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례한국당’ 꼼수 통할까?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2-26 13:5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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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자유한국당이 ‘비례한국당’ 창당 카드를 만지작거리면서 더불어민주당도 비례민주당 창당을 검토하고 있다며 덤터기를 씌운다.


한마디로 우리가 ‘꼼수’를 부리는 나쁜 놈이긴 하지만 너희도 ‘꼼수’를 생각하기는 마찬가지라는 거다.


앞서 김재원 정책위의장은 전날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바로 비례한국당을 결성하기로 했다"며 "민주당도 '비례민주당'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한바 있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정춘숙 민주당 원내대변인은 26일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저희가 한국당처럼 ‘비례민주당’ 이런 걸 만들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일축했다.


그 이유에 대해 “선거제 개혁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여 다양한 목소리, 의사를 제대로 전달하자는 취지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맞는 말이다. 정치개혁의 결실이 목전에 다가오자, 선거법 협상은 외면한 채 꼭두각시 '가짜 정당'까지 동원해 준 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혜택만 가로채겠다는 한국당의 발상은 비난 받아 마땅하다. 개혁을 주창하는 민주당이 그런 꼼수에 동참하지 않을 거라는 건 상식이다.


그런데 꼼수정치로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유지해 온 사람들의 생각은 다른 것 같다. 정상적인 사고를 지닌 정치인이라면 자신이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정도의 길을 가야한다고 생각하지만 정치 일생동안 주판알만 튕겨온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슨 짓을 해도 괜찮다는 사고를 당연시 한다.


실제로 새누리당을 탈당하고 바른정당에 합류했다가, 다시 바른미래당과 통합한지 불과 1년 여 만에 탈당해 ‘새로운보수당’을 창당하는 등 자신의 이해관계만 쫓았던 유승민 의원은 이날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새보수당 창당준비위 비전회의에서 "아직 문재인 정권이 2년 남았는데 민주당은 자유한국당과 비례한국당이 원내 1당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는 사람들이다. 지금 안 만들겠다고 하지만 분명 비례민주당도 생길 것"이라고 전망했다.


국민의당이 바른정당과 통합할 당시 떨어져 나와 민주평화당 창당에 앞장섰다가 다시 탈당해 대안신당에 합류한 박지원 의원도 "정당이 선거를 이기기 위해서는 별 묘수를 다 쓰고, 결국 꼼수가 정수를 이기는 경우가 많다"며 '비례민주당'의 가능성을 점쳤다.


사실 유승민 의원과 박지원 의원은 짧은 기간에 소속 정당을 몇 차례나 바꾸었듯, 정상적인 정치인들과는 거리가 먼 비정상적인 정치행보를 보였던 사람들이다. 오죽하면 여의도 정가에서 이들을 ‘꼼수의 달인’이라고 평가하겠는가.


그런 비정상적인 사람들은 민주당도 당연히 꼼수, 즉 ‘비례민주당’을 만들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게 온당한 길이 아니라는 걸 알기에 민주당은 결코 비례민주당을 만들지 않을 것이라는 게 필자의 판단이다.


그리고 한국당도 말만 그렇지 실제로 ‘비례한국당’을 창당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왜냐하면 국민이 그런 ‘꼼수’를 용납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한국당 전통 텃밭인 영남권에서는 설사 비례한국당을 만든다고 해도 지역구 후보들에게 미칠 영향은 그리 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불과 수천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수도권 지역 후보들에게 있어선 치명타가 될 수밖에 없다. 꼼수로 비례 몇 석을 더 얻으려다가 지역구 후보들이 줄초상을 치르는 불행한 사태를 맞게 될 것은 불 보듯 빤하다. 


국민의 높은 수준을 믿지 못하겠다면 어디 한번 ‘비례한국당’을 만들어 보라. 그 대가가 얼마나 가혹할지는 총선 이후에 알게 될 것이고, 그로 인해 황교안 대표는 정치권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지게 될 것이다. 


지금 한국당은 '4+1 협의체'(민주당·바른미래당 당권파·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가 비례한국당 창당 시도를 막기 위해 새로운 선거법 수정안을 준비하고 있다고 주장하는데, 그 역시 사실이 아니다. 또 그럴 필요조차 없다.


한국당이 수도권 지역구에서 궤멸하더라도 비례 몇 석을 더 건지는 꼭두각시 위성정당을 만들겠다고 하면 그렇게 하도록 놔둬라. 그들이 총선 이후 스스로 소멸되는 길을 택하겠다는 데 그걸 굳이 나서서 말릴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가뜩이나 천박한 이기심만 팽배해 있다는 평가를 받는 한국당이 ‘감동의 정치’는커녕 되레 ‘꼼수의 정치’를 구사한다면 그날로 한국당은 끝이다. 적지 않은 유권자들이 이미 심정적으로는 한국당에 사망 선고를 내렸다는 사실을 명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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