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비제 ‘폐지’가 아니라 ‘보완’해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05-18 14:5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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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이번 4.15 총선에서 처음으로 적용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취지와 다르게 거대 양당 체제를 더욱 공고히 하며 사실상 실패로 끝났다.


특히 비례위성정당 출현 등 많은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그러자 미래통합당과 그 위성정당인 미래한국당은 20대 국회 내에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해야 한다며 연일 핏대를 세우고 있다.


아마도 이번에는 ‘꼼수’로 미래한국당을 만들어 19석의 실익을 챙겼지만, 다음 총선에서는 비례정당을 만들 수 없도록 법이 개정될 것이고, 그러면 의석수가 줄어들 공산이 크기 때문일 것이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가 “여야 합의 없이 4+1이 일방적으로 통과시켰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폐해를 확인한 만큼 20대 국회 회기 내 폐지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는 건 그런 연유다.


하지만 그건 올바른 방향이 아니다.


누가 워라고 하든지 비례성과 대표성을 높이고자 했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의 방향은 옳았다, ‘승자독식’ 선거제로 인한 사표발생을 줄이고, 민심을 그대로 의석수에 반영시켜야 한다는 대의명분도 있었다.


이번 총선 결과 역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옳은 방향이었음을 증명하고 있다.


실제로 이번 4·15 총선의 지역구 투표에서 정당별 득표율을 보면 더불어민주당이 49.9%, 미래통합당이 41.5%로 양당 간 격차는 8.4%포인트다. 그런데 지역구에서 더불어민주당은 163명이 당선된 반면 통합당은 고작 84명이 당선됐을 뿐이다.


득표율 차이는 10%도 되지 않았지만, 의석수는 약 두 배 가량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런 불균형을 바로잡기 위해선 100% 연동형비례대표제가 도입돼야 하는데 통합당의 반대로 완전한 연동형 도입은 아예 엄두조차 낼 수 없었고, 불완전하나마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만족해야만 했다.


그런데 이마저도 비례전문용 위성정당을 만드는 ‘꼼수’로 선거법 개정취지를 무참히 짓뭉개 버렸다. 그에 대한 국민의 분노가 결국 통합당에 등을 돌리게 만들었다. 황교안이 ‘꼼수가 아닌 묘수’라며 위성정당을 만들었지만, 그로인해 적어도 수도권에서 30여석은 날아갔을 것이다. 당시 필자가 위성정당 창당에 대해 ‘묘수가 아닌 자충수’라고 지적한 것은 그런 연유다.


만일 통합당이 그런 꼼수를 부리지 않고 정정당당하게 나아갔더라면 지역구에선 지금보다 더 많은 의석을 확보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면 민주당 역시 위성정당 창당은 엄두조차 내지 못했을 것이고, 당연히 과반의석을 점유하는 것은 불가능했을 것이다.


결국 위성정당을 만든 통합당의 욕심이 화를 자초한 셈이다. 그 욕심이 민주당을 180석에 가까운 공룡정당으로 만들었고, 자신들은 겨우 100석을 넘기는 초라한 정당을 만드는 요인 되었다는 말이다.


따라서 이제 통합당은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폐지를 주장할 것이 아니라, 완전한 연비제 도입을 위해 기꺼이 다른 정당들과 함께 머리를 맞대어야 한다. 


물론 더불어시민당이나 미래한국당 같은 변칙적인 위성정당이 나오지 못하도록 법제화할 필요가 있다. 특히 국민의당이나 열린민주당처럼 다른 정당 지지자들의 눈치를 보면서 지역구 후보를 내지 않고 비례 후보만 내는 이상한 비례전문정당이 나오는 것도 막아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모처럼 첫발을 디딘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폐지하는 것이 아니라 운영과정에서 발생한 불합리한 점을 찾아내어 바로잡고, 오히려 더욱 강화하는 쪽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판단이다.


연비제가 실패한 것은 제도의 문제가 아니라, 운영의 문제일 뿐이다.


즉 거대 양당의 꼼수, 그리고 그 거대 양당의 눈치를 보는 비례전문 정당의 탄생, 이런 것들이 연비제를 실패로 만들었을 뿐, 그 제도의 취지가 나쁜 것은 아니라는 뜻이다. 


차제에 100% 연비제로 보완하면서 중대선거구제나 석폐율제를 도입하는 방안까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다. 거듭 말하지만 연비제는 폐지해야 할 제도가 아니라 오히려 보완하고 강화해야할 좋은 제도이다. 이를 위해선 민주당과 통합당의 전향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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