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태섭은 ‘남자 이언주’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18 13:42: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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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더불어민주당을 탈당한 금태섭 전 의원에게는 “남자 이언주”라는 달갑지 않은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친문 성향의 민주당 지지자들이 탈당 당시에 붙여준 꼬리표다.


본인으로선 상당히 기분 나쁠 수도 있겠지만, 탈당 이후의 그의 행보를 보면 ‘남자 이언주’를 연상하게 만든 것은 사실이다.


18일 현재 네이버를 비롯한 주요 포털에선 금태섭 전 의원을 향해 "남자 이언주냐" "민주당에서 바른 소리 좀 했다고 서울시장 감이 되냐", "그동안 민주당을 욕한 것은 명분 쌓기였구나"라는 비판의 댓글이 잇따르고 있다.


친문 성향의 네티즌뿐만 아니라. 보수 및 중도 성향의 네티즌까지 그의 행보를 비판하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내년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가능성을 시사한 게 발단이다.


물론 정치인이 선거에 출마한다는 데, 그걸 나무랄 수는 없다. 문제는 두루뭉술하게 제1야당 입당 가능성을 내비쳤다는 점이다.


실제로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힘 초선의원 모임 '명불허전'에 강연자로 나선 그는 내년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에 대해 “책임감을 갖고 깊게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빙빙 돌리기는 했지만, 한마디로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그는 무소속으로 출마하는 것인가. 그는 민주당을 탈당한 이후 아무런 당적을 갖지 않았기 때문에 현재 무소속 신분이다. 따라서 출마한다면 당연히 무소속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런데 그런 것 같지 않다. 그의 말을 찬찬히 살펴보면 아무래도 제1야당인 국민의힘 간판을 달고 출마하려는 것처럼 보인다.


물론 그는 “제가 제3지대로 갈 수밖에 없다”고 말하기는 했다. 하지만 거기엔 "국민이 양쪽에서 희망을 찾을 수 없으면“이라는 단서 조항이 붙었다. 


즉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이 국민에게 버림을 받으면, 그때는 무소속으로 출마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무소속으로는 당선 가능성이 희박하면 그때 가서 국민의힘에 입당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금태섭 전 의원도 그런 뜻을 굳이 감추려 하지 않았다.


그는 "바로 (국민의힘에)입당하는 것이 도움 된다고 보지 않는다"면서도 "그런데 야권이 변화해서 대안이 된다면 함께 할 것"이라고 말했다.


심지어 그는 ”탈당해서 국민의힘에 가서 경선하는 것은 국민이 보시기에 좋아 보이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국민의힘에서 양보해달라고 하면 그렇게 할 수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국민이 보기에 좋지 않겠지만, 국민의힘에서 ‘양보’, 즉 ‘입당’을 요청하면 입당해서 경선을 치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어디서 많이 들어본 ‘레토릭(rhetoric)’같다.


유승민 전 바른미래당 의원이 연상되는 말이다. 


그는 바른미래당에서 좋은 조건으로 제1야당에 입당하기 위해 쿠데타를 일으켰고, 그게 실패하자 통합협상용 정당을 창당해 통합논의를 이어 갔고, 결국 제1야당에 입당하는 쾌거를 이루었다. 그런데 그는 당시 ‘통합하느냐’는 질문이 나오면, 항상 ‘제1야당이 변화하면’이라는 단서를 달았었다. 금태섭 전 의원이 ‘야권이 변화해서 대안이 된다면’이라는 단서 조항과 너무나 닮았다.


그러다 보니 민주당을 탈당하고 돌고 돌아 결국 제1야당에 입당한 이언주 의원을 빗대 ‘남자 이언주’라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비록 실패하는 한이 있더라도 금태섭 전 의원은 ‘시민후보’라는 이름으로 당당하게 무소속 출마를 선언하는 게 바람직하다. 만일 그가 이를 거부하고, 국민의힘에 기대어 편하게 선거를 치르고자 할 경우, 시민들은 그가 아닌 다른 누군가를 찾아내 반드시 ‘시민후보’로 출마시키려 할 것이다. 그게 민심이다. 그렇게 되면 금태섭 전 의원은 영원히 ‘남자 이언주’ 혹은 ‘제2의 유승민’이라는 꼬리표를 떼어내지 못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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