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소설 '신화'를 연재합니다 (1부 : 놓쳐버린 결핵감시쳬계)

이      름 황천우 작 성 일 2010-08-09 조 회 수 11090

불행의 시작

 

“형아!”

 

너 댓 살은 족히 되어 보이는 앳된 아이가 다급하게 일곱, 여덟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를 소리쳐 불렀다. 둘의 생긴 모습은 영 딴판인데 형이라 부르는 모습이 의구심을 더해준다. 그를 반영이라도 하듯 형이라 불린 아이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걸음을 멈추고 어린 아이를 째려보았다.

 

“왜!”

“나도 데리고 놀아줘.”

“흥!”

“형아!”

 

어린 아이의 표정이 간절했다.

 

“너는 아직 어려서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고 했잖아. 그러니 집에서 놀아.”

“엄마가 이제는 밖에서 놀아도 된다고 그랬단 말이야.”

“엄마가 말이지?”

 

엄마라는 말에 형이라 불린 아이의 말이 부드럽게 변했다.

 

“그렇다니까 그러네.”

“아무리 엄마가 그랬어도 안 돼. 그러니 집에서 놀도록 해!”

 

아이의, 명수의 얼굴이 급격하게 울상으로 변해갔다. 형인 정환이 그를 모른 체하고 급히 밖으로 나섰다.

제 형의 모습이 멀찌감치 사라지자 명수의 얼굴 위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엄마가 이제는 밖에서 놀아도 된다고 했는데......”

 

왠지 모르게 서러움이 찾아들었다. 눈물에 천천히 울음소리가 더해지기 시작했다. 잠시 주위를 둘러보았다. 아무런 기척이 느껴지지 않았다. 울음소리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울음소리가 커지자 잠시 후 누나 순분이 급히 명수 곁으로 다가서고 있었다.

누나의 모습을 확인하자 단순한 울음소리에 급격하게 서러움이 더해지고 있었다. 그런 명수를 순분이 껴안았다.

 

“우리 명수가 무엇 때문에 이리 섧게 우니?”

 

흐르는 눈물을 한손으로 훔치며 누나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형아가 안 데리고 놀겠대. 그리고 혼자 나가버렸어.”

“그래서 이리 섧게 우는구나.”

 

말을 하는 순분 누나의 입에서 가느다랗게 한숨이 흘러나왔다.

 

“누나야. 왜 형아가 나랑 놀아주지 않는 거야?”

“그야......”

 

잠시 말을 멈춘 순분이 힘차게 명수를 껴안았다.

 

“그야 우리 명수는 아직 어리잖아. 그리고 밖에는 위험하기 짝이 없고 말이야.”

“싫어, 그래도 밖에 나가서 형아 하고 놀고 싶어.”

“그러지 말고 누나하고 마당에서 공기놀이하자. 괜히 위험한 밖에서 놀면 엄마가 싫어하실 거야.”

“엄마가 밖에서 놀아도 된다고 했는데.”

“그거야 네가 하도 보채니 그리 대답하신 거지.”

 

명수가 눈을 말똥거렸다.

 

“그런가?”

 

순분이 명수의 손을 이끌고 마당 한복판으로 갔다. 그곳에 이르자 치마 주머니에서 조그마한 공깃돌들을 꺼내어 마당에 뿌렸다. 공깃돌들을 마당에 뿌려 놓은 순분이 공기 돌들을 바라보며 쭈그리고 앉았다.

 

순분의 움직임에 따라 명수도 쭈그리고 앉았다.

 

“그런데, 누나야.”

“왜?”

“아버지는 왜 엄마와 나를 그렇게 싫어해?”

 

공깃돌을 만지던 순분의 눈이 반짝이더니 순간 얼굴색이 어둡게 변해갔다.

 

“아버지가 왜 엄마와 명수를 싫어한다고 그래. 일이 너무나 힘드시니까 들어오시면 주무시기 바쁘셔서 그렇지.”

“그래서 그런 건가.......”

 

고개를 갸우뚱거리던 명수가 다시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급히 입을 열었다.

 

“그런데 아버지가 형아는 좋아하잖아.”

“그야 형아는 가끔 아버지의 일을 도와드리고 하니 그런 거 아니겠니. 그러니 우리 명수도 어서 자라서 아버지를 도와드리면 명수도 많이 좋아하실 거야.”

“정말 그럴까?”

“그럼, 그러니 우리 공기놀이나 하자.”

“좋아. 누나가 여자니까 먼저 해.”

 

순분이 명수에게 어색한 웃음을 보이며 공깃돌들을 주워 모아 땅에 뿌렸다. 공깃돌들이 땅으로 향하면서 부딪쳐 제멋대로 흩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던 순분이 공깃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어 손에 잡힌 공깃돌을 위로 던지고 땅에 놓여 있는 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임자, 내 급히 피신 좀 해야겠소.”

 

아직 올 시간이 아닌데 급히 집으로 들어온 아버지가 마당에 있던 엄마의 손을 잡고 방으로 이끌었다. 가만히 방을 향해 귀를 기울였다.

 

“왜 그래요?”

“지금 길게 이야기할 시간은 없고, 그저 당분간 이곳을 벗어나서 지내야 할 것 같소.”

 

항상 느긋하게 행동하시던 아버지가 서두르며 말을 하는 모습으로 보아 무슨 일이 생긴 모양이었다.

 

“여보, 그래도 무슨 일인지는 알아야 할 것 아니겠어요.”

“이 사람은, 지금 그럴 시간이 없다고 해도 그러네. 내 자초지종은 나중에 이야기 할 터이니 어서 여비나 좀 주구려.”

“여보!”

“이 사람이, 빨리 서두르라고 해도.”

 

일이 다급하게 돌아가는 모양이었다. 잠시 뒤척거리는 소리가 들리더니 아버지가 손에 돈을 든 채 밖으로 나오셨고 그 뒤를 엄마가 급히 따랐다.

 

“여보, 어디로 가시려고요?”

“내, 다녀와서 이야기하리다.”

 

그 말을 남긴 아버지가 급하게 밖으로 나가셨다. 엄마가 아버지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멍하니 서 있는 순분의 손을 잡았다.

 

“엄마, 아버지가 급히 어디 가신대?”

 

엄마가 대답 대신 한숨을 내쉬었다.

 

“글쎄다.”

 

위로 던져 올린 공깃돌이 무사히 손안으로 들어왔다. 순분이 명수에게 미소를 보이며 다시 공깃돌을 위로 던졌다. 동시에 땅에 있던 돌을 하나 집어 들었다.

 

아버지가 집을 나가시자 그날 이후 집 주변에 낯선 남자의 모습이 나타났다. 찢어진 눈매에 깡마르고 키가 큰 그 사람은 아무 소리 없이 그저 집 주위를 배회하기만 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저히 견뎌내기 힘들었던지 엄마가 그 낯선 남자에게 다가갔다.

 

그 남자와 몇 마디 대화를 나누고 돌아오신 엄마의 얼굴은 그야말로 근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그날 이후 며칠간 거의 음식을 전폐하다시피 방안에서 꼼짝도 하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이 곱게 치장을 하고 밖으로 나갔다.

 

궁금해진 순분이 엄마에게 어디를 다녀오느냐고 물을 때면 엄마의 대답은 한결같았다.

 

“네 아버지를 찾으러 다니는 거야.”

 

젖을 뗀지 얼마 지나지 않은 어린 동생 정환은 그저 엄마의 멋진 모습에 눈을 말똥거리며 웃기만 했다.

 

그런 날이 며칠간 이어진 후 진짜 엄마의 말 대로 저녁 무렵에 초췌하기 이를 데 없는 아버지와 함께 집으로 돌아왔다.

 

 

이번에도 공중에 있던 공깃돌이 무사히 손바닥에 들어왔다. 다시 명수의 얼굴을 바라보며 손에 들어온 공깃돌을 위로 던지고 다시 바닥에 있는 공깃돌 하나를 집어 들었다.

 

 

늦은 밤이었다. 아주 가까이서 소란스런 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귀를 기울였다. 엄마가 울고 있었고 아버지는 그런 엄마를 꾸짖고 있었다.

 

“아니,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그렇지......”

 

아버지가 말을 채 잊지 못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면 어떡하라는 말이에요. 그렇게 하지 않으면 당신은 살아남지 못한다고 하는데.”

“그렇다고......”

“다 내가 죽일 년이지요, 내가 말이에요.”

 

엄마의 울음소리가 서럽게 변해가고 있었다. 그런데도 아버지는 한숨만 내쉴 뿐 엄마를 달래주려 하지 않았다. 옆에서는 동생 정환이 쌕쌕 코를 골며 자고 있었다.

 

 

역시 공깃돌이 부드럽게 손으로 들어왔고 다시 공깃돌을 위로 던져 올렸다. 이번에는 명수의 얼굴을 바라보지 않았다.

 

 

엄마와 아버지 사이가 예전 같지 않았다. 금술 좋기로 소문날 정도였던 엄마 아버지 사이에 말수가 줄어들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큰 소리까지 일어나기 시작했다.

 

특히 엄마의 배가 솟아오르자 엄마와 아버지 사이에 알듯 모를 듯한 소리가 자주 오갔다. 그리고 명수가 태어날 즈음에서는 시도 때도 없이 두 분 사이에 고성이 오가고는 했다. 고성의 주된 내용은 뱃속에 있는 아기에게 집중되어졌다. 아버지 이야기를 들어보면 엄마 뱃속에 있는 아기가 꼴도 보기 싫다는 이야기였다.

 

아버지와 엄마가 싸우는 모습을 바라보며 얼마 지나지 않아서 태어날 동생을 걱정했다. 뱃속에 아기를 가진 엄마가 나쁜 생각을 하면 미운 아기가 태어난다는 말을 들었던 터였다. 두 분 사이가 예전에 좋았던 시절로 돌아가기만을 간절히 기다렸다.

 

 

던져 올린 공깃돌이 엄지손가락에 부딪쳤다. 그리고는 힘없이 땅 바닥으로 떨어졌다. 그 모습을 바라보며 명수가 언제 울었냐는 듯이 함박웃음을 지으며 바라보고 있었다.

 

 

엄마와 아버지의 고성 속에 명수가 태어났다. 엄마는 태어난 아기를 힘차게 보듬어 안는데 반해 그를 바라보는 아버지의 한숨 소리는 더욱 깊어만 갔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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