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 정치는 어른들 장식품이 아니다.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0-10-05 15:4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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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온라인 홍보물에서 부적절한 문구를 사용해 논란이 일었던 국민의힘 중앙청년위원회 박결 위원장이 결국 5일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대체 무슨 일인가.


국민의힘 중앙청년위는 최근 페이스북에 지도부를 소개하는 게시물에서 '하나님의 통치' '땅개' 등의 표현을 써 논란을 빚었다. 


그러자 비상대책위원회가 논란에 휩싸인 중앙청년위원회 인사들을 즉각 인사조치 했다. 김금비·이재빈 청년위원 2인은 면직처분하고 주성은 청년위 대변인 내정자는 내정을 취소했다. 명절 연휴임에도 불구하고 온라인 비대위회의를 열어 신속히 결정한 것이다. 


물론 그들의 표현이 매우 부적절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들의 행위가 연휴에 온라인 비대위까지 열어서 중징계를 내려야 할 만큼, 그렇게 시급하고 중대한 잘못인지 의문이다.


어떤 면에선 그들을 제대로 교육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감당하기 어려운 감투부터 씌워준 어른들의 잘못이 더 크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도 "면직은 과한 듯. 필요한 것은 처벌이 아니라 교육"이라면서 "체계적인 당원교육을 통해 거를 건 거른 후에 직책을 맡겨야(한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당 지도부의 징계 결정이 과도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이날 은퇴를 선언한 박 위원장은 전날 자신의 페이스북에 “표현 방식이 다소 정제되지 못했다고 해서, 마치 청년들이 중범죄를 저지른 범법자와 같은 비난과 조롱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당 비상대책위원회는 당 청년위원에 대한 처벌과 징계 권한이 있는 것과 동시에 당 청년위원들을 보호할 의무도 있다”고 항변했다.


장제원 의원도 "그들은 국회의원이 아니고 당의 지도부도 아니다. 당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당직자도 아니다. 우리 당이 청년들의 실수에 면직이라는 칼을 들이댄 것은 과한 결정"이라고 비판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역시 "그것을 훈련된 정치인의 시각으로 볼 건 아니지 않느냐. (비대위에서) 나름대로 변호를 했다"고 밝혔다. 


그런데도 김종인 비대위가 서둘러 청년들에게 과한 중징계 결정을 내린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어른들 주도권 다툼에 청년들이 희생양이 된 것은 아닐까?


그럴 가능성이 농후하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은 이른바 ‘김종인 키즈’로 불리는 김재섭 비대위원을 앞세워 당내 청년당인 '청년의힘'을 만들어 2030대 청년층을 향해 본격적인 구애에 나서겠다는 구상을 하고 있다.


청년의힘은 중앙당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원과는 별도로 청년 싱크탱크를 설치해 자체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등 독립적인 기구로 움직이며, 오는 11월께 당헌·당규 개정을 통해 연말에 정식 출범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당내에는 기존의 청년 조직인 중앙청년위가 버티고 있다. 청년의힘과 충돌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 청년위원회의 대표는 지난해 황교안 전 대표가 청와대 단식 농성을 벌일 때 동조 농성을 한 탓에 ‘황교안 키즈’로 꼽히는 박결 위원장이다.


이에 따라 이번 징계는 김종인 위원장 측 청년들과 황교안 전 대표 측 청년들 간의 힘겨루기가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마디로 김종인이 주도하는 ‘청년의힘’을 띄우고 황교안 세력인 중앙청년위를 무력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이번 징계가 내려졌다는 것이다.


어쩌면 이는 ‘김종인 등판론’과 연관이 있을지도 모른다.


이진곤 전 국민일보 주필은 이날 '김종인 위원장, 달리 계산하는 바가 있나' 제하의 언론 기고에서 ‘김종인 등판론’에 대해 “‘설마 그렇게까지 야!’ 그런 생각이 들긴 한다. 그런데 민주당 주자들이 피치를 올리는 가운데서도 국민의힘이 너무 조용하다”며 “그 때문에 의심이 무럭무럭 크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말 청년 정치인들에 대한 중징계가 그런 차원에서 비롯된 것이라면 큰일이다. 어른의 욕심을 채우기 위해 청년을 들러리 세우는 정치는 이제 끝장내야 한다. 청년들도 ‘김종인키즈’니 ‘황교안키즈’니 ‘유승민키즈’니 하며 어른들의 들러리가 되거나 유력 정치인들의 홍위병 노릇이나 하는 수준 낮은 정치를 해서는 안 된다. 그러니까 못된 어른들이 청년들을 장식품 정도로 인식하게 되는 것 아니겠는가. 이런 현상은 여야 모두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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