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남색’ 대신 ‘손학규’를 뺀 결과는?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2-23 13:5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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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오는 24일 대표직에서 물러난다.


지난 2018년 9·2 전당대회를 통해 당 대표에 오른 지 541일만이다. 


손 대표의 재임기간은 그야말로 피를 말리는 시간의 연속이었다. 그는 당선 후 불과 3개월 만에 단식에 돌입해야했다. ‘승자독식’의 잘못된 선거제도로 인해 민의가 왜곡되고, 그로인해 거대양당이 기득권을 유지하게 되는 것을 바로잡아야 한다는 신념에서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에 사활을 걸었던 것이다. 당시 그는 10일 간의 단식으로 몸무게가 무려 7kg이나 빠졌다, 그야말로 목숨을 건 단식이었다. 


그는 당시 임종석 대통령 비서실장으로부터 ‘선거제 개혁을 위한 5당 합의를 존중 한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메시지를 전달받은 뒤에야 몸을 일으켰다. 아마도 그런 메시지가 없었다면 그는 단식과정에서 목숨을 잃었을지도 모른다. 실제로 그는 필자에게 종종 “그 때 진짜 죽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회상하기도 했다.


아무튼 그의 단식은 결실을 맺었고, 이후 패스트트랙 과정을 거치면서 가까스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도입될 수 있었던 것이다. 이에 따라 비로소 국민의 다양한 목소리가 국회에 반영될 수 있는 다당제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그러나 이런 성과에도 그는 대표 재임 기간 내내 ‘사퇴요구’에 시달려야만 했다.


제3당으로는 선거를 치르기 어렵다고 판단한 유승민계와 안철수계가 당내에서 쿠데타를 일으킨 것이었다. 쿠데타의 목적은 당권을 찬탈해 보다 유리한 입장에서 제1야당에 들어가기 위함이었다. 


실제로 쿠데타에 실패한 유승민계는 이후 자유한국당과의 협상용 창구에 불과한 새로운보수당을 만들었고, 결국 한국당이 주도하는 미래통합당에 흡수되고 말았다. 안철수계 역시 김중로 의원과 이동섭 의원은 이미 미래통합에 합류했으며, 남은 사람들 가운데서도 추가 이탈자가 나올 가능성이 농후한 상황이다.


당시 손 대표의 버티기는 ‘노욕’으로 그려졌으나, 지금은 ‘보수당에 당을 헐값에 팔아넘기려는 자들로부터 온전하게 당을 지켜냈다’는 새로운 평가를 받게 됐다. 


사실 손 대표의 의지는 확고했다.


바른미래당이 제3지대의 중심이 되어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등 거대 양당세력, 그러니까 ‘신적폐’와 ‘구적폐’ 세력에 염증을 느낀 다수의 국민 기대를 모아 새로운 정치를 보여주겠다는 것이었다. 


그 일환으로 손 대표는 젊은 정치세력과 손잡으려 했다. 이른바 청년정당을 파트너로 하고, 새로운 정치를 실현하겠다는 것이다. 이런 손 대표의 진정성에 감동한 정국진 전 브랜드뉴파티 대외협력 국장은 ‘청년내일개헌포럼’ 회원들을 이끌고 바른미래당에 입당하기도 했다.


하지만 당 안팎 호남계 의원들은 집요하게 ‘호남통합’을 요구하며 손학규 대표에게 압력을 가했다. 당내에서도 ‘기호 3번’으로 출마하게 해달라는 요청이 쇄도했다.


결국 손 대표는 지난 20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24일 대안신당과 민주평화당이 합당하기로 결정했다. 저는 그날부로 당 대표에 사임하고 평당원으로 가겠다"고 밝혔다.


이로 인해 손 대표는 ‘호남당’을 탄생시킨 정치인이라는 오점을 남기게 될지도 모른다.


양당제로 복귀하려는 구태정치인들로부터 당을 지켜낸 그가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하고 결국 ‘호남’의 압력 압에 결국 무릎을 꿇은 것이다. 이로써 그가 지켜내고자 했던 ‘제3 정당’의 가치는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 


그게 무척 안타깝다. 하지만 손학규 대표를 끝내 지켜내지 못하고 호남계에 동조한 다른 지역의 모든 예비후보들이 치를 대가는 가혹할 것이다.


호남당 이미지를 벗으려면 전국적인 지명도를 지닌 손학규 대표가 당권을 지키도록 했어야 했다. 그러나 호남 구태세력은 그를 밀어내고 결국 스스로 ‘호남 자민련’이라는 낙인을 찍게 만들고 말았다. 거기에 바른미래당 사람들도 동조했다. 이로 인해 호남 의원 몇 명은 구제가 되겠지만 그 이외의 지역은 아예 궤멸 당하고 말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호남에서 승리한다는 보장도 없다. 오히려 특정 지역에서 의석을 얻기 위해 선거를 앞두고 이합집산하는 세력에 대해선 지역 민심이 혹독한 심판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하지만 어쩌겠는가. 모든 건 자업자득인 것을. 


이는 ‘호남색’을 빼야 하는데, 오히려 ‘손학규’를 뺀 사람들이 자초한 일 로 그 참혹한 결과에 대해선 그들이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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