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햇살] 민주당, ‘양치기 소년’ 되려는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14 13:4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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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어느 날 양치는 소년이 거짓말로 “늑대가 나타났다”고 큰소리로 외쳤다.


동네 어른들은 그 거짓말에 속아 무기를 들고 ‘우르르’ 몰려 왔지만, 늑대는 없었다. 양치기 소년은 이런 거짓말을 한 번만 한 것이 아니라 여러 번 반복했다. 그때마다 어른들은 번번이 속았다. 그런데 어느 날 정말로 늑대가 나타났다. 소년이 다급하게 도움을 요청했지만, 양치기 소년의 말을 믿지 않게 된 동네 어른들은 아무도 도우러 가지 않았다. 결국, 양치기 소년이 돌보던 모든 양은 늑대에게 잡아먹히고 말았다.


이솝 우화에 나오는 이야기다.


그런데 더불어민주당이 그런 ‘양치기 소년’을 닮아 가는 것 같아 걱정이다.


지난 4.15 총선 당시 민주당은 제1야당이 비례용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을 만들자 "꼼수"라고 강력비판하면서 자신들은 그런 짓을 하지 않을 것처럼 하다가 은근슬쩍 자신들도 비례용 위성정당인 ‘더불어시민당’을 만들고 말았다.


민주당 내부에서 "소탐대실이다", "눈앞의 유불리보다 원칙을 지키자"는 반대 의견이 있었지만 모두 무시됐다. 결과적으로 국민을 감쪽같이 속인 것이다.


그런 거짓이 한 번이라면 몰라도, 그런 행위가 반복되면 공당으로서 신뢰를 상실해 결국 ‘양치기 소년’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민주당의 태도를 보면 그럴 가능성이 매우 크다. 


민주당 당헌 96조 2항에는 '당 소속 선출직 공직자가 부정부패 사건 등 중대한 잘못으로 그 직위를 상실해 재·보궐 선거를 하게 된 경우 해당 선거구에 후보자를 추천하지 않는다'고 돼있다. 이 규정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를 맡았던 지난 2015년 혁신안으로 만든 것이다.


이 규정대로라면 민주당은 성추문 사건으로 시장직에서 물러난 오거돈 전 부산시장과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귀책사유’로 치르는 내년 보궐선거에 후보를 낼 수 없다.


민주당은 당연히 그 규정을 따르는 게 맞다.


민주당 부산시당위원장인 전재수 의원도 최근 한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확실하게 죽을 때만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면서 "악순환 고리를 끊는다는 입장에서 한 번쯤은 ‘무공천’하는 것이 맞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범여권으로 분류되는 정의당 김종철 대표도 “정치의 기본은 신뢰다. 당헌·당규를 만들 때는 ‘지키겠습니다. 지지해 주십시오’라고 했다가 현실적으로 지키기 어렵다고 해서 (입장을) 바꾸면 국민이 ‘저기도 똑같네?’라고 생각할 것”이라며 후보를 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그럴 생각이 전혀 없는 것 같다.


실제로 이낙연 대표의 정무실장인 김영배 의원은 “겸허하게 여러 말을 듣고 있다. 한편으로는 정부 여당으로서 가지고 있는 국정에 대한 책임 때문에 국민과 어떻게 교감해야 할지 고민 중”이라며 “조만간 내부에서 공론화를 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한마디로 당헌 개정문제를 공론화해서 후보를 낼 명분을 만들어 내겠다는 것이다.


결과적으로 국민을 또 한 번 속이게 되는 셈이다.


그 후유증은 매우 심각할 것이다. 분노한 국민은 ‘민주당=양치기 소년’으로 규정할 것이고, 향후 민주당이 어떤 약속을 하든 믿지 않을 것이다. 단순히 내년 4월 보궐선거에만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차기 대선까지 영향을 미쳐 재집권은 아예 꿈도 꿀 수 없는 참담한 지경으로 내몰릴 수 있다는 뜻이다.


양치기 소년의 반복된 거짓말이 결과적으로 자신이 돌보던 모든 양을 늑대의 먹이로 내어주었듯, 민주당의 반복되는 ‘말 바꾸기’가 정권을 야당에 내어주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따라서 이번만큼은 반드시 약속을 지키는 공당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이낙연 대표의 결단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다만 대통령 후보 경선 과정에서 친문 진영의 지지를 기대하는 이 대표가 “후보를 내라”는 ‘대깨문’의 요구를 외면하고, 당당하게 정도를 걸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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