시장과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 비위 문제로 발생한 만큼, 당의 헌법인 당헌에 명시된 대로 후보를 내지 않으면 되는 것이다.


그게 정도다. 그 정도에 반하는 결정을 내리려 하니, 볼썽사납게 국민의 눈치를 살피게 되고, 이런저런 ‘명분 찾기’에 골몰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민주당 내에서도 당헌에 따라 후보를 내선 안 된다는 목소리를 내는 인사들이 없는 건 아니다. 하지만 그런 목소리는 당내 비주류의 주장으로 당의 주류인 친문 인사들의 반대에 묻혀 거의 들리지 않는다.


지난 전당대회 때 당 대표 후보들과 최고위원 후보들 가운데 단 한 사람도 “후보를 내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하지 않은 건 바로 당의 주류인 친문을 의식한 때문일 것이다.


실제로 당시 대부분이 '후보를 내고 심판받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며, 일부가 '당원에게 물어보자'는 의견을 제시했으나, 그건 후보를 내는 책임을 당원들에게 전가하는 것으로 사실상 ‘공천’에 방점이 찍힌 주장일 뿐이다.


그러면 이들은 왜 당헌을 따르지 않고, ‘무조건 공천’을 주장하는 것일까?


사실 국민이 수긍할만한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것도 아니다. 단지 '국민의힘에게 시장 자리를 내어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의 전부다. 


이런 민주당의 태도는 총선 직전 ‘위성정당’을 창당하던 모습과 너무나 닮았다.


지난 총선에 처음으로 도입된 준연동형비례대표제는 거대 패권 양당의 의회독점을 막고 소수정당에도 의석이 골고루 돌아가도록 데 방점이 찍힌 제도다. 그런데 민주당은 미래통합당이 미래한국당이라는 비례위성정당을 만들자 더불어시민당이라는 비례위성정당 창당으로 맞불을 놓았다. 결과적으로 정의당 등 소수정당에 돌아갈 비례 몫을 양당이 도적질한 셈이다.


그때 민주당이 내세운 논리가 '제 1당을 내줄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그냥 비례위성정당을 창당하면 ‘말 바꾸기’라는 비난이 쏟아질 것을 우려해 당시 민주당이 선택한 방법이 바로 '24시간 당원투표'다.


자신들이 말 바꾸기를 한 책임을 당원들에게 떠넘긴 셈이다. 


이번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 공천문제도 그런 방식으로 진행하려는 것 같아 여간 씁쓸한 게 아니다.


하지만, 지난 총선 당시엔 민주당의 말 바꾸기가 결과적으로 민주당을 ‘최대 수혜자’로 만들었지만, 이번 말 바꾸기는 오히려 역효과를 초래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이른바 ‘양치기 소년’의 효과 탓이다.


민주당의 똑같은 거짓말 행태가 되풀이될수록 국민은 민주당을 ‘양치기 소년’으로 인식하게 될 것이고, 결과적으로 민주당은 믿을 수 없는 ‘거짓말 정당’으로 낙인 찍힐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민주당은 이제 욕심을 버리고 당당하게 ‘무공천’을 선언할 필요가 있다.


어차피 말 바꾸기로 후보를 낸다고 해도 민주당은 국민의 지지를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민주당이 후보를 내면 후보단일화 없이 ‘홀로서기’를 하겠다고 선언한 마당이다.


그렇다면 민주당은 차라리 무공천으로 정의당 후보나, 시민후보로 나서는 무소속 후보를 암묵적으로 지원하는 방안을 찾는 게 바람직할 것이다.


단지 '국민의힘에게 시장 자리를 내어 줄 수 없다'는 게 이유의 전부라면, 그런 방안도 있지 않겠는가. 비례위성 정당 창당으로 국민을 한번 속인 것도 모자라 이번에 또 무공천 번복으로 국민을 속인다면, 민주당은 국민의 신뢰를 완전상실하게 될 것이고, 차기 대선은 아예 꿈도 꾸지 못하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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