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손학규가 옳았다

고하승 / 기사승인 : 2020-02-10 14: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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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가 10일 새로운보수당 유승민 의원이 자유한국당과 신설합당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사실을 언급하며 "결국 한국당으로 들어가겠다는 선언"이라고 말했다.


손학규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에서 "작년 내내 말로는 중도보수를 표명하면서 실제로는 저를 내쫓고 바른미래당을 접수해 한국당에 갖다 바쳐 정치적 기회를 얻으려 했던 것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이라며 이같이 비판했다.

 

그러면서 "선거를 앞두고 정치인이 자기 살길을 찾으려 하는 행태를 누가 뭐라고 하겠냐마는 큰 정치인이 되려면 최소한의 정치적 도리는 지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런 발언을 하는 그의 머리에는 지난 10개월간, 그러니까 지난해 4월부터 유승민 일파가 당권을 찬탈하기 위해 바른미래당 내부에서 쿠데타를 일으키고, 자신을 밀어내기 위해 온갖 분탕질을 일삼던 그 시간들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갔을 것이다. 


어제 유승민이 한국당을 향해 당직이나 공천권, 지분요구 없이 한국당과 ‘신설합당’하겠다며 사실상의 ‘백기투항’을 선언했다. 그런데 이는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유승민 일파가 바른미래당 내에서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부터 충분히 예견된 일이었다. 


실제로 당시 유승민 의원이 주대환 전 혁신위원장에게 ‘손학규 퇴진을 혁신위의 최우선 과제로 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사실이 드러났을 뿐만 아니라, 이혜훈 의원도 당시 젊은 혁신위원을 불러 “한국당과 통합을 하려면 우리를 잘 포장해서 몸값을 올려야 한다”며 ‘손학규 퇴진’ 압력을 행사한 사실까지 드러났었다.


즉 유승민 일파가 안철수계 의원들을 회유해 쿠데타를 일으킨 것은 손학규를 몰아내고 당을 장악해 자신들의 몸값을 올려 한국당에 들어가기 위함이었다는 말이다. 


그 때 손학규 대표는 유승민 등 바른정당 출신 의원들을 향해 “바른정당계가 손학규의 퇴진을 이토록 요구하는 이유가 분명해졌다. 저를 퇴진시킨 후, 개혁보수로 잘 포장해서 한국당과 통합할 때 몸값을 받겠다는 것”이라며 “자유한국당으로 가시려면 혼자 가시지, 바른미래당을 끌고 갈 생각은 진작 버리시라”고 일침을 가했던 것이다.


그런데 당시 유승민은 뻔뻔하게도 반박 보도자료를 통해 “손학규 대표께서 허위사실로 저를 비난 것에 대한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손 대표의 사과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이런 걸 두고 적반하장(賊反荷杖)이라고 하는 것이다. 심지어 하태경 의원은 손 대표를 향해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는 노인비하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그로 인해 손학규 대표가 입은 상처, 특히 마음의 상처는 매우 깊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손학규가 옳았다.


한국당과 통합하지 않겠다던 유승민과 하태경 등은 모두가 거짓말쟁이였고, 그들로부터 온갖 모욕과 조롱을 당하면서도 당당하게 당을 지켜낸 손학규는 자칫 보수당에 헐값에 넘어갈 뻔 했던 중도정당과 나아가 다당제를 지켜낸 영웅이라는 사실이 입증된 셈이다.


그런데 소위 ‘제3지대’ 정당을 지향한다는 의원들 가운데 진정으로 손학규 대표에게 머리 숙여 감사를 표한 이는 단 한명도 보지 못했다.


오히려 이리떼와 싸우느라 상처를 입은 수사자를 향해 이빨을 드러내는 하이에나 무리처럼 음험해 보이기까지 한다. 실제로 일부 호남계 의원들은 이런 기회를 자신에게 주어진 기회로 착각이나 한 듯 ‘손학규 퇴진’을 압박하는가하면 “탈당” 으름장을 놓는 꼴사나운 모습을 연출하기도 한다. 


안철수 전 의원도 마찬가지다. 귀국한 후 손 대표를 만나자마자 대뜸 당권부터 요구하는 안하무인(眼下無人)의 행동을 취했다. 유승민 일파의 쿠데타에 소위 안철수계라는 사람들이 가담해 손학규를 흔들어 낸 것에 대한 사과는 전혀 없었다. 


손 대표가 이를 나무라자 안철수는 바로 그 다음날 탈당해 네 번째로 창당하는 ‘또 철수’의 신공을 발휘했다. 하지만 안철수신당에 대한 여론의 관심은 냉담하다.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은 안철수에 대해 "솔직히 한숨부터 나왔다"며 "간철수가 감철수가 됐다. 독일에서 마라톤만 팔자 좋게 뛰다 보니 현장감, 대한민국 감이 떨어졌다"고 혹독하게 평가했다.


울산매일신문 김병길 주필은 ‘꿈꾸는 안철수’라는 제하의 칼럼을 통해 “어떤 신당을 만들 것인지 각론은 여전히 모호하다. 2016년 총선에서 호남을 석권했던 국민의당 ‘시즌2’를 재연해 보겠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일까. ‘어게인 2016’을 꿈꾸는 안철수의 행보는 여전히 의문투성이다”라고 꼬집었다.


손 대표가 이런 안철수나 유승민으로부터 당을 지켜낸 것은 훗날 역사가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그 이전에 그들로부터 당을 지켜내느라 상처를 입은 손학규의 아픔은 어찌해야 하는가. 당원들의 따뜻한 말 한마디가 그에게는 위로가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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