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개입금지’ 폐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6-29 20:55:06
  • 카카오톡 보내기
  • -
  • +
  • 인쇄
최 재 천 국회의원 권영길 의원은 처벌할 필요도, 이유도 없다.
“현재 남한에서 널리 유포되고 있는, 소크라테스가 ‘악법도 법이다’라고 ‘직접’ 말했다라는 인용은 원전상의 근거가 전혀 없는 ‘전설’ 또는 ‘낭설’에 불과한 셈이다.” (강정인 : 소크라테스, 악법도 법인가?)

말도 많았던 권영길 의원에 대한 재판이 다음달 15일 결심공판을 남겨두고 있다. 재판의 운명을 가름할 ‘노동조합 및 노동쟁의 조정법 개정안’은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심사 제2소위에서 마지막 법안심사를 기다리고 있다. 권영길 의원의 정치적 운명은 이 법에 달려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도대체 악법을 폐지하는 것이 뭐가 문제란 말인가.
논쟁의 중심에 서 있는 ‘제3자 개입금지’의 불법성은 더 이상 강조할 필요가 없다. 이 ‘제3자 개입금지’는 이미 내란과 군사반란으로 규정된 12·12에 의하여 설치된 초헌법적 기구인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제정된 법이다. 태생 자체가 헌법 위반이다.

조약은 국내법과 동일한 효력을 갖는다는 것이 헌법 정신이다. 유엔 인권규약은 ‘제3자 개입금지’의 불법성을 너무나도 당연시한다. 그래서 유엔 인권위원회(Human Right Committee),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는 종래 우리나라의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을 대표적인 악법이라고 지적하며 개정을 권고해왔다.

국내에서도 이 제도의 불합리함에 대해서는 수많은 지적이 있었다. 그래서 국회 환경노동위원회가 ‘제3자 개입금지’의 완전폐지를 담아 법사위로 보내온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 소속 법사위원들은 요지부동이다. 이미 이 법으로 처벌받은 사람들과의 ‘형평성’이 문제라는 것이다.

우리 법 정신은 일관되게, 반성적 고려에 따른 입법일 경우, 기존 사건에 대한 처벌을 하지 않는다. 권영길 의원 건은 처벌할 필요도, 가치도, 이유도 없는 것이다.
굳이 따지자면 97년에 부칙 경과규정을 남겨둔 것 자체가 악법이었다. 더 거슬러 올라가자면 ‘제3자 개입금지’ 자체가 악법이었다.

이런 악법을 이제 와서라도 바로잡자는 것인데, 왜 헌법을 악용하면서까지 법안통과를 저지하려는 것일까. 권영길 의원의 출신지역이 한나라당 ‘텃밭’이라서 일까?

‘제3자 개입금지’ 조항의 폐지는 사실 권영길 의원을 위한 것이 아니다. 권영길 의원은 이런 악법의 한 피해자일 뿐이다. 폐지의 목표는 ‘제3자 개입금지’인 것이다.
그런데 한나라당은 권영길이라는 특정인을 위한 법이기 때문에 반대한다고 한다. 그렇다면 되묻고 싶다. 악법인줄 알면서도 특정사건에의 적용 가능성을 문제 삼아 법에 반대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헌법기관으로서의 본분을 망각하고 있는 것 아닐까?

차라리 97년 개정 당시 부칙조항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던 이사철 신한국당 의원이 그립다.
“새로운 법률을 제정하면서 그 부칙에다가 종전의 행위에 대해서 지금 새로 제정되는 법률에 의해서 처벌을 한다는 것은 법규적으로 큰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외부 필자의 원고는 본지의 편집방향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저작권자ⓒ 시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시민일보 시민일보

기자의 인기기사

뉴스댓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