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학규가 황교안을 꾸짖은 이유는?

고하승 / 기사승인 : 2019-11-11 15: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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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장 고하승

 



국회의원 정수 확대 문제를 꺼내는 것은 여간 조심스러운 게 아니다. 의원 수를 늘리는 문제에 대한 국민의 정서가 매우 부정적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특권만 누리고 일을 제대로 하지 않는 국회의원에 대한 반감 탓일 게다.
그러나 특권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정수 확대는 일정부분 필요하다. 의석은 조금 늘리되 특권은 줄이고, 의무는 대폭 확대해야 한다는 말이다.
지금 국회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매우 심각한 상황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자유한국당을 중심으로 하는 기성정치권이 정치 불신을 조장한 탓이다. 이로 인해 국민들 사이에서는 극단적인 정치혐오 현상이 나타나게 되었고, 당연히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여론이 확산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 결과 민주당과 한국당 등 패권양당은 그동안 누려왔던 온갖 특혜와 기득권을 누리는 악순환이 되풀이 되었다.


하승수 비례민주주의연대 공동대표가 “정치혐오를 만든 당사자들이 정치혐오 때문에 의원 정수 확대를 못 한다는 논리를 쓰고 있다”며 “자신들이 만든 정치혐오를 이용해 기득권 지키기에 급급할 일이 아니라, 거대 양당은 어떻게 국회를 개혁하고 신뢰를 회복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한 것은 이런 연유다.


지금 민주당과 한국당은 의원정수 확대에 부정적이다.


한국당은 아예 대놓고 반대하고 있으며, 민주당은 여론을 의식하느라 입도 벙긋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자신들이 누려온 기득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심보다.


사실 의원정수 확대 문제가 나온 것은 선거제도 개혁의 본래 취지인 대표성과 비례성을 높이기 위한 방안에서 비롯된 것이다.


세계 주요국들의 국회의원 정수를 살펴보면 한국의 국회의원 수는 적은 편에 속한다. 


OECD 34개국 국회의원의 정수를 토대로 살펴보면, 국민 수에 비해 국회의원 숫자가 우리나라보다 적은 나라는 3개국에 불과하다. 국민 10만 명 당 국회의원수를 비교해봤을 때, OECD 평균은 0.97명인데, 한국은 0.58명에 그쳤다. 우리보다 적은 국가는 일본 0.56명, 멕시코 0.49명, 미국 0.16명이다. OECD 평균인 10만명당 국회의원 수 0.97명. 이 기준으로 계산하면 오히려 한국 국회의원 수는 늘어나야한다. OECD 평균치로 맞추려면 국회의원 수가 200명 정도 늘어난 502명이 되어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물론 각 나라마다 의회의 형태나 선거제도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단순히 수치만 비교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적어도 10% 늘리는 데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


그런데도 민주당과 한국당이 의원정수 확대를 반대하는 것은 특권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욕심 탓이다.


의원정수를 확대하면 당연히 국회의원들의 세비가 줄어들 것이고, 의원들이 누려온 온갖 특혜도 내려놓아야 한다. 한마디로 철밥통을 빼앗기는 셈이다. 기성정치권이 반대하는 건 바로 자신들이 누려온 철밥통을 빼앗기지 않겠다는 의미일 뿐이다.


따라서 의원정수 확대 문제에 대해선 유권자들도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재 의원들이 아주 잘하고 있어서 의원 수를 늘릴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지금 국회의원들로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에 정치구조를 바꿀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반대하는 것인가?


그렇지 않다면, 생각을 바꿀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국회의원 숫자가 아니라 국회의 질이다. 국회의 질을 높이려면 지금과 같은 양당제 체제로는 안 된다. 다당제가 안착돼야 하는데, 그러자면 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위한 일정정도의 의원정수 확대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하지만 '의원 정수 확대는 의원들 밥그릇 지키기'라는 주장은 정치혐오정서에 편승한 선동에 불과한 것으로 일고의 가치도 없다.


손학규 바른미래당 대표가 10일 청와대 만찬에서 황교안 한국당 대표를 향해 “정치를 그렇게 하는 게 아니다”라고 꾸짖은 것은 바로 그런 연유다.


연동형비례대표제로 사표 없이 유권자 의사가 정확하게 선거결과에 반영되고, 다양한 이해관계가 국회에 수렴될 수 있다면 의원정수 확대를 못할 이유가 없다. 부디 정치 선진국으로 갈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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