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국가보안법은 2004년 7월21일 ‘국가보안법 폐지를 위한 열린우리당과 시민사회단체 연석 간담회’를 개최하였고, 8월4일 [열린우리당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추진 의원모임(61명)]을 결성했으며, 8월9일부터 9월5일까지 국가보안법 폐지법안에 83명 국회의원의 동의서명을 받았다.
이렇게 정치적 탄력을 받던 국가보안법 폐지 움직임은 결정적으로 2004년 9월5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가보안법과 같은 낡은 유물은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한다는 발언으로 이어졌고 마침내 열린우리당의 당론으로 승화되었다. 그 시점에서 국가보안법 폐지의 공식적 추진은 [열린우리당 국가보안법 폐지 입법추진의원모임]에서 열린우리당 원내대표실로 이동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국가보안법 폐지와 남북교류협력법 전면개정은 17대 국회의 최대 개혁과제라 할만하다. 특히 두 법은 인권과 민주주의, 남북화해협력과 평화통일의 법적, 제도적, 의식적 인프라를 구축하는 절대조건으로서 다른 선택의 여지가 없다.
남북교류협력법을 국회에 제출한지 9개월이 지났다.
남북교류협력법 전면 개정안은 4월21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를 통과하여 4월 말 본회의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정책 일관성의 측면에서 결코 타협할 수 없는 문제다. 냉전과 분단의 시계는 멈추었다. 국회에서 제정되지도 않은 국가보안법의 불법성과 야만성은 남북화해협력시대와 더 이상 동거할 수 없는 폐지법령 제1호다.
국가보안법은 헌법과의 관계에서 위헌이고 형법과의 관계에서 중복되며 남북교류협력법과 정면으로 충돌한다는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국가보안법이 해방에서 한국전쟁 사이의 비상시기에 만들어진 한시법이자 군사정권에 의해 개악되고 악용된 반민주, 반통일적 정권유지법임을 부정하지 않는다면, 2004년 10월 열린우리당의 국가보안법 폐지당론 확정은 만시지탄(晩時之歎)의 감회마저 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당지도부 일각에서 국가보안법 당론변경 가능성과 여야합의를 위해 대체입법을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당론을 견실하게 지키는 노력도 하기 전에 합의와 타협을 거론하며 뒤로 물러서는 모습은 개혁과 동떨어진 행태이자 당을 갈등과 내분으로 내몰 수도 있는 극히 위험한 발상이다.
‘대체입법을 하는 것은 차라리 현행 국가보안법을 그대로 두는 것보다 못하다’는 경고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음을 잊지말아야 할 것이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