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조사’와 ‘사실관계파악’은 본질이 달라 혼용하면 엄청난 파장 따를 수도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10-13 16: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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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사실관계파악’을 업으로 하는 직업 중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탐정업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



형사소송법 제37조(판결,결정,명령)는 “결정 또는 명령을 함에 필요한 경우에는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 이때 조사는 부원에게 명할 수 있고 다른 지방법원의 판사에게 촉탁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으며, 같은 법 제431조(사실조사)에서는 “재심의 청구를 받은 법원은 필요하다고 인정한 때에는 합의부원에게 재심청구의 이유에 대한 ‘사실조사’를 명하거나 다른 법원판사에게 이를 촉탁할 수 있다”고 규정해 두고 있다. 또한 주민등록법 제20조(사실조사)는 “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은 신고의무자가 이 법에 규정된 기간 내에 신고하지 아니한 때, 규정된 사항의 신고된 내용이 사실과 다르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 등에 그 ‘사실을 조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렇듯 ‘사실조사’의 오남용으로부터 국민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자’와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 등은 법률로 정하고 있다.

이러한 맥락에서 행정사법 제2조 제1항 제7호에서도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조사 및 확인’을 행정사의 업무 중 하나로 부여(규정)하고 있는 바, 그 취지와 법리를 살펴보건데 위 법문 ‘법령에 따라’에서 ‘법령’이란 행정사법(령)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타법(다른 개별법)을 의미하는 것이며,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란 행정사법(령)에 따라 수임한 통상의 사무가 아닌 다른 개별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를 말한다 할 것이다. 즉, 행정사도 ‘개별 법령에 따라 위탁 받은 경우 사실조사 및 확인 업무를 할 수 있다’는 근거를 갖춘 셈이다.

이를 전제해 볼 때 ‘법령에 따라 위탁받은 사무의 사실조사 및 확인’ 업무에 해당하는 것은 주민등록법 제29조(열람 또는 등·초본의 교부) 제2항 제6호에 따라 채권, 채무관계 등 정당한 이해관계가 있는 사람(주민등록법 시행령 제47조 제4항, 별표2 에서 정한 사람)이 타인의 주민등록 등·초본을 열람 또는 교부를 신청시 일반행정사가 ‘이해관계 사실확인서(주민등록법 시행규칙 제13조 1,2항 및 별지 11,12)’를 발급해 주는 경우가 유일한 사례라 할 것이다. 즉, 행정사가 사실조사를 할 수 있는 경우는 현행법(행정사법)상 단 한가지의 경우(행정사업무의 1~2%정도) 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 외에 행정사가 사실관계를 살펴 문제점 등을 도출하는 경우가 있다 하더라도 이는 법률상 ‘사실조사’가 아닌 임의적인 ’사실관계파악‘으로 표현됨이 적격해 보인다. 따라서 행정사의 주업무가 ’사실조사’라는 설명이나 주장은 언어도단이라 아니할 수 없다.

이러한 용어 사용상 혼동과 왜곡은 탐정업의 경우 더욱 심하다.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일’은 국민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상존하고 있는 예민한 일인 관계로 위에서 살핀 행정사법은 물론 공권력을 행사하는 형사소송법이나 주민등록법, 경찰관직무집행법(제8조, 사실의 확인) 등에서도 지극히 제한적으로 허용되고 있을진데 100% 민간인 신분인 탐정업 종사자가 ‘탐정업은 사실조사를 주로 하는 일’이라고 표현 한다면 그야말로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누가 뭐래도 ‘탐정업무는 사실관계파악이 주된 업무’라 함이 실무적으로나 조리상(條理上) 최적한 표현이며, 세계적으로 ‘사실관계파악을 업으로 하는 직업 중 대표적인 직업이 바로 탐정업’이라는 점은 주지의 사실이다. 17대 국회부터 ‘사실조사와 사실관계파악 등을 혼합한 업무’를 골자로 하는 공인탐정법(공인탐정) 제정이 추진되어 왔으나, ‘아무런 권력없이 임의적 활동을 해야하는 탐정이 어떻게 민간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조사하는 일을 그 업무로 할 수 있느냐’는 등의 문제점으로 15년째 철회와 폐기가 거듭되어 왔음을 상기해 보기 바란다.

일반적으로 ’사실조사‘는 법률에 근거한 특정인이 그 대상을 향해 ‘직접조사 또는 간접조사’를 병행하는 것이고, ‘사실관계파악’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로 그 대상을 향해 ’간접조사(탐문과 관찰)‘를 행하는 것으로 이해되거나 설명되기도 한다. 사전적(辭典的)으로는 ’조사(調査)란 어떤 일이나 사실 또는 사물의 내용 따위를 명확하게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보는 것’이고, ‘파악(把握)이란 어떤 대상의 내용이나 본질을 확실하게 이해하여 알아 챈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얼핏 유의어로 들리지만 비슷한 말도 아니거니와 대체할 성격의 용어도 아니다.

물론 ‘조사’와 ‘파악’은 둘 다 ‘어떤 사안의 내용을 알기 위한 탐색 활동의 일환’이라는 점에서 사회 일반의 소통 과정에 적절히 혼용하여도 무방한 경우도 적지 않다. 이에 연유하여 일부 행정사나 탐정업자들 간에는 의도적 또는 무의식적으로 ‘사실관계파악업무’를 ‘사실조사업무’라 과대 포장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하지만 ‘사실조사’와 ‘사실관계파악’은 그 권한(법적근거)의 유무, 절차와 방식‧범위 등이 엄연히 구분되는 것으로 ‘사실관계파악’을 ‘사실조사’로 수임 계약을 맺거나 행정사나 탐정업 종사자(일명 사설탐정 등 민간조사원)인 자신을 ‘사실조사 전문가’로 자칭할 경우 그 결과에 따라 민‧형사상 낭패를 치를 수도 있음에 특히 유의해야 한다.

 

*필자/김종식
한국민간조사학술연구소장,한국범죄정보학회민간조사학술위원장,한국탐정학술지도사협회장,前경찰청치안정책평가위원,한북신문논설위원,치안정보20년(1999,경감,행정사),경찰학강의10년/저서:탐정학술요론,탐정학술편람,민간조사학(탐정학)개론,민간조사제도(민간조사업)해설,경찰학개론,정보론,경호학外/탐정법(업)‧치안‧국민안전 관련 400여편의 칼럼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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