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화' : 국보위 1

이      름 황천우 작 성 일 2010-10-08 조 회 수 6468

국보위 1

 

 

 

서울의 봄.

서울의 봄은 여전히 시끄러웠다. 이전에도 겨우내 움츠리고 있었던 시골의 많은 사람들이 봄을 맞이하여 서울로 나들이를 했다. 특히 창경원에 벚꽃이 만개할 때쯤이면 그 행렬이 절정을 이루고는 했다.

그러나 실질적인 내면의 모습은 변했다. 상춘객들이 아닌 데모대들에 의해서 서울이 시끄러웠다. 날이 밝기 무섭게 학생들과 정치지도자들이 언론에서 그리고 거리로 나서면서 민주화를 외쳐댔다.

그들의 요구는 명확했다. 오랜 기간 박정희 대통령의 서슬에 눌려서 죽어 있던 민주주의를 부활하여 인간답게 살자는 주장이었다.

그러나 병택의, 유반장의 말대로 무언가 보이지 않게 조용히 번지고 있는 힘의 흐름이 감지되고 있었다. 시끄럽게 거리로 나서는 철부지 학생들의 외침의 이면에서 그 사태를 즐기며 때가 오기만을 기다리는 세력들이 있었다. 바로 병택이 이야기한 신군부 세력들이었다.

서울의 소요가 걷잡을 수 없는 규모로 확대되자 생각지도 않았던 전라도 광주에서 일이 터졌다. 경찰서의 예비군 무기고를 습격하여 총기를 탈취한 폭도들이 광주를 기점으로 체제전복을 기도했고 그런 연유로 계엄령을 선포하지 않을 수 없다는 담화가 발표되었다.

그를 기회로 뜨거웠던 서울이 갑자기 얼어붙기 시작했다. 특히 소요와 관련된 정치권 인사들에게는 완전히 살얼음판이었다. 병택의 말대로 민주화를 외치던 인사들이 천하의 몹쓸 인간으로 둔갑되어 영어의 몸이 되고 또 박대통령 통치 당시 기세가 등등했던 인사들은 부정축재자로 낙인찍혀 연일 언론의 도마에서 난도질당하기 시작했다.

그 과정에서 신군부는 소위 국보위, 국가보위 비상대책위원회라는 기구를 설치하여 사회전반에 걸쳐 혼란요소를 척결하기 시작했다. 즉 그를 빌미로 해서 정권을 확실하게 수중에 넣겠다는 의도였다.

 

그날도 중동의 이라크 공사건과 관련하여 회의를 마치고 잠시 사장실에서 문을 걸어 잠그고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이란과 전쟁 중에 있는 이라크에서 공사비가 나오지 않아 피가 바짝바짝 마르고 있던 터라 이것저것 생각하지 않고 잠시 쉬고 싶은 생각에서였다.

잠시 눈을 붙이려고 했으나 머릿속은 수많은 생각으로 더욱 복잡했다. 바로 그때 잠긴 문을 누군가가 심하게 두드려대고 있었다.

“누구야!”

극히 신경질적인 목소리였다.

“사장님, 국보위에서 사람이 나와 급히 사장님을 만나야겠답니다.”

“국보위!”

명수가 순간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전태환 소장이 이끄는 국보위. 신군부의 핵심세력들의 정권장악 기관인 그곳에서 진짜 병택의 말대로 사람이 찾아왔다. 명수는 문으로 향하던 걸음을 잠시 멈추었다.

그들이 이곳까지 직접 들이닥친 사유가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했다. 단지 정권을 유지하기 위해 필수적인 경비를 마련하고자 함은 아닌 듯했다. 그런 문제라면 이렇게 대놓고 소문까지 내가면서 들이닥칠 일이 아니었다.

잠시 호흡을 고르고 문을 열었다. 순간 비서의 안내로 검정색 정장차림을 한 두 명의 남자들이 사무실로 들어섰다.

“임 사장님, 안녕하십니까! 국보위 재경분과에서 나왔습니다.”

절도 있는 행동하며 말투가 영락없이 군 출신 인사라는 감이 진하게 느껴졌다.

명수가 일단 그들을 소파로 안내했다. 자리를 잡은 그들의 시선이 휘황찬란한 사무실 전경을 훑고 있었다.

“수고들 많으십니다. 사전에 연락을 주시지 않으시고.”

명수의 인사에 그 둘의 시선이 명수에게 향했다.

“바쁘신 사장님에게 사전에 연락하면 오히려 저희가 결례가 될 듯하여 일부러 연락을 취하지 않았습니다. 그나저나 역시 사장님 명성에 걸맞은 사무실입니다.”

“너무 과찬이십니다.”

일상사를 나누고 있는 중에 여비서가 차를 들여오면서 잠시 침묵이 흘렀다. 그러기를 잠시 자신을 재경분과 부위원장이라고 소개한 남자가 검정색 가방에서 파일을 꺼내 탁자 위에 올려놓았다.

“방금 전에 이수영 회장님을 뵙고 오는 길입니다.”

“이수영 회장을요?”

시선은 탁자 위에 올려 져 있는 파일로 향했다. 이상하게 가슴이 두근거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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