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 회담을 박차고 나간 지 13개월만의 일이다.
우선 북한이 6자 회담에 참여의사를 밝힌 데 대해 환영하는 바이다.
그리고 이러한 결과에 도달하기까지 애쓴 우리 정부 실무 담당자의 노고에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이 뉴스를 접하고 내가 내심 기쁨을 감출 수 없었던 것은 그동안 내가 떠들어왔던 가설이 맞아떨어졌기 때문이다.
나는 미국의 대선을 전후하여 앞뒤 6개월 간은 북한이 자신의 주장을 소신껏 외치는 시기일 것이라고 규정한 바 있다.
미국 대선 전후 6개월 간이면 12개월인데 북한은 나의 예상보다 1개월 늦은 13개월만에 6자 회담에 다시 참여할 것을 선언한 것이다.
실제로 1개월이 빠를 수도 있었는데 1개월이 더 늦어진 이유는 부시 대통령의 외교기조가 재선 이후에도 누그러지지 않고 더 강경해진 탓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부시 대통령은 북한을 '악의 축'으로 규정한 바 있고, 재선 후에는 '폭정의 전초기지'라고 규정한 바 있다.
이러한 강경 기조가 절정에 이른 것은 라이스 장관의 청문회였다.
그녀는 '자유의 바람'을 통해 이러한 소위 '폭정의 전초기지'들을 무너뜨리겠노라고 호언장담한 바 있다.
이렇게 더욱 강경해진 미국의 대북정책에 대해 북한은 속으로야 어찌 되었던 더 강경하게 대응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고, 그렇게 상승된 갈등 국면을 화해 무드로 전환하는 명분을 찾는데 시간을 더 허비할 수밖에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
나의 이러한 분석은 작년 8월 나를 비롯한 몇몇 우리당 의원들과 러시아를 방문하여 러시아 외교부 관계자들과의 면담 내용에 기초한 것이다.
당시 러시아 외교부 아주국장은 미 대선이 끝날 때까지 당분간 6자회담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한 바 있다.
확인한 바에 의하면 그러한 판단은 중국도 비슷한 것이어서 나의 막연한 생각을 확신으로 나아가게 한 것이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는 우리 정부의 외교기조와 특히 이러한 상황을 주도면밀한 분석을 통해 잘 타개해 나간 우리 대통령의 탁월한 식견과 자신감 그리고 끈질긴 노력에 찬사를 보내지 않을 수 없다.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한미간의 갈등은 한국의 노무현 대통령과 미국의 부시 대통령간의 현실인식의 차이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그러한 한미간의 갈등은 북한이 제네바협약을 잘 준수하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도 성실한 자세를 보이지 않았다는 나름대로 균형 잡힌 우리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기초한 것 같다.
노무현 대통령은 북핵문제가 더 꼬이게 된 데에는 어느 정도 미국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러한 인식은 일정한 타당성을 지니고 있다.
한편 조지 부시의 입장은 대략 이런 것 같다.
클린턴 행정부 시절에 클린턴이 북한과 타협한 것에 대해 미국 보수층이 보인 태도에 동조하고 있는 것이다.
즉 'ABC' (Anybody But Clinton)이라 하여 가령 '경찰'(미국)이 '악당'(북한)과 어떻게 타협할 수 있는가 하는 태도이다.
이런 인식은 기독교적 이분법이다.
미국은 '선'이요, 미국에 도전하는 자들은 '악'으로 규정하는 태도인 것이다.
그런 입장에서 보면 미국인들이 자신들과 동맹국인 남한 사람들이 북에 대해 평화적인 손길을 내미는 것을 결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그런데 우리 정부와 대통령이 잘 한 점이 바로 그 대목이라고 본다.
과거처럼 미국의 치마폭 속에 숨어서 그저 그들의 처분만 바라는 입장에 서지 않고 비록 한-미 관계가 갈등적이어서 나라가 망할 것 같이 떠드는 수구 언론의 공세 속에서도 묵묵히 그리고 꿋꿋하게 대등한 관계에서 미국을 설득해 왔다는 점이다.
아마도 이러한 우리 대통령의 현실인식과 태도는 그전 정부와는 동떨어진 것이어서 미국으로서는 내심 불쾌하고 당황스럽기까지 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미국이 동시에 두개의 전쟁을 치룰 의지도 능력도 없음을 잘 알기에 그러한 전략을 실행해 옮길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수많은 우여곡절 끝에 우리는 6자회담의 재개라는 바람직하고 정상적인 행로에 접어들게 되었다.
물론 향후에도 수많은 난항이 예상된다.
그러나 경제협력과 정치적 신뢰를 바탕으로 일관된 대북정책을 추진한다면 우리 정부의 평화와 번영정책은 더욱 힘을 받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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