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혁입법, 지연 안된다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4-11-10 19: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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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웅 래 (국회의원) 4대 개혁 입법을 내년으로 미루자는 목소리가 슬그머니 나돌기 시작합니다.

여야 강경 대치로 시작된 국회 파행이 일주일을 넘고 정국이 풀릴 기미는 좀처럼 보이지 않으니 답답해서인가요? 국민들께 송구한 마음에 설마 한번 해보는 농담이시겠죠?

개혁입법을 놓고 그동안 여야가 벌인 소모적·낭비적인 말싸움이 얼마였습니까? 그것 가지고도 양이 안 차 지리한 이 정쟁을 내년까지 끌고 가자는 것입니까? 올해로 정쟁은 제발 마무리하고 내년부터라도 경제회생과 일자리 창출에 본격적으로 나서야 정치권도 체면이 서지 않겠습니까? 국민 여러분들이 말씀하십니다, “염불에 맘이 없고 잿밥에만 마음이 있다”구요. 국회가 공전되는 동안 세비 지급을 중단해야 한다고도 하시고, 세비를 깎아야 한다고도 하십니다. 부끄러워 솔직히 얼굴을 못들 지경입니다.

4대 개혁입법은 그동안 공론화 과정을 충분히 거치면서 어느 정도 여론의 향배가 드러났다고 보아도 될 듯 싶습니다.

국가보안법 문제를 제외한 “언론개혁법” “사립학교법” “과거사 진상 규명법”은 국민 과반수의 지지를 확실히 받는 만큼 조속한 시일 내에 매듭짓는 데 별 무리가 없을 것입니다. 국가보안법만은 국민적 공감대를 좀더 공고하게 할 필요가 있는 만큼, 현재로서는 여당 안(案)대로 밀어붙이기는 어렵다고 생각됩니다.

한나라당은 4대 개혁입법에 대해 반대해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당 대표는 국회 대표연설에서 국가보안법 폐지를 국가 존립 자체를 부정하는 행위로 몰아붙였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용을 냉정하게 들여다보면 국가보안법 문제에 대해 여야가 갖고 있는 생각이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시대에 걸맞게 상당부분 손질해야 한다는 필요성에는 여야가 모두 공감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차이가 있다면 열린우리당은 형법을 보완하는 형식을 원하는 반면 한나라당은 대체입법을 선호한다는 것 정도입니다. 여야가 원하는 것이 내용면에서는 별 차이가 없고 형식상의 이견만 있다면 머리를 맞대고 조금씩 양보해 이 문제 역시 올해 안에 얼마든지 매듭지을 수 있겠지요.

언론개혁에 대해 한나라당은 모든 것을 언론 탄압이요, “언론에 재갈 물리기”라고 매도하고 있습니다. 한술 더 떠 자체적으로 만든 신문법을 발의해 언론개혁에 물타기를 하려고 듭니다.

한마디로 특정 신문사가 다른 신문사를 인수·합병 할 경우가 아니면 신문 점유율을 제한할 수 없게 보장해주겠다는 것입니다. 언론개혁의 핵심이 공짜신문(無價紙)과 경품의 무차별 제공과 같은 불공정거래로 빚어지는 여론 독과점을 해소하는 것임을 이제 누구나 다 압니다.

우리나라 신문의 유료 구독율이 48%에 불과하다는 것만 보아도 우리 신문시장이 얼마나 왜곡되어 있는지 알고도 남습니다. 그런데도 한나라당은 왜 굳이 독과점 언론, 독과점 신문을 비호하려고 할까요? 일부 족벌언론이 자기편이라는 믿음 때문일까요? 아니면 이들에게 기대어 여론을 호도해야 할 필요 때문일까요?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부인하는 폭거라고 매도하는 목소리가 거셉니다. 이에 힘을 얻은 사립학교 재단들은 사립학교법이 통과될 경우 학교를 폐쇄하겠다는 협박 아닌 협박까지 불사하며 노골적으로 저항하고 있습니다.

이의가 있으면 반대 이유를 구체적으로 적시하고 대안을 제시해야 민주적이고 적법한 의사표시가 아닌가요? 무조건 개정법 전체를 반대하는 것은 잘못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어거지가 아닌가요? 학생들에 대한 책임은 어디 가고, 법률적으로 있을 수도 없는 학교 폐쇄를 무기로 내세우는 것은 백번을 양보해도 양식 있는 교육자의 자세로 보기는 어렵지 않은지요?

과거사 진상 규명법에 대해서는 꼬리표를 달아 부정적인 입장을 표시하고 있습니다.

이리보고 저리보아도 법 자체를 반대할 명분을 찾기 어려우니까요. 그러나 할 수만 있다면 거두어지기를 바라는 심정임이 너무나 분명합니다.

지금 보고서를 쓰는 저로서도 그럴진대, 여러분, 4대 개혁입법 논란, 이제 지겹지도 않습니까? 신물이 날 지경입니다. 제발, 부디, 진정으로 바라건대, 매듭을 지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지금의 국회공전은 정치적 수사로서가 아니라 진정으로 가슴 아프게 생각하고 국민에게 백번을 고개 숙여 송구스럽게 생각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또 다시 내년 ‘2005년 예산안 처리’와 연계해 개혁입법 처리를 지연시키려 하지는 말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현 정부를 ‘친북 좌파 반미세력’으로 몰아 개혁 주체의 정당성을 훼손하고 개혁 주체세력을 흠집 내어 개혁입법 자체를 물거품으로 만들고 물건너 가게 하려는 기도를 해서는 안 되지 않겠습니까?

우리는 아이들에게 이렇게 가르칩니다,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구요. 오늘 할 일을 제 때 매듭짓지 못하고 있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보면서 “나는 ‘바담 풍’ 해도 너는 ‘바람 풍’ 해라”고 야단치셨다는 서당 선생의 모습을 떠올려야 할까요? 커가는 제 자식에게 “오늘 할 일을 내일로 미루지 말아라, 우리 아버지들이 하는 것처럼”이라고 말하고 싶은 것은 저 혼자만의 바램입니까?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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