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마폭처럼 넉넉한 마음을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21 19:5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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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현 미 국회의원 정동영 통일 장관이 방북결과를 설명 드리겠다며 박근혜 대표에게 면담 신청을 했다가 거절을 당했다. 정부의 보고, 그것도 남북대화 보고를 야당대표가 거부한 것은 유례가 없는 사건이었다.

박 대표측은 이런저런 일정 이유를 들었지만,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의 인터뷰 기사를 보면 딱히 시간 때문이라는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

당일 오후 박 대표는 한나라당 방북의원들과 30여분 간담회를 가졌다고 한다. 한나라당 의원들이야 같은 당이니까 언제든지 시간을 낼 수도 있고 꼭 그날이 아니어도 만날 수 있지만, 장관급회담을 하루 앞둔 통일장관의 방북보고는 그날이 아니면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그 정도의 시간을 남북회담 당사자인 통일장관에게 할애했더라면, 정부와 야당대표 사이에 얼마나 많은 정보와 의견교환이 원활하게 이루어졌겠는가?

(박 대표가 정 장관과 전화통화한 시간이 7~8분이라니까, 실제는 20여분이다.)
정 장관과 박 대표가 전화통화한 후에는 서로 다른 브리핑으로 종일토록 어수선하기까지 했다. 두 분이 기자들과 당직자들 배석하에 서로 얼굴보고 얘기했으면 간단했을 일을, 박 대표가 왜 그토록 복잡하게 만들어 국민들을 헷갈리게 했는지 이해할 수 없다.
여기에 “비밀스런 얘기가 있다”는 둥 없는 말까지 동원하면서 마치 정부가 은밀하게 숨기는 게 있는 양 몰아간 것은 한나라당과 박 대표의 진의가 무엇인지 실망스럽기 그지없다.
문제는 시간이 아니라, 마음이라고 본다.

통일장관을 만나 방북성과를 인정하고, 향후 협조할 것을 흔쾌히 약속하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피하고 싶었을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이 있지도 않은 얘기까지 만들고, 이렇게 저렇게 삐져나오게 한 것이라 본다.

박 대표의 이런 태도는 너무도 실망스러운 것이다.
박 대표가 미국에 가서 북미관계에 대해 전향적인 주장을 펴고, 중국에 가서 민족의 평화를 우선하는 태도를 보였을 때 우리는 국민과 함께 높이 평가하며, 기대했었다.
몇 해 전 박 대표가 성공적인 방북활동을 했을 때에도 당시 정부와 여당이 얼마나 환영했는가?

여야대화, 정보 소통, 초당적 협력은 말로 하는 것이 아니라, 실천하는 것이다.
정치적 입지가 좋을 때나 궂을 때나 일관성을 가질 때 의미가 있고, 큰 정치인이라는 평가를 받을 수 있다.

한나라당과 박 대표가 이번 방북결과를 흔쾌히 수용하고, 북핵문제가 평화적으로 해결될 수 있도록 한마음으로 뒷받침해주기를 기대한다. 우리내부에서 서로 다른 목소리가 나올 때 외부로부터 동일한 목소리를 끌어내기는 어려운 일이니만큼.

박 대표는 평상시에 폭이 좁은 타이트 스커트 대신에 폭이 넉넉한 주름치마를 즐겨 입는다.
정치도 스커트 폭처럼 넉넉하게 해주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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