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치우의 인물채집] '우아한 형제들' 변연배편

시민일보 / 기사승인 : 2019-08-07 14:0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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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모폴리탄 변연배!

에르메스, 구찌, 등의 세계적 명품 브랜드에서 신제품을 낼 때, 제일먼저 초청해서 선을 보이는 사람들이 있다.

V를 여러개 붙여서 V.v.v.I.P로 구분하는 그들은 지구인들의 보편적 상식과는 전혀 상관없는 의식과 돈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 중의 한여자를 아내로둔 남자, 그리고 바람좋은 날, 그녀를 가차없이 청부살인 해버리는 냉혈한 ceo, 그렇게 살벌한 캐릭터를 가진 남자가 있다.

그를 만났다.

변연배!

''프랑스영화에 카메오로 단역 출연을 했었지요. 대학원 교수시절에 프랑스 영화감독 제자가 부탁을 해서요.''

물쓰듯이 돈을 써대는 '누구라도 죽이고 싶은 아내' 를 청부살인 하는 남자로 열연한 그 영화가 유럽에서 히트(?)해서 한동안 유럽출장시에는 품위유지에 신경 좀 썼다는...

그러나 그 영화가 국내개봉이 되지 않아 확인된 바는 전혀 없다.

변연배!

이 남자를 보면 생각나는 신문연재소설 제목이 있다.

'단단한 놈!' 참 그렇게 생겼다.

그렇다고 '마동석과'는 절대 아니다.

이것저것, 단수로 말하는 무술들만 따져서 공인 20단 정도 되는 수련을 해 왔던 남자, 국내외 마라톤 대회 풀코스를 수십번 뛰어서 3시간 초반대를 언제든 뛸 수 있는 에너자이저, 딱 마주서 보면 빈틈이 없다.

어딜 찔러도 피 한 방울 여유가 없다. 그러나 그의 직업은 킬러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회사명은 쫌 '킬러틱' 하다.

주식회사 '우아한 형제들' 그는 인사총괄 임원이다.

우리가 아는 '배달의 민족'에서 인사문제 즉 채용할 것인가, 말 것인가 계속 갈건가? 자를건가?

이런걸 현명하게 하는 것을 총책임 지고 있는 사람이다. 변연배는!

''어릴때부터 '시네마천국'의 '토토'처럼 살았지요. 영화감독이나 화가가 되리라 생각하고 살았는데 어느날, 이소룡 영화 '정무문'을 보게되면서 충격을 받았지요. 그 영화를 일곱번쯤 보다가 스스로 '이소룡'이 되기로 결심하고 운동과 영화에 몰입하게 됐습니다.''

그 이후 그는 보통사람이 이룰 수 없는 꿈들을 향해 돌진했다. 태권도, 절권도, 합기도, 유도, 권투, 마라톤 등, 백칠십대 중반의 키에 운동으로 다져진 날렵한 몸매.

보통때의 정장 차림을 보면 양복 왼쪽 가슴밑에 '리벌버' 3, 8구경 1자루 정도가 꽂혀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남자다.

영화에 간간히 나오는 권총보다 몸이 더 빠를 수도 있다고 믿는 남자다.

하긴 벗고 찍은 사진을 보면 언뜻 이 남자도 그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착각도 든다.

벗고 찍은 사진으로 광고모델을 하기도한 그가 급기야는 '맨스헬스'라는 잡지의 표지모델로 픽업되어 진짜로 거의 다벗고 찍은 사진을 세상에 내 놓았는데 생전 '이소룡'의 몸을 재현했다는 평판을 받았다.

어쨌든 지금 그는 꿈꾸던 영화감독도, 화가도 아니고 킬러도, 마라토너도 아니다.

때때로 교수 이기도했지만 대체적으로 그는 기업경영의 핵심인 인사문제 전문가로 살아왔다.

성균관 대학에서 경영학을 전공한 그는 경영학 박사다.

IBM을 거쳐, 나이키에서 임원이 되어서 '두산시그램'에서는 부사장을 했고, 모토로라의 아시아태평양 인사담당 전무를 했고, DHL의 부사장, 쿠팡의 부사장을 거쳐 지금은 주식회사 '우아한 형제들'의 인사총괄을 맡고있다.

''인사가 만사! 라고 누구나 말하지요. 하지만 '인사는 농사!' 입니다. 콩밭에 콩을 심어야 하는데 대충 하다보면 팥을 심을때도 있고, 콩밭에서 잘 자라는 산삼을 가차없이 뽑아버려야 할 경우도 있습니다. 조직문화적인 점에서 콩밭에서는 산삼도 잡초일 수 있거든요.''

직장생활 30년 중 20년을 임원으로 일한 그가 아직도 세계적인 경영자들이 일하는 글로벌기업에서 각광을 받고 국내 대표적인 스타트업 회사에서 여전히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는 이유가 아마도 그의 주장인 '사람농사론'에 근거하는 것이 아닐까?

하긴, 진짜 농부는 흙투성이로 살지만 흙이 아니라 하늘을 바라보고 농사를 짓는법이다.

진정한 농부는 '지금 이 씨앗을 뿌려도 되는지?', '이 씨앗의 싹을 틔우기위해 하늘이 비를 뿌려 줄 것인지?'를 묻고 또 물어 간절한 마음으로 씨를 뿌린다.

싹이 자라서 열매를 달면 풍성한 햇빛과 바람을 풀어 살찐 열매를 그가 허락해 줄 것인지... 그리고 그들을 거두게 허락할 것인지...

모두가 다 하늘의 뜻이다. 그 하늘의 뜻을 알아야 진정한 농사꾼이 되는 법이다. 사람 농사도 그리해야 된다는 말이다.

그만하면 사람농사를 질만한 철학이 있어 보인다.

'사람을 보면 그의 미래가 보이거든요.기업이 가진 비젼과 그 사람의 미래가 어디까지 일치하는가를 보는게 제 직업입니다.'

개인의 미래와 기업의 꿈을 일치시키는 작업. 그것이 그의 주특기다.

그렇다고 그가 늘 성공하는건 아니다. 치열한 회사 생활과 다른 무언가를 늘 꿈꾸던 그는 2003년, '다섯손가락'이라는 밴드의 리더 이두헌과 함께 '피노' 라는 아지트를 만든다.

'음악과 와인이 함께 흐르는 강' 이라는 테마로 서래마을지하에 펼쳐놓은 그들의 강엔 그야말로 '강같은 평화'가 흘렀었다.

전세계 115개국을 다녀봤던 변연배는 그 나라의 바에 어떤 사람들이 모이는지, 그들이 어떤 와인을 마시는지 알고 있었다. 그 생각들이 모여 와인과 음악과 멋진 사람들이 모이는 '피노'로 완성됐다.

'피노'는 변연배에게 퇴근 후 간간히 들리는 빡빡한 회사생활에 있어서의 청량제이자 마음맞는 사람들과 감성을 교류하는 아지트였다. 피노는 수준높은 라이브 음악과 와인으로 문화예술계에서도 꽤 명성이 높았다. 무려 13년 동안이나.

헌데 변연배와 이두헌 둘 다 자기 일만 깊이 사랑하는 사람이라 바에 전념할는 수 없어, 바를 관리할 사람을 들였다. 둘은 똑같이 말했다.

'자기회사처럼 관리해 달라!'고 그런데 그 사람이 정말 자기회사처럼 생각하고 자기 맘대로 돈을 써버렸다.

'피노'는 13년 동안 천천히 망했다.

그뒤부터 그는 '자기회사처럼' '주인처럼' 이런말을 절대 하지 않는다. 월급쟁이 에게 '자기회사처럼' 이라는 주문은 대단히 위험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다.

경영학 박사이고 세계적인 회사들의 러브콜을 받는 변연배의 로지칼한 능력, 반면에 감성적인 디테일을 채워주던 '피노'의 침몰은 그에게 포기에 대한 교훈을 줬다. 카나다의 가족들과 떨어져 혼자서도 잘사는 코스모폴리탄의 위엄을 보여주던 변연배에게 '피노'의 부재는 때때로 계단을 헛디딜때 처럼 허전한 상실감이 되기도 했다.

그러나 '피노'가 망해도 변연배는 계속 승승장구 했다. 그 에게 피노는 정서적 동반자였지 전문적인 직업은 따로 있었으니까. 지금 그는 신문에 와인칼럼도 쓰고있다.

'피노' 이후 변연배는 하나의 방향으로 행보를 굳혔다.

전세계에서 배달을 하는데 둘째로 가는걸 절대 거부하는 DHL을 필두로 로켓포탄 쏘듯이 즉시 달려간다는 '쿠팡'을 찍고 이제는 '배달의 민족'이라는 국수적 정체성을 대놓고 주장하는 회사 '주식회사 우아한 형제들'에 베이스캠프를 쳤다.

''세계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과 사서쓰는 사람의 관계로 구분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관계 사이에는 플랫폼이 있습니다. 그 두사람 사이에서 플랫폼은 제품 및 서비스를 중계합니다. 그 과정에서 배달은 필수적인 단계가 됩니다. 역사가 몇 천년이 되는 전통적인 배달사업이 근래에 다시 주요한 사업으로 부상한 이유입니다. 이러한 점에서 우아한 형제들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IT회사이자 물류회사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사업은 마술이 아니라 체계적인 경영기술이 필요한 과학입니다. 그리고 경영기술보다도 더 중요한 것이 사람에 대한 존중과 배려를 통해 자발적 동기유발을 끌어내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최고경영자의 경영철학과 회사의 핵심가치는 대단히 중요합니다. 인사를 담당하는 임원의 역할은 이를효과적으로 돕고 뒷바침하는 것입니다."

변연배는 사람농사의 철학을 전도하기 위해 개척교회 전도사처럼 의욕에 차 있다.

''사람농사는 씨앗이 좋아야 되거든요.다국적 대기업에서 전세계인들 하고 일을 해 왔는데요.이제 거기서 경험하고 배운 것이 우리나라 회사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사람 들은 기본적으로 자질이 우수합니다. 그리고 잠재력도 무한합니다. 그동안 기업차원이나 국가차원에서 이미 증명하기도 했고요. 우아한 형제들도 이미 세계를 상대로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우리회사이름 자체가 뭔가 달라보이지 않습니까? 반드시 우아한 결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마산에서 태어나 영화감독이나 화가를 꿈꾸던 청춘이 세상을 떠도는 방랑벽으로 지구를 몇바퀴 돌고보니 이제 귀밑머리 허옇게 센 장년의 남자가 됐다.

하긴 영화감독이 아니어도 독한 놈으로 영화배우가 되봤으니 나쁘지 않고 화가는 본인대신 그림 그리는 아내를 얻었으니 그 또한 좋은 일이지 싶은데...

''내가 정말 남들 보석 사 모으듯 모아 온 것이 있는데, 넥타이가 2,500개 쯤 됩니다. 그 중에는 각종 영화에 나온 주인공들이 매고나온 넥타이도 250여 점 정도 되고요."

영화주인공이 매고나온 넥타이를 유심히 보았다가 그 브랜드와 동일하고 스타일까지 같은 넥타이를 사모을 때, 그의 영혼을 채집하는듯한 만족감을 느낀다는 그에게서 약간 변태적인 헐리웃키드의 편집증을 발견한다. 참 다행이다. 남자배우의 넥타이여서...(여배우들이 입고나온 옷들을 사 모았으면 어쩔 뻔 했나!)

넥타이가 잘 어울리는 남자 변연배는 인사관리의 달인답게 잘차려진 정장을 입고 출근하고 때때로 대기업 임원들에게 옷 잘 입는 법과 운동하는 법을 강의까지 하는 독특한 인텔리다.

그런 그가 2010년 모토롤라 시절에 우리나라 대기업으로서는 처음으로 반바지를 허용하는 복장규정을 만들었다. '반바지를 맵시있게 입는법'이라는 자료를 배포하고는 그 다음날 직접 반바지를 입고 출근을 했다. (그런데 그때, 여직원들의 환장에 가까운 환성은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부터 모토롤라는 넥타이 부대의 해방구가 됐다. 현재의 회사에서도 반바지 차림으로 일한다.

변연배!

세상의 알만한 회사들을 가로세로 다 거치고 이제는 돌아와 우아하게 대한민국의 대표 스타트업 '우아한 형제들'의 '사람농사' 책임자가 되어있는 그에게 '본인농사는 쫌 어떻냐?' 고 물었다.

특유의 0.1초 포즈 보다 세배쯤 지나서 답이 돌아왔다.

'너나 잘 하세요!' 라구요?

눈치는 칼이다. 급 한마디 더 붙인다.

"그래서 항상 공부합니다"

변연배는 진짜 공부 많이 한다. 학구열이 아니라 병적인 호기심 때문이다.

일하고, 공부하고 나머지는 다 논다. 씩씩하게!

변연배는 진짜 '코스모폴리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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