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뿐인 외교부?

시민일보 / / 기사승인 : 2005-07-06 21: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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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 영 선 국회의원 참여정부 외교부가 역대 어느 정권에서보다도 더 심하게 위축되어 있음이 다시 한 번 국제무대에서 여실히 입증되었다. 그것도 다름 아닌 북핵 폐기 문제와 관련한 한·미간 중요하고도 긴밀한 만남 자리에서였다.

미국을 방문한 정동영 통일부장관이 지난 1일 딕 체니 부통령과 면담을 갖는 자리에 외교부 담당국장 대신 개인적 친분이 두터운 채수찬 열린우리당 의원을 배석시킨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각각 3명씩으로 배석자를 제한한 상태에서 미국측은 부통령실의 루이스 리비 비서실장과 스티브 예이츠 외교안보보좌관,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 등 ‘공식 라인’에 있는 인사들이 참여한 반면, 우리 측은 채수찬 의원 외에 홍석현 주미대사와 박선원 NSC 국장이 배석했으며, 한반도 문제를 주로 다루는 미 국무부의 우리측 카운터 파트격인 김 숙 외교부 북미국장은 빠졌다는 것이다.

외교부 설명대로 채수찬 의원이 아무리 미국 상황에 밝고 공화당 인사와 친분이 두텁다고 해도, 이는 국제적으로 공신력을 갖고 있는 국가가 취할 수 있는 정상적인 외교 방식이 아니다.

특히나, 이번 한·미간 비공개 회담은 북핵이라는 민감한 현안을 가지고, 양국간에 책임있는 관계자가 구체적인 안(案)을 놓고 중요한 입장을 정리한 회담이었다. 회담에 직접 참석하지 않아, 추후에 회담내용을 전해 듣게 된 외교부 담당 국장 이하 관계자들이 북핵 해결과 관련한 양국의 합의 및 입장 차이에 대해 앞으로 정확하고 신속한 대응책 마련을 실무적으로 진행할 수 있겠느냐 하는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다.

자신의 지역구를 물려받은 고교 2년 후배의 조언과 역할을 국가의 공식외교시스템보다도 중시하는 모습을 보여 준 정동영 통일부장관의 이번 조치는, 말로는 ‘시스템’을 강조하지만 결국 자기 사람에 기대고 마는 참여정부 인사스타일을 국내외에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 셈이다.

역대 그 어느 정권보다도 대외 자주외교를 강조하고 있는 참여정부 아래에서 대북(對北)문제 및 대미(對美)·대일(對日) 외교에 있어서 청와대와 NSC, 그리고 심지어 통일부로부터도 직접적인 통제와 간섭 아래 놓인 외교부로서는 딱히 나서서 할 수 있는 일이 없을 정도다. 실제로 대통령의 외국 순방과 ‘대일(對日) 독트린’ 발표 등 중요한 외교 현안들을 처리함에 있어서 외교부는 손발 역할밖에는 할 도리가 없었다. 중요하고 핵심적인 업무는 고스란히 청와대와 NSC의 몫이었다. 결국, 참여정부 핵심그룹의 외교적 아마추어리즘이 담당 부처의 전문성을 누르고 있는 것이다.

국제무대에서 자주 지적되고, 내부로부터도 비판받고 있는 우리 외교부의 아마추어리즘은 바로 이렇듯 차(車) 떼이고 포(砲) 떼인 외교부의 처량한 현실에서 비롯된다.

북핵문제 해결이 막바지에 이른 지금, 만에 하나 우리의 외교역량 부족으로 일을 그르치는 어리석음이 발생하지 않도록, 외교부의 역할을 재정립하는 등 방안 마련이 그 무엇보다도 시급한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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