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의식 희박한 집권세력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07 13:3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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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최근 6년간 지방공무원의 성범죄 발생 건수가 무려 800건에 달했다고 한다.


연도별로 2013년 61건, 2014년 95건, 2015년 108건, 2016년 118건, 2017년 128건, 2018년 146건, 2019년 144건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실제로 지난해 발생 건수는 2013년과 비교하면 약 2.4배로 늘었다. 유형별로는 강간·강제추행이 242건으로 압도적이었다. 이 가운데는 상급자의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가 상당수다.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대체 왜 이런 ‘성범죄’가 유독 지방공무원들에게 많이 발생하는 것일까?


지방단체장들의 희박한 ‘젠더’ 의식이 한몫하고 있다는 생각이다.


오거돈 전 부산시장이 직원 성추행 혐의로 불명예 퇴진한 후 불과 2개월을 조금 지난 시점에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숨진 채 발견되는 불행한 사건이 발생했다.


박 전 시장은 전직 비서로부터 성추행을 당했다며 고소당했고, 그게 변고의 원인이었던 것 같다. 


인권변호사 출신인 박원순은 스스로 ‘페미니스트’를 자처했을 뿐만 아니라, 시장에 취임한 이후에도 줄곧 '성인지 감수성'을 강조해 왔다는 점에서 그의 성추행 소식은 상당한 충격이었다.


앞서 지난 2018년에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왼팔로 불렸던 안희정 전 충남도지시가 비서의 성폭행 폭로로 정치적 사망선고를 받은 바 있다. 당시는 성폭력 피해를 알리는 이른바 '미투'(Me too·나도 당했다) 물결이 노도처럼 번졌던 시기로 국민이 받은 충격은 더욱 컸다.


이런 단체장들의 지휘 아래 있는 지방공무원들이 성범죄에 대한 인식이 희박해지는 건 어쩌면 지극히 당연한 일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성범죄로 낙마한 안희정, 박원순, 오거돈은 모두 더불어민주당 소속이다.
그렇다면 혹시 집권세력의 젠더의식에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닐까?


불행하게도 그럴 개연성이 다분하다.


집권 여당인 민주당은 당의 귀책사유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르게 될 경우, 후보를 내지 않도록 당헌.당규상 아예 못을 박았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에 만든 당헌 96조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선거를 실시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따라서 일반 상식을 지닌 국민이라면 당연히 민주당이 내년 4월 실시예정인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보궐선거에 ‘무공천’할 것이라 여겼을 것이다.


그런데 그게 아니다. 최근 여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을 종합해보면 당헌.당규를 자신들의 입맛에 맞게 뜯어고쳐서라도 후보를 내겠다는 의지가 엿보인다.


그것도 자신들의 손에 직접 오물을 묻히지 않고, 당원들에게 떠넘기는 파렴치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실제로 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당의 귀책사유로 인해 보궐선거를 치를 때 후보를 내지 않도록 규정한 당헌에 대해 "당시에 중요하게 된 것은 부정부패, 선거법 위반이었기 때문에 지금 사안과는 조금 달랐다"고 설명했다. 


이는 ‘성범죄’가 ‘부정부패’나 ‘선거법’과 같은 중대한 잘못이 아니라는 의미로 들린다. 따라서 후보를 내고 국민에게 평가받는 것이 맞다는 게 홍익표의 견해다.


과연 그럴까?


아니다. 오히려 단체장의 지위를 이용한 성범죄는 그 어떤 유형의 범죄보다도 심각하고 중대한 잘못이다. 홍 의원과 같은 안일한 젠더의식이 결국 지방공무원들의 성범죄를 늘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더구나 국민의식에 반하는 당헌.당규 개정에 대한 책임을 당 지도부나 국회의원들이 지지 않고 일반 당원들에게 떠넘기려는 태도를 보이는 것은 대단히 잘못됐다.

 

실제로 서울시장 출마를 꿈꾸는 우상호 의원은 “11월에 전당원 투표로 결정하면 당원들의 결정에 따르는 게 가장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국회의원이나 지도부가 논쟁하는 것 자체가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얼핏 당원들의 의사를 존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상 그들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것에 불과한 술책이라는 점에서 동의하기 어렵다.


최근 집권세력 지지대열에서 이탈자가 속출하는 데에는 이런 민주당의 희박한 ‘성범죄’ 인식이 한몫하고 있음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누가 뭐래도 서울과 부산은 ‘무공천’이 답이다. ‘공천’을 강행하면서 그 책임을 당원에게 떠넘기려는 시도는 즉각 중단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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