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1 협의체’ vs. ‘1+2 보수 동맹’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19-12-11 14:0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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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지금 여의도 정가는 12월 한겨울의 추위처럼 급속히 얼어붙었다.


개혁을 추진하려는 '4+1 협의체'와 이에 맞서 기득권을 수호하려는 ‘1+2 보수 동맹’ 간에 갈등 탓이다.


'4+1 협의체'란 예산안과 패스트트랙에 올린 개혁 법안에 대해 공조체제를 이루고 있는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정의당.민주평화당.대안신당을 일컫는 것이고, ‘1+2 보수 동맹’이란 개혁 법안을 저지하기 위해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똘똘’ 뭉친 바른미래당 비당권파로 구성된 '변화와 혁신'(변혁·가칭), 우리공화당을 지칭하는 것이다.


지금 국회 전선은 그렇게 양쪽으로 명확하게 갈라져 있다.


실제로 보수통합 대상인 한국당과 변혁, 우리공화당은 11일 끈끈한 보수 동맹관계가 어떤 것인지, 그 모습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이들은 마치 약속이나 한 듯, 같은 날 한 치의 오차도 없이 똑 같은 목소리를 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는 이날 국회 로텐더홀에서 열린 '예산안 날치기 세금도둑 규탄대회'에서 전날 ‘4+1협의체’의 예산안 강행처리를 “날치기”로 규정하며, 특히 선거법 개정안에 대해선 "정말 목숨 걸고 막아내겠다. 대한민국이 무너지는 것을 그냥 앉아 볼 수 없다"고 강경 저지 방침을 피력했다.


그러자 권성주 변혁 대변인이 이날 논평에서 "집권여당 1과 그 이중대 위성세력 4가 끼리끼리 야합해 국회를 어떻게 농락할 수 있는지 어젯밤 날치기는 똑똑히 보여주었다"며 "당장 오늘부터 그들의 꼼수를 제도화하려는 선거법 개악을 막아야 한다"고 화답했다. 그 모습이 흡사 황 대표의 말을 그대로 따라하는 앵무새를 닮았다.


방미 중인 홍문종 우리공화당 공동대표도 이날 새벽 워싱턴 현지에서 페이스북을 통해 "일찌감치, 정권의 조력자로 전락한 위성야당들과 조악한 협잡으로 얼룩질 국회의 비운을 경고한 바 있다"며 "억장이 무너질 일이 현실로 닥친 것"이라고 가세했다.


결과적으로 보수 세력인 한국당과 변혁, 공화당이 보수통합 과정에서 서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주도권 다툼을 벌이는 모양새이지만 실제는 일심동체(一心同體)라는 사실이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셈이다.


이에 반해 '4+1 협의체' 공조는 상대적으로 너무 느슨하다.


물론 ‘1+2 보수 동맹’처럼 ‘보수’라는 이념아래 맹목적으로 결속하는 것이 아니라 사안에 따라 시시비비를 가려가면서 때로는 공조하고 때로는 견제하다보니 그럴 수밖에 없겠지만, 보다 근본적인 원인은 집권당인 민주당의 미온적인 태도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이번 예산안 정국에서 ‘4+1 협의체’의 결속력을 확인했다는 점일 것이다. 실제로 ‘4+1 협의체’는 정기국회 마지막 날인 10일 자정 무렵 한국당을 제외한 채 내년도 예산안을 통과시켰다. 재석 162인 중 찬성 156표, 반대 3표, 기권 3표였다. 


선거법과 공수처법 등 패스트트랙에 오른 법안 처리가 ‘4+1 협의체’의 힘만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 준 것이다. 게다가 4+1 협의체는 이미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를 위한 임시회 소집도 요구한 상황이다.


그런데도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마지막 순간까지 대화는 계속하겠다. 한국당이 지연전술을 펴더라도 대화의 문을 닫지 않겠다”며 “실낱같은 합의 가능성이 있으면 마지막까지 포기 않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예정됐던 임시회 본회의마저 미루고 말았다. 정말 민주당이 선거법 개정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조차 잘 모르겠다. 물론 패스트트랙 법안에 대한 4+1 협의체와의 논의를 계속 진행하는 동시에 한국당의 상황을 지켜보며 숨을 돌리겠다는 의도이겠지만, 예산안 처리 과정에서 필리버스터 철회 약속을 번복하는 등 뒤통수를 친 한국당과의 협상은 더 이상 힘든 상황 아닌가.


따라서 민주당은 한국당과 협상보다는 4+1 협의체와의 논의, 그리고 단결력을 다지는 데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4+1 협의체가 예산안 처리를 통해 공조의 힘을 확인한 이상 패스트트랙 법안 처리 과정에서도 공조의 힘을 발휘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을 것이다. 


더구나 한국당을 중심으로 변혁과 공화당이 ‘1+2 보수 동맹’을 맺고 있는 상황에서 나머지 세력이 더욱 단결해 반드시 개혁을 이루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마당이다. 따라서 민주당은 이제 좌고우면 할 게 아니라 선거법 개정안을 보다 전향적으로 검토해 연동형 비율을 높이는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만 개혁저지에 나선 ‘1+2 보수 동맹’에 맞서는 힘이 생기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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