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일선 집회업무를 맡고 있기에 늘 고민이 쌓인다.
분명 봄은 봄인데 봄같이 않다. 지난해 전국 집회는 무려 4168건(하루 11건)이었다.
과거에는 주로 체제반대 및 노사분규가 대세를 장악했지만 최근에는 지역이기, 집단이기, 제몫 챙기기가 압도적 우세다. 80년대 집회는 으레 돌 각목 화염병 최루탄으로 전쟁을 방불케 했다. 그래서 돌이 먼저냐 최루탄이 먼저냐며 공허한 논쟁으로 인해 ‘無石無彈 無彈無石’이란 신조어까지 만들어 냈다.
요사이도 극히 일부지만 불법폭력 집회가 없지는 않다. 몇몇 과격한 사람이 선전선동으로 자극하면 군중은 쉽게 흥분해 이성을 잃으며 개개인 행동과 책임이 불분명해진다.
이제 불법폭력집회는 박물관에 가 있어야할 구시대의 유물이다. 그럼에도 종종 망령처럼 되살아난 모습을 보고 일각에선 수치스럽고 야만적인 느낌이 든다고 목소리를 세운다.
경찰은 이런 집회에 대비하기 위해 경비대책을 세워 관리한다.
따라서 평화적인 집회시위는 최대한 보호하고 ‘무 최루탄원칙’을 기조로 ‘合法保障 不法必罰’의 원칙아래 사회의 법질서를 파괴하는 불법폭력 행위는 엄정하게 대처해 법과 원칙에 따른 민주적 법질서를 확립하고자 하는 것이 기본방침이다.
그런데 일부에선 경비대책이 주최측에 대해 불이익과 손해를 주는 것으로 오해한 것은 경찰에 대한 선입견 때문일 것이다.
지난 2월 하순쯤인가 ‘미군기지 평택이전 반대집회’때 H경찰서 경비과장한테서 주최측이 탈취한 경비대책 문건을 자의적으로 해석, 왜곡 과장시켜 사실과는 전혀 다르게 H신문에 기고한 것을 읽고 어안이 벙벙한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하지만 옛적부터 복사꽃이 아름답게 핀 고을에 수많은 사람들이 꿈과 희망을 키우면서 보금자리를 틀고 있다.
만일 불법과 무질서가 판을 치고 억지와 생떼에 합리화돼 상식과 순리가 통하지 않는 주위환경이 조성되면 누구나 당장 타 지역으로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아 질 것이다.
하지만 지금껏 부천집회는 인상적이고 돋보인 일면이 있다.
그들은 자신의 주장을 외치며 한편으로 상대방과 대화를 통해 문제해결을 위한 진지한 노력을 하고 또한 요구사항을 담은 문서를 전달한 경우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집회마무리가 되면 현장에 흩어진 휴지 등을 줍고 경찰에 고생했다고 손을 내미는 여유까지 보인다.
사실상 집회문화가 한 차원 높게 업그레이드됐다고 평가해도 결코 과언은 아니다. 이처럼 시민의 성숙도가 삶의 질은 향상시키고 공익증대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웃끼리 이해와 양보 그리고 넉넉한 마음으로 배려해 줄 때 낯선 타향도 정들면 고향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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