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을 겨냥해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내는 반면 한 대표를 향해서는 이재명 대표와의 2차 회담을 추진하며 유화제스처를 보내는 식이다.
친한계인 국민의힘 김종혁 최고위원은 23일 "어떤 경우든 저희가 민주당과 손잡아서 대통령실을 힘들게 하는 그런 방식을 취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지만 친한계 내부에서 결이 다른 반응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실제 민주당은 윤 대통령을 향해 '추락', '빵점' 등의 혹평을 서슴지 않으면서 한 대표에 대해서는 비난을 자제하며 은근히 갈등을 부추기는 모습이다.
박찬대 원내대표는 전날 오전 국정감사 대책회의에서 "결국 윤 대통령은 국민적 지탄과 국정농단 의혹이 날로 커지는데도 김건희 방탄 의지를 굽히지 않겠다는 뜻을 비쳤다"며 "변화와 쇄신, 특검을 바라는 민심을 걷어찬 대통령은 이제 추락할 길만 남았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제 한 대표도 결단해야 한다"며 "김건희 특검을 거부하면 대통령 부부와 함께 죽을 뿐"이라고 지적했다.
박성준 원내수석부대도 "한동훈 대표가 윤석열 대통령을 알현하는 예의가 아니라 국민에게 예의를 다하는 태도, 그것은 특검법을 통과시키는 것"이라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압박했다.
특히 민주당은 한 대표가 이 대표의 회당 제안에 화답한 만큼 향후 김건희 특검법에 대해서도 전향적인 입장 변화를 기대하는 모양새다.
한 대표가 용산 면담 3시간 전 이 대표의 추가 회동 제안을 수용한 자체가 용산을 향한 (경고)메시지라는 해석이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 대표가 이 대표의 제안을 받은 건 ‘내 의견 안 받아주면 나 쟤네들이랑 손잡을지도 몰라’라는 뜻 아니겠느냐"라면서 "그런데 윤 대통령은 (자기)의견을 굽히지 않았다”고 말했다.
실제 한 대표가 윤 대통령과의 면담에서 접점을 찾지 못하면서 한 대표와 협상 여지를 열어둔 민주당은 세번째 발의한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상태라는 관측이다.
강유정 원내대변인은 이날 기자들을 만나 "(여야 대표 회담에서)의료 대란 관련 시급한 문제와 민생 문제도 논의하지만 명태균 게이트로 짙어가는 김건희 국정 개입 관련 해법을 논의하지 않을까 한다"고 기대했다.
하지만 국민의힘에 입당한 지 1년도 안 된 한 대표가 섣불리 민주당의 김건희 특검법 처리에 공조할 경우 리더십 타격은 물론 보수 분열 책임론에 휩싸일 수 있다는 경고는 변수로 꼽힌다.
민주당 바람과 달리 한 대표가 선을 넘을 가능성이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다만 여당 일각에서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과정에서 추가 이탈표 가능성을 우려하는 기류가 역력하다.
앞서 지난 4일 김건희 특검법 재표결 때는 최소 4표의 여당 이탈표가 있었다.
한편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법’ 표결 시기를 11월 둘째주쯤 예상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가 예상되지만 정기국회 안에 처리할 수 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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