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의 주인은 당원인가, 시민인가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1-17 13:5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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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여야 각 당은 이구동성으로 ‘당의 주인은 당원’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말뿐이다.


정당은 당원들의 조직이고, 그 정당에는 ‘당원 주권’이란 게 있다. 정당이 당원의 의견을 중시해야 한다는 건 상식이고 원칙이다.


그런데 선거 때만 되면, 정작 당의 주인이라는 당원들의 의견은 무시당하기 일쑤다.


실제로 국민의힘이 내년 서울·부산시장 보궐선거 후보 결정 과정에서 당원투표 비율을 대폭 낮추기로 했다. 


이른바 '시민후보'를 찾아 승리하기 위한 전략이라는데, 이건 코미디다.


정당 공천을 받은 후보가 어떻게 ‘시민후보’가 되겠는가. 오히려 ‘가짜 시민후보’라며 조롱을 받을 개연성이 다분하다.


그런데도 국민의힘 경선위는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의 뜻에 따라 1차 컷오프에는 아예 당원의 뜻을 묻지 않기로 했으며, 본경선에서도 기존 당규에 명시된 ‘50% 선거인단 비율’을 20%로 크게 낮춰 버렸다. 이에 당원들의 분노가 폭발했다.


경선준비위가 지난달 30일 차기 부산시장과 관련한 지역 민심을 청취한다며 개최한 부산지역 공청회에서는 당원들이 집단으로 "이 당의 주인은 당원이 아니냐"라며 격렬하게 항의하는 일까지 빚어졌다.


지난 12일 국민의힘 PK 초선 의원 모임에서도 이 문제가 도마 위에 올랐다. 


이 자리에서 모 의원은 “재·보궐 선거는 투표율이 50%도 안 되고, 조직선거로 진행되는데 당원들을 배제해서 어떻게 부산시장 선거에서 이기느냐”고 따졌고, 또 다른 의원은 “이런 식으로 하려면 우리가 ‘100만 당원 모집 운동’을 왜 전개하느냐”고 항변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 왜 경선위는 ‘당원 의견’을 무시하고, ‘여론조사’에 큰 비중을 둔 것일까?


그들의 해명이 가관이다. 


경선위는 '선거 승리'가 최우선이라는 점을 강조했다고 한다. 즉 '시민이 참여해야 이긴다'는 논리다.


이게 얼마나 황당한 주장인가.


한마디로 ‘당의 주인’인 당원들이 후보를 선출하면 패하고, ‘당의 손님’격인 일반 시민들의 여론조사로 후보를 선출하면 이긴다는 것인데, 그렇다면 그 정당은 존재할 이유가 없다.


국민과 당의 주인인 당원들의 생각이 다른 정당이 존재할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사실 김종인 위원장이나 그가 끌어들인 사람들은 당의 주인이 아니다. 그들은 잠시 머물다 갈 사람들로 당의 주인은 어디까지나 꼬박꼬박 당비를 내면서 어려운 환경에서도 당을 지켜온 당원들이다. 따라서 후보 선출과정에 그런 당원들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도록 하는 것은 당원 주권의 기본 원칙이자 당원에 대한 도리다.


사실 공천과정에 일반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변칙적인 방법을 최초로 동원한 것은 노무현 대통령의 ‘참여정부’ 당시 집권당이었던 열린우리당이다. 그 당이 각종 선거에서 패배하자 이른바 ‘국민참여경선’이라는 명분으로 돌파구를 모색했지만, 결과는 어떤가. 당원들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결국 열린우리당은 문을 닫고 말았다. 


그 뒤를 따르는 국민의힘 모습이 참으로 한심하다.


6석 소수 정당에 불과 하지만 흔들림 없이 굳건히 당을 유지하고 있는 정의당과 대비된다.


물론 정의당도 지난 총선 당시에는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하기 위해 시민 선거인단을 모집하고 개방형 경선을 진행하기는 했다. 하지만 그 비율은 진성당원 70%, 일반 시민선거인단 30%로 당원의 의견을 더욱 존중했다. 그런 정의당의 모습이 작지만 강한 당을 만드는 원동력이 된 것이다.


정당 민주주의를 부르짖으면서도 정작 가장 민주적인 당원투표를 거부하고 변칙을 일삼는 정당이라면 희망이 없다. 집권당인 더불어민주당도 마찬가지다.


귀책사유 무공천 규정을 바꿀 때는 당원투표로 의견을 물으면서도 정작 후보를 선출할 때에는 당원의 권리를 박탈하거나 축소하는 행위를 일삼고 있는 게 현 집권당이다.


책임을 물을 때는 당원에게, 그리고 후보 선출 권리는 시민에게 주는 그런 정당이라면 굳이 당원으로 남아 있을 이유가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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