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에 ‘문세권’이라니...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6-30 14: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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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홍보수석을 지낸 조기숙 이화여대 국제대학원 교수가 최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는 글을 잇달아 올렸다.


조 교수는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국민이 실험대상도 아니고 아무리 대책을 내놔도 먹히지 않으면 다양한 의견을 청취해서 정책에 변화를 가져오는 게 당연한 것”이라며 “교육은 포기했어도 애정이 있기에 부동산만큼은 중간이라도 가면 좋겠다”고 밝혔다.


한마디로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은 ‘중간’도 안 되는 낙제점이라는 것이다. 


강성 골수 친노 인사인 조 교수가 이런 판단을 내릴 정도라면, 부동산 문제는 보통 심각한 게 아닌 것 같다.


실제로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 신년사에서 취임 이전으로 집값을 낮출 것이라고 약속했지만 현실은 정반대로 가고 있다. 


오죽하면 소득주도형 성장이 아니라 부동산 불로소득 주도형 성장이라는 비아냥거림이 나오겠는가.


청와대는 지난 연말 집이 두 채 이상인 고위공직자에게 실거주용 한 채를 제외하고는 모두 처분하라고 지시했지만, 대부분은 콧방귀도 뀌지 않았다고 한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달콤한 맛에 취한 탓이다. 이들이 추진하는 부동산 정책이 제대로 된 방향으로 나아가겠는가.


이런 현상을 조롱하듯 공희준 씨는 최근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세권(文勢圈)을 아시나요’라는 제목의 글을 통해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는 “역세권 하나 달랑 갖고는 이제는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에서 명함도 내밀지 못하는 상황이다. 더블 역세권은 기본이고, 트리플 역세권 정도는 되어야 길거리에서 소비자들 상대로 분양광고 전단지라도 돌릴 수 있는 세상”이라며 “역세권을 시발로 학교가 가깝다고 하는 학세권, 공원이 주변에 자리해 있다고 하는 공세권까자 각종 세권들이 줄줄이 등장해왔다”고 했다,


이어 “그렇다면 2020년 현재, 궁극의 프리미엄 부동산은 어떤 물건들일까?”라고 반문한 후 “문재인 정부의 청와대 참모들이, 경제부처 고관대작들이,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내로라하는 정치인들이 거주하는 지역을 의미하는 ‘문세권’에 위치한 집들”이라고 단언했다.


그 이유에 대해 공씨는 “이들이 보유한 부동산의 가격은 현 정권 출범이래, 줄곧 거침없이 치솟아왔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문세권의 압권은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보유한 서초구 방배동의 삼익아파트가 이런저런 규제들에 묶여 재건축이 불허되거나 지지부진한 다른 강남권 아파트들과 달리 비교적 일사천리로 재건축 사업이 진행되어온 사실에 있다”며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의 집이 있는 잠실의 아시아선수촌 아파트도 재건축 이야기가 벌써부터 모락모락 솟아나고 있음은 물론이다. 이곳 역시나 문세권 프리미엄의 포스이자 위엄”이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문 대통령 집권 이후 3년간 21차례나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는데, 그 대책이란 것이 대부분 핀셋·땜질·뒷북·특혜 대책으로 사실상 ‘문세권’을 형성하는 데 도우미 역할을 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울 것이다.


물론 현 정부 집권 이후 부동산 가격이 폭등한 원인이 ‘문세권’ 탓만은 아닐 것이다.


임대사업자에게 주는 과도한 특혜나 무주택 세입자 주거 안정에 미온적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등도 부동산 가격폭등의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하지만 국민의 가슴에 분노의 불을 지르는 건 역시 ‘문세권’이다. 


공희준 씨는 “개발호재의 끝판왕 ‘문세권’을 무조건 노리시기 바란다. 문세권 아파트의 대장인 서초구 방배동의 삼익아파트, 온갖 별의별 규제들에 꽁꽁 묶인 서울 강남 지역의 다른 아파트 단지들과 비교해 재건축 술술 진행되는 모습을 보라”며 “수단방법 가리지 않고 문세권에 주택 구입, 필자처럼 사회생활 어눌한 사람조차 명확하게 알고 있는 문재인 시대의 최고로 알찬 재테크 방법이자 가장 확실한 재산증식 수단”이라고 꼬집었다.


이건 아니다. 부동산 정책이 이런 방향으로 흘러가서는 안 된다.


지금이라도 문 대통령은 “다주택 보유자는 부동산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정무직 공직자로 임용하지 않겠다”고 공표해야 한다. 그리고 일반 공무원도 관련 업무에서 철저하게 배제할 필요가 있다. 그것이 ‘문세권’이라는 조롱을 피하는 유일한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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