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역과 장미 한 송이

시민일보 / siminilbo@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7-28 13:5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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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준희 서울 관악구청장
 

▲ 박준희 관악구청장
코로나19로 인해 전세계가 극심한 고통을 겪은 지 벌써 반년이 훌쩍 넘었다. 솔직히 코로나19 사태가 막 시작됐을 무렵에는 우리 사회가 이렇게 오래도록 혼돈에 빠질 줄은 몰랐다. 엎친 데 덮쳐 무더위까지 찾아온 지금, 그간 감염병 대처 상황을 보면 ‘K-방역’이 세계표준이라는 말처럼 대한민국은 세계를 이끄는 방역 선두국가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결과는 모두의 일치단결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다. 예기치 못한 어려움에도 공동체 의식으로 방역지침을 잘 준수한 국민, 컨트롤타워인 중앙정부(질병관리본부), 손발처럼 움직인 지방자치단체, 최전선에서 사투를 벌인 의료진 등이다.

지자체 창의정책·선제대응 빛 발해

특히 지방자치단체의 창의적인 정책과 선제적 대응이 큰 빛을 발했다. 관악구의 경우 청소 살수차를 급히 방역차로 전환시켰고 지역 내 병원은 비접촉 검사를 위한 ‘워크 스루’를 세계 최초로 개발했다.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긴급재난지원금의 신속한 지급, 건물주들을 설득하는 ‘착한 임대인 운동’ 동참, 구내식당 가림막 설치, 저소득층과 고위험 주민에 대한 특별대책 등 방역과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공무원들의 아이디어가 줄을 이었다.

구의 모든 행정력과 자원이 방역에 집중되고 있지만 주민 생활에 불편을 끼치지 않도록 일상적인 지방행정과 민원서비스에도 차질이 없어야 한다. 때문에 지금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생활방역과 일상행정이라는 ‘두마리 토끼 잡기’에 애를 쓰고 있다. 그런 사정을 너무 잘 아는 구청장으로서 ‘고생이 많다’는 격려의 말밖에 할 수 없어 안타까울 뿐이다.

오늘도 각 동주민센터는 말할 것도 없고 구 청사에는 민원인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주민들 편의를 위해 구청 1층에 마련한 주민·구청장 소통공간 ‘관악청’과 여권·개인정보 관련 서류를 발급하는 대민부서 등이다. 2층 세금 관련 부서까지 구청을 찾는 주민들 대부분이 업무를 보는 공간이다.

현장에서 주민을 맞는 민원창구 공무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이전보다 더욱 각별히 신경을 써야 한다. 비말 차단을 위해 설치한 투명 가림막과 마스크 착용으로 인해 민원처리를 할 때 주민들 불편이 가중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

취임 2주년 ‘꽃을 든 남자’가 되다

어느 날인가 한 동주민센터를 방문했는데 1층 민원실에서 큰소리가 나고 있었다. 민원을 접수하기 위해 방문한 한 어르신께서 귀가 잘 들리지 않아 응대하는 직원이 큰 목소리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어떻게든 최선을 다하려는 직원의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 알아보니 이제 막 공무원 생활을 시작한 신입이라고 했다. 순간 나도 모르게 마음이 울컥했다.

지난 7월 1일은 구청장으로 취임한 지 2주년이 되는 날이었다. 코로나19가 아니었다면 기념 행사를 했겠지만 모두 취소하고 주민들에 감사의 마음을 담은 문자만 전했다. 그때 불현듯 동주민센터의 그 직원이 생각났다.

코로나19와 민원으로 고생하는 직원들을 위해 ‘꽃을 든 남자’가 돼보는 것도 뜻 깊겠다 싶었다. 2020년 7월 1일 아침, 보건소 선별진료소를 찾아 무더위 속에 고생하는 의료진에 빨간 장미를 한송이씩 선물했다. 각 분야에서 업무를 충실히 수행하고 있는 전 직원에게도 장미 한송이씩을 전했다.

1583송이의 빨간 장미꽃이 코로나19로 지친 공직자들을 달랠 특별한 선물이 됐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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