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트럼프 “농산물 포함” vs 대통령실 “쌀·쇠고기 개방 없다”

이영란 기자 / joy@siminilbo.co.kr / 기사승인 : 2025-07-31 13:5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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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책실장, 다른 농산물 개방 여부 질문에 “구체적 답변 어려워”
野 송언석 “다른 품목 수입 확대 포함됐는지 명확히 밝혀라”압박

[시민일보 = 이영란 기자] 한미 간 관세 협상 타결 발표 소식이 전해진 직후 양국이 결이 다른 입장을 내놓으면서 논란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농민단체가 정부 설명의 모순을 지적하며 명확한 해명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대통령실은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한민국이 자동차, 트럭, 농산물 등 미국산 제품을 수용하기로 합의했다”며 농산물 포함을 명시한 데 대해 “쌀과 쇠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용범 정책실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미국 측의 농·축산물 개방 요구는 있었으나 식량안보와 농업의 민감성을 고려해 쌀과 쇠고기는 추가 개방하지 않기로 합의했다”면서 “협상내에서 고성이 오갔을 정도로 치열한 공방이 있었고, 농축산물 추가 개방을 막는 데 집중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도 “쌀과 쇠고기 외 다른 농산물에 대한 개방 여부”에 대한 질문에는 “구체적으로 언급하기 어렵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이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


국민의힘 송언석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정부는 쌀, 쇠고기 추가 개방은 없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open to trade’라고 하며 관세 제로를 언급했다”며 “쌀ㆍ쇠고기외에 과일이나 곡물 등 다른 품목의 수입 확대가 포함됐는지 정부가 명확히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정희용 의원도 “이재명 대통령 페이스북 발표에는 농산물 관련 내용이 없고, 정책실장은 ‘농축산물 논의 없었다’고 했지만 트럼프는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했다”며 “이 괴리의 이유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라”고 이에 가세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은 이날 페이스북을 통해 “국익을 최우선으로 협상했고, 미국 관세를 경쟁국과 동등하거나 우월한 수준으로 맞춰 수출 여건을 확보했다”면서 “세계 최대 시장과의 통상 과제에서 큰 고비를 넘겼다”고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농민단체들도 정부가 발표과정에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한 품목에 대해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쌀과 쇠고기 외에 옥수수, 감자, 체리, 포도, 블루베리, 감귤류 등 미국의 주요 수출 농산물이 관세 인하 대상이 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이다.


특히 불확실한 설명만 반복하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모습이다.


이에 대해 정치권과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트럼프의 발언이 외교적 수사인지, 아니면 쌀ㆍ쇠고기외 품목의 비공식 양해가 있었는지를 두고 엇갈린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공식적 논의 없었다”는 정부 발표와 “협의는 있었으나 포함되지 않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표현 차이가 향후 국회 상임위에서 검증 대상이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관계자는 “이번 관세협상 타결은 수출 기업에게 일정한 안정감을 제공했지만, 농산물 시장에 대한 해석 차이는 여전히 불씨로 남아 있다”며 “정부가 강조하는 ‘쌀ㆍ쇠고기 제외’외에도, 과일·가공식품 등 여타 민감 품목의 개방 가능성을 둘러싼 의혹이 해소되지 않은 상황”이라고 평가했다.


특히 “국익을 내세운 협상 성과를 유지하려면, 보다 투명하고 구체적인 설명이 뒤따라야 할 것”이라며 “무엇보다 정부와 대통령실은 어떤 수준의 협상이 있었는지에 대해 명확히 밝혀야 국민 신뢰를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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