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법, 불편해도 유지돼야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4-11 20:4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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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 웅 래 국회의원 “의원님, 꼭 드릴 말씀이 있는데...”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저를 불러내는 분들 앞에선 일단 가슴이 뜨끔합니다. 가끔 있는 일이긴 해도 당원들을 만나기전 문득 걱정이 앞서는 경우도 있습니다.
“총선사례는 왜 없는거요?”
“취직 부탁 하나 들어주는게 그렇게 어려운거요?”
“‘실탄’만 좀 주면 내가 확실히 한 번 일해보겠소”
“조직은 곧 돈인데 말만으로 내년 자치제 선거가 거저 치러지는줄 아쇼?” 등등 갖가지 불만이 쏟아져 나옵니다.

깨끗한 것도 좋지만 ‘맑은 물에는 고기가 안 산다’며 개탄아닌 읍소를 하기도 하십니다.
수긍도 가고 심정적으로도 충분히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곤혹스러운 것은 달라진 정치풍토에서 이런 질책과 불만에 대해 실제적으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것이 거의 전무하다는 현실입니다.

우리는 분명 ‘깨끗한 정치,’ ‘국민이 주인되는 정치,’ ‘당원이 주인되는 정당’을 일구어나가기 위해 ‘기간당원제’를 도입하고 ‘당원협의회’를 지구당 대신 만들고 키워나가고 있습니다. 우리 정치가 더 이상 극소수 권력자들의 손에 놀아나고 일방적으로 좌지우지 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제껏 없었던 새로운 시도이기 때문에 “몸 따로 마음 따로”처럼 과도기적인 몸살을 앓고 있는 것은 분명한 현실입니다.

당원들에게도 새로운 정치풍토가 낯설고 적응하는데 어려움도 있으시겠지만에 저희 국회의원들도 당원의 한 사람으로서 같은 어려움을 체험하고 있으며, 때로는 참 몰인정스럽고 유난스럽다고 느끼는 경우도 있습니다.
새로운 정치풍토를 조성하고 국민도 불편하고 정치인도 불편하게 만든 현행 선거법. 그래서 선거법을 완화하자는 얘기가 꾸준히 나오는 것인지 모릅니다.

그래도 제 입장에서는 현행 선거법은 유지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명분과 취지에 국민들의 폭넓은 지지와 공감대를 얻어 출발한 선거법이라면 다소 문제가 있더라도 제도가 자리잡을 때까지 기꺼이 감내하고 견뎌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몸은 익숙한 예전 옷에 감긴 채 입으로 내세우는 구호만 다르다면 달라지는 것이 무엇이겠습니까? 꼭 필요하다면 껍질이 깨지는 아픔을 감내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쉽지 않을 줄 압니다. 그러나 삼천원짜리 국밥으로 식사하시다가 저를 알아보시고 식사도 안 끝내신 채 카운터에 가셔서 “내 밥값은 내가 냈소. 걱정 말고 일이나 잘하슈!” 하시던 초면의 생선장수 할머니, 꼭 만나고 싶다고 청하면서도 식사시간은 몇 번을 마다하던 젊은이, 이들을 기억하며 앞으로도 당당하게, 의연하게 가렵니다.

한결같이 일관된 모습으로 저의 뜻을 성심성의로, 지극정성으로 실천한다면 다른 분들도 언젠가는 저의 진정성을 이해하고 받아주는 날이 올 것이라 굳게 믿고 자신감 있게 나아가렵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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