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추파’, 안철수 몸값만 올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1-01-11 15: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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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가 3자 구도로 진행되어도 승산이 있다며 당내 경선에 힘 쏟을 것을 주문했다. 국민의당과의 통합에 대해선 있을 수 없는 이야기라고 일축했다.


김종인 위원장은 1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국민의당과의 정당 통합에 대해 “있을 수 없는 이야기이고 전혀 상상 못 하는 상황”이라며 “더는 거론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당 대 당 통합 없이 안철수 대표와 국민의당 소속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입당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국민의힘이 모두 후보를 낸 3자 구도에서도 승리를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조금도 망설임 없이 “가능하다”고 답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판단을 단순히 노정객의 '몽니' 정도로 치부해선 안 된다.


사실 안철수 대표의 몸값을 올려 준 것은 누가 뭐래도 국민의힘이다. 


애초 안철수 대표가 서울시장 후보로 거론될 때에만 해도 그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내부 다른 출마 예상자들과 엇비슷한 수준으로 그의 경쟁력은 그리 크지 않았다. 무시해도 될 정도였다.


그런데 당내 일부 인사들이 그에게 추파를 보내면서 상황이 급변하기 시작했다.


실제로 정진석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장은 “두 당의 통합이 후보 단일화에 우선해야 한다. 선통합, 후단일화가 해답”이라며 ‘당 대 당 통합론’을 언급한 바 있다. 


심지어 그는 공관위원장으로서 당원투표 20%·여론조사 80%로 정한 서울시장 후보 본경선 방식을 여론조사 100%로 바꾸기도 했다. 100% 시민 경선을 할 테니 안 대표에게 입당하라는 손짓이다. 이에 더해 그는 아예 당헌당규를 개정해 외부인사가 입당하면 예비경선을 면제하는 방안까지 거론하고 있다고 한다. 


안 대표가 입당하지 않으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나서겠다며 ‘조건부 출마선언’을 한 오세훈 전 서울시장 역시 이번 주 안에 안 대표를 만나 후보 단일화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라고 한다. 


이런 행위가 결과적으로 국민의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는커녕 되레 안철수 대표의 몸값만 올려주고 있는 셈이다. 


이들로 인해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진행한 서울시장 후보 경합도에서도 안 대표가 계속해서 1위를 기록하면서 야권 단일화의 판은 안 대표 쪽으로 기우는 상황이 되어 버렸다.


결과적으로 정진석 의원이나 오세훈 전 시장의 행위는 심각한 해당 행위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원칙은 분명해야 한다.


의석이 102석에 달하는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어떤 경우에라도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를 안 낼 수는 없다. 당원들이 그런 것을 용납할 리 만무하다. 실제로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의석 100석이 넘는 야당이 3석에 불과한 국민의당에 후보를 양보해선 안 된다는 당원들의 목소리가 크다. 서울시장 선거에 후보조차 내지 못하는 제1야당이라면 존재 가치가 없다는 것이다.


이 원칙이 훼손되면, 설사 다른 정당의 후보가 서울시장 선거에서 승리한다고 해도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국민의힘은 이 원칙을 지켜야 한다. 따라서 정진석 의원을 공관위원장에서 물러나게 하고, 새로운 인물이 당원을 존중하는 새로운 경선룰을 만들어야 한다. 적어도 예비경선만이라도 책임당원 100%를 적용하는 게 바람직하다. 본경선은 더불어민주당처럼 당원 50%, 일반 시민 50%를 적용하고, 나중에 필요하다면 일반시민 100% 여론조사를 통해 후보 단일화를 할 수도 있다. 투표율이 저조한 보궐선거는 특히 조직표가 필요한 선거다. 당원들을 존중하지 않는 정당이라면 결코 승리할 수 없는 선거가 보궐선거다.


어차피 이번 선거는 정권을 심판하는 선거다.


여권에서 어떤 후보가 나오더라도 이길 수 없는 선거다. 단지 야권에서 국민의힘 후보가 승리하느냐, 아니면 안철수 대표가 승리하느냐의 문제일 뿐이다.


그런 선거에서 제1야당이 3석 미니정당의 눈치를 본다는 것은 선거 전략 측면에서도 바람직하지 않다. 국민의힘은 설사 ‘3자 구도’가 될지언정 단일화에 연연하지 말고 일정대로 당내 경선을 진행하라. 안 대표 역시 야권 단일후보가 되겠다는 욕심을 내려놓고, 국민의당 후보로 출마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그게 원칙이다. 야권 단일 후보론으로 자신의 몸값이 올라가는 것을 즐기는 지금과 같은 모습은 바람직한 정치인의 자세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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