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선의 입김’ 증언에 이재명은 답하라

고하승 / gohs@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2-01-18 13:2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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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필 고하승



대장동 개발 특혜의혹 재판 과정에서 ‘윗선의 입김’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대장동 개발사업 추진 당시 성남도시개발공사 전략사업팀장으로 일했던 정민용 변호사가 성남시장이었던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로부터 '1공단 분리개발' 문건의 결재를 받아왔다는 법정 증언이 나온 것.


이는 이재명 시장 결재 직후 무산 위기까지 몰렸던 대장동 사업이 민간사업자 주도로 발 빠르게 진행된 배경에 윗선 배임의 정황이 담긴 증언으로 사실상 ‘대장동 몸통’으로 이재명 후보를 지목한 셈이다.


1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양철한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두 번째 공판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성남도개공 팀장 한모 씨는 정 변호사가 2016년 성남시청을 찾아가 대장동 개발사업 대상에서 제1공단을 분리하겠다고 보고하고 이 후보의 서명을 받아온 경위를 묻는 검찰의 질문에 “"전략사업팀이 성남시에 제1공단을 분리하겠다고 현안 보고를 했고, 실제로 (분리하라는) 방침을 받아서 개발사업팀에 전달했다"라고 설명했다.


검찰이 "이재명 시장의 방침을 받았다는 것인가"라는 거듭된 질문에 한씨는 "그렇다"라고 답했다.


당시 주무부서인 성남시 도시재생과는 분리 개발 대신 애초에 고시됐던 ‘결합 개발’을 구상했지만, 이 후보의 결정으로 인해 사업추진 방식이 단번에 뒤집혔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은 1공단 수용 보상금 2000억원을 차입하는 부담을 덜게 됐다. 화천대유에 엄청난 특혜를 준 셈이다.


정민용 변호사가 당시 대장동 개발 업무 담당이 아니었음에도 이재명 시장으로부터 직접 결재를 받았다는 것도 문제다.


검찰이 “전략사업팀이 왜 성남시장 결재를 바로 받은 것이냐”고 묻자 한 팀장은 “성남시 도시재생과가 분리 개발에 반대했기 때문에 선제적으로 (시장의) 방침을 받은 게 아닌가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한마디로 통상적인 결재 절차가 아니라 비정상적인 결재라인을 통해 화천대유 등 민간업자들에게 천문학적인 부당수익이 돌아가도록 했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것뿐만이 아니다.


지난 2015년 ‘성남의뜰’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직후 성남도시개발공사 실무자들이 사업협약서에 추가한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7시간여 만에 삭제됐다는 증언도 나왔다.


민간 사업자들에게 과도한 이익을 몰아 주지 못하도록 하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의 삭제 문제는 대장동 사건 배임 혐의의 핵심 내용이다.


한 팀장은 2015년 5월 27일 오전 10시 19분쯤 성남도개공 전략사업팀과 경영지원팀에 사업협약서 수정안 검토 요청 보고서를 발송했다. 수정안에는 ‘민간 사업자들의 분양에서 발생하는 추가 이익금은 별도로 배분한다’라는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들어갔다.


그런데 당시 한 팀장은 자신이 보낸 ‘수정안’에 대한 검토 회신을 받기 전인 같은 날 오후 5시 31분쯤 초과이익 환수 조항이 빠진 ‘재수정안’을 전략사업팀 등에 다시 보냈다.


불과 7시간여 만에 내용이 바뀐 것이다.


그 이유에 대해 한 팀장은 “(누군가의) 지시를 받아서 (재수정안을) 올리지 않았나 생각한다”라며 “아마도 김문기 전 개발사업1처장이 지시한 것 같다”라고 증언했다.


그렇다면 김 전 처장은 누구의 요청을 받고 한 팀장에게 그런 지시를 내린 것일까?


불행하게도 이 과정의 핵심 증인인 김문기씨는 작년 12월 21일 극단적 선택을 한 상황이다.


따라서 그 윗선이 누구인지 파악하는 일은 이제 어렵게 됐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윗선’이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윗선의 입김’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해졌다.


그렇게 입김을 불어 넣은 윗선이 누구인지는 대장동 설계자이자 결재권자인 이재명 후보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국민은 그 진실을 알고 싶다.


그런데 이에 대한 이재명 후보 측의 대응이 참으로 가관이다.


더불어민주당 선거대책위원회 송평수 대변인은 애초에 "증인(한씨)이 '특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 "저희쪽 변호사가 모니터하고 있는데, 해당 질문 관련 '특혜'라는 답변은 나오지 않았다고"라고 주장했다가 재판이 끝난 후 배포한 입장 글에서는 "한씨가 2013년 12월 유 전 본부장의 사무실에서 정영학 회계사를 만났고, 유 전 본부장 지시로 대장동 사업제안서를 검토한 결과 '특혜 소지가 있다'고 금일 증언했다"라고 말을 바꿨다.


이런 태도를 보면 아마도 증인이 ‘특혜’라는 단어를 사용하지 않았다면, 끝까지 특혜가 아니라고 발뺌했을 것이다. 역겹다.


국민은 민간 사업자에게 천문학적인 부당수익이 돌아가도록 만든 대장동 몸통이 누구인지 그게 알고 싶다. 즉각적인 특검을 요구하는 이유다. 김건희 녹취록 사건 등으로 이 같은 의혹이 묻히리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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