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신화' : 정계은퇴 2

이      름 황천우 작 성 일 2010-11-22 조 회 수 6894

정계은퇴 2

 

 

명수가 물끄러미 영철의 얼굴을 주시했다.

“왜?"

“가끔 보면 확실히 영철이 안목은 대단한 구석이 있단 말이야.”

“내가 언제 실수한 적 있냐?”

“맞아. 오히려 이번 기회가 나에게는 전화위복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생각이야. 지금 발표는 하지 못하고 쉬쉬하고 있지만 이 나라의 경제 사정이 엉망이란 말이야. 그리고 지금은 나의 운 때가 아니란 느낌도 있고.”

“형은 무슨 근거로 그리 이야기하는 겁니까?”

“대우야, 모든 일은 다 때가 있는 법이야. 그런데 지금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영철의 말대로 잠시 충전의 시간을 가지는 것이 정답인 듯하다. 특히 정권이 바뀐다고 하면 저쪽에서 나를 곱게 놔두겠냐 이 말이다.”

“곱게 놔두지 않으면요?”

“너 같으면 그냥 놔두겠냐! 야, 영철이 네가 얘기해 줘라. 나는 오랜만에 마음 놓고 술이나 마시련다.”

“그러자. 대우야, 너도 복잡한 생각 그만 접고 오늘같이 엿 같은 날은 그냥 편하게 술이나 죽이자.”

대우도 감을 잡았는지 심각했던 얼굴 표정을 풀고 있었다.

“그럴까요? 다들 의견이 그런데 내가 무슨 대수라고. 그러면 우리 일단 술이나 돌리고 고상한 이야기는 천천히 하도록 하지요.”

순식간에 분위기가 바뀌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입을 열어봐야 매양 그 이야기가 그 이야기일 터였다. 차라리 잠시 분위기를 바꾸는 편이 괜찮을 듯싶었다.

“그런데 너 쉬는 동안에 뭐 할 거냐?”

영철이 명수의 잔을 채우며 은근하게 물었다.

“글쎄, 일단 네 얼굴이 보이지 않는 곳으로 가는 것이 급선무겠지. 그래서 잠시 이 나라를 떠나 있으려고.”

“그럼 너 이참에 미국에나 다녀와라.”

“미국! 갑자기 미국은 왜?”

“너 가만히 보면 미국이란 나라를 엄청 싫어하더구만. 그러나 미국은 어차피 우리와 불가분의 관계를 유지해야 할 나라거든. 그러니 이참에 머리도 식힐 겸 미국을 돌아보고 안목 좀 쌓고 오라는 거지.”

아차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동안 자신도 모르게, 부지불식간에 미국에 대한 배타성이 튀어나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래요, 형. 형 보면 좀 지나치다 싶더라고요. 영어 실력도 그렇고 미국에 대해서는 유난히 알레르기 반응을 보이는 것도 그렇고. 그러니 이번에 그런 문제를 극복하는 차원에서라도 미국 가서 견문 좀 넓히고 와요.”

“명수 네가 미국에 가게 되면 내가 괜찮은 여자 하나 소개시켜줄게.”

“그래? 미국에 누구.”

“이 사람이 그저 여자 이야기만 나오면 좋아가지고.”

“어느 누가 여자를 마다하냐. 대우, 너는 싫으냐?”

“무슨 소리에요. 여자를 싫어할 남자가 어디 있습니까.”

모처럼 한바탕의 웃음이 좌석을 채웠다.

“영철아, 그런데 누구냐?”

“너 혹시 기억날지 모르겠다. 내 사촌, 진숙이라고 말이다.”

“진숙이!”

“네 은인 말이다, 은인.”

“아, 그 친구!”

“이제 생각나냐?”

“그래. 그때 미국에 가서 살 거라고 했었는데.”

“그 애가 지금 미국에 터 잡고 아주 잘 살고 있어. 그러니 네가 미국에 간다면 그 친구한테 이야기해서 숙소며 필요한 것들을 챙기라고 하면 될 거야.”

“아니, 둘이서 지금 뭐하는 겁니까?”

대우가 둘의 대화를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는 듯 끼어들었다.

“너도 미국 가라며. 그래서 지금 미국에서의 생활을 위해 여건을 살피고 있는 중이잖아.”

“여건 살피는데 왜 여자 이야기가 나오냐고요.”

명수가 잠시 진숙에 대한 기억을 더듬었다. 본인의 이야기도 있었지만 우리나라의 실정과는 어울리지 않았었다는 느낌을 받았다. 지금 그 여자가 미국에 터를 잡고 살고 있다고 했다. 갑자기 그녀의 손에 이끌려 여인숙에 들어가 졸지에 당했던 경험이 떠올랐다. 그 생각에 이르자 슬그머니 미소가 흘러나왔다.

“영철 형, 도대체 그 여인이 누군데 명수 형이 이래요?”

“너는 알 필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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