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름 | 황천우 | 작 성 일 | 2010-10-22 | 조 회 수 | 6584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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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신 1
“여보, 이 회장께서 직접 전화를 주셨는데 안 받을 거예요?”
“있다고 했소?”
“그러면 어떻게 해요. 직접 전화를 주셨는데.”
명수가 곤혹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지금 샤워 중이니 잠시 후에 전화 드린다고 해줘.”
아내가 못마땅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돌렸다. 잠시 후 통화를 끝내고는 다시 돌아왔다.
“왜, 회장님을 피하는지 물어봐도 돼요?”
아내의 표정이나 어투가 상당히 도전적이었다.
“그야.......”
“당신, 요즈음 회사일도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데 그 사유가 뭔지 말해 줄 수 없어요?”
아내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아직도 얼굴과 몸 전체에서 희미하게나마 기품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명수가 아내를 자리에 앉도록 했다.
“지금, 이 회장께서 사업을 접고 정치에 입문하려는 중이야.”
“정치요?”
“그렇다니까.”
“그래서 당신에게도 정치에 함께 입문하자 이 말씀이군요.”
“물론 정치를 한다는 자체가 나쁘다는 것은 아니야. 그런데 그분은 방식에 있어서 나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어.”
“어떻게요?”
“뭐라고 할까. 이 회장의 방식은 착각에서 출발한다고나 할까. 그저 지난 시절 있었던 많은 일들에 대한 잘못된 판단과 새로 들어설 세력들에 대한 견제 같은 거 말이야.”
“글쎄요, 저는 정치에 관해서는 잘 모르니 뭐라고 말씀드릴 수는 없고. 다만 어떠한 경우라도 당신이 이 회장님께 등을 돌리면 안 된다는 거예요.”
순간 명수의 얼굴이 곤혹스럽게 변해갔다.
“표정이 왜 그래요?”
“그러면 당신은 이 회장이 사지로 향해도 내가 무조건 그를 따라야 한다는 건가?”
“왜 이야기를 곡해해서 들어요. 제 말은 그런 게 아니고, 이 회장께서 사지로 향하지 못하도록 당신이 막아주어야 한다는 이야기지요.”
명수가 순간적인 자신의 과민반응을 수습하려는 듯이 잠시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이 회장께서 내 이야기를 듣지 않는다면?”
아내가 잠시 생각에 잠겼다.
“저는 그저 어떠한 상황이 와도 이 회장님과 당신이 함께 행동했으면 해요. 지금까지 그런 것처럼 말이에요.”
“그 양반과 함께하면 내가 죽는데도 말이오.”
“그건 또 무슨 말이에요?”
명수가 가볍게 한숨을 내쉬었다.
“정치란 사업과는 완전히 별개라는 거 아니요.”
“그러면요.”
“그래서 지금 내가 이렇게 고민하고 있는 거야.”
아내가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하더니 눈동자를 반짝였다.
“그러시면 무조건 피할 일이 아니고 당신이 직접 이 회장님을 찾아가서 그런 당신의 의사를 명쾌하게 전하세요. 전화를 피하는 일이 어째 보기 좋지 않네요.”
순간 아내가 이 회장의 팔짱을 끼고 있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명수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디 가시게요?”
“쇠뿔도 단김에 뽑으라고 하지 않았소. 내 지금 당장 일처리를 하리다.”
“어떻게요?”
“그건 당신이 알 바 아니오. 여하튼 내 방식대로 할 것이니 그렇게 알고 있어요!”
“알 바 아니라며 알고 있으라는 말은 또 뭡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